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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아래 의심못한 죄···'구멍 공포'에 떠는 여성들[이슈추적]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뉴스 보자마자 내가 다녔던 곳도 그랬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예전에는 공중화장실같은 곳만 신경썼는데 갈수록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범죄가 발생하니까….”
 
지난해 도로 주행 연수를 받았다는 김모씨(26)의 말이다. 김씨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건 지난 17일 운전연수 강습을 받는 여성 운전자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30대 운전 강사가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김씨는 “수업을 20시간 받았는데 계속 당시 상황을 회상하게 된다”며 “매번 일상에서 왜 이렇게 두려움에 떨어야 되냐”고 반문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붙잡힌 운전 강사는 지난 2017년부터 약 4년간 운전석 아래 등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했고 촬영한 영상의 일부를 주변 지인들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화 그림 질감 활용해 렌즈 숨겨”

이처럼 불법 촬영에 활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으로 초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액자들이 사진으로 소개됐다. 작성자는 “상세 설명을 보니 일부러 유화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 카메라 렌즈를 숨긴다고 한다”며 “인쇄형보다 유화 질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조심하라”고도 했다.
 
초소형 카메라 공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나타났다.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안경, 볼펜, 액자, 시계, 생수통, 화재경보기 등 위장된 모습으로 우리 옆에 존재한다”며 “누구나 찍힐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마땅한 규제도 없이 일반인에게 버젓이 팔리고 있어 초소형 카메라 유통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23일 기준 약 11만명 가까이 동의를 얻었다.
쇼핑 사이트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쿠팡 캡처

쇼핑 사이트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쿠팡 캡처

국회서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제재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히 좌절됐다. 지난 2015년 9월 장병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처음으로 ‘변형 카메라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변형 카메라 취급을 허가제로 하자는 취지였다. 같은 해 10월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 각각 두 번씩 촬영 카메라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각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로 들어서는 지난 3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진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 입법 필요성 논의’ 토론회에서 “(이 법안이) 자꾸 규제라고 표현되는데,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누가 어디서 쓰고 있는지를 파악해 문제가 발생하면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촬영 탐지 관련 제품 나오기도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방지 카드'를 부착해 몰래카페라를 찾는 모습.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게 몰래카메라다. 몰가드 제공

휴대폰에 빨간색 셀로판지로 제작된 '몰래카메라 방지 카드'를 부착해 몰래카페라를 찾는 모습.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게 몰래카메라다. 몰가드 제공

시민들은 자국책을 찾게 마련이다. 불법 촬영 간이 탐지기 판매 업체 몰가드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불법 촬영 카메라를 감지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손수빈 몰가드 대표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 아이와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에 불법 촬영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몰가드 측은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불행으로 사업을 하는 거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개인 구매는 지난해에 비해 500% 늘었다”고 설명했다. 몰가드 측은 또 “사실 저희 제품으로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는 요즘은 실시간으로 영상이 송출되기 때문에 이미 늦은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유포를 막기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 “카메라가 본질 아냐. 문화부터 바뀌어야”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초소형 카메라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터 있어왔지만, 본질은 카메라가 아니다”며 “휴대폰 카메라 등 촬영 기계 장치를 이용해 얼마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피해 촬영물이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되는 문화가 해결되지 않은 채 카메라만 규제하면 안전해질 수 있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불법 촬영으로 인한 피해를 받을까봐 불안을 호소하는 상담을 많이 받고 있다”며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깨닫고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에 연락해 상담을 받는 게 가장 좋다”고 제언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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