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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 스릴러 '발신제한' 첫 주연 조우진 "극도 긴장 속 촬영…혈압약 복용 중"

첫 스크린 주연작 '발신제한'(23일 개봉)에서 조우진은 아이들을 태우고 출근하던 중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돼있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 아빠이자 은행센터장 성규를 연기했다. [사진 CJ ENM]

첫 스크린 주연작 '발신제한'(23일 개봉)에서 조우진은 아이들을 태우고 출근하던 중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돼있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 아빠이자 은행센터장 성규를 연기했다. [사진 CJ ENM]

 

“극도의 긴장감을 품고 촬영했더니 끝나고 혈압이 굉장히 올랐더라고요. 그때부터 혈압약 먹고 있습니다.”

23일 개봉한 도심 추격 스릴러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에서 스크린 주연 데뷔한 배우 조우진의 말이다. 18일 화상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오늘 개봉한 추격 스릴러 '발신제한'
올해 한국영화 개봉일 최다 예매기록
명품 악역 조우진 첫 스크린 주연 도전
"99년 50만원 들고 상경…모두 기적 같아"

 
영화는 은행센터장 성규가 아이들을 태우고 가던 출근길,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돼있다는 익명의 전화를 받고 부산 곳곳을 질주하는 고군분투를 그린다. 차에서 내리면 즉시 터진다는 테러범 협박도 모자라, 성규 자신이 경찰에게 폭탄 테러범으로 오해받고 쫓기게 된다. 스페인 원작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개’를 토대로 한국 사회상을 가미해 긴장감을 더했다. ‘내부자들’ ‘국가부도의 날’ 등에서 서민 울리는 밉상 캐릭터를 도맡아온 조우진이 운전석에 갇혀 쩔쩔매는 모습이 낯선 것도 잠시, 순식간에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조우진은 검투사처럼 본능적으로 싸우는 배우"  

이 영화는 ‘명량’ ‘터널’ ‘마녀’ 등의 베테랑 편집 감독 김창주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조우진의 전작 ‘1987’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영안실에서 오열하는 순간이, 안에서 쏟아져나오는 듯 본능적이었다”면서 “계산하는 사람보다 검투사처럼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싸울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 조우진 배우는 위기에 처했을 때 표정에서 공포에 질린 느낌을 어떤 필터링 없이 관객이 같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영화 '발신제한'(23일 개봉)에서 첫 주연을 맡은 조우진을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CJ ENM]

영화 '발신제한'(23일 개봉)에서 첫 주연을 맡은 조우진을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CJ ENM]

“1999년 단돈 50만원 들고 상경했던 저에게는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기적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는데 그 단어가 딱 떠오르더군요. ‘기적’이구나.” 앞서 16일 시사회에서 조우진이 밝힌 첫 단독주연 소감이다. 
 
상영시간 94분을 책임지는 중압감도 클 터. “폭탄이 내밑에 깔려있다는 상상을 채워넣어야 보는 사람도 장르적 쾌감을 느끼지 않을까”란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세웠다는 조우진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폐소공포증 비슷한 게 와서 스태프한테는 티 안 내고 잠깐 차에서 내렸다 탄 적도 있다”고 했다. “감정을 견딜 때 느껴지는 물리적‧화학적 피로감 못지않게 고독하고 외로웠다”면서 “해운대 광장 신에선 어느 순간 차하고 한 몸이 된 듯했다”고 돌이켰다.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고.  
“불안하고 겁이 났다. 저를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농도 짙은 시나리오였고 그만큼 감정이 이입되는 흡인력 있는 역할이었지만 성규에게 주어지는 상황과 불안감, 당혹스러움, 공포감 같은 것이 엄청났다. 솔직히 잘 담아낼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는데 감독님 눈이 불의 전차 같더라. 그 전차에 함께 태우고 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시곤 서로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제가 손을 잡았다. 감독님도 첫 연출작이다 보니 생기는 전우애가 있었다.”
'발신제한'에서 등굣길에 성규(조우진, 오른쪽부터)의 차를 타며 폭탄테러에 휘말리는 딸 혜인 역은 오컬트 영화 '사바하'에서 1인 2역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재인이 맡았다. [사진 CJ ENM]

'발신제한'에서 등굣길에 성규(조우진, 오른쪽부터)의 차를 타며 폭탄테러에 휘말리는 딸 혜인 역은 오컬트 영화 '사바하'에서 1인 2역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재인이 맡았다. [사진 CJ ENM]

 
출연 결정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대본 리딩을 납득할 때까지 하고 감독님과 의논해 수정하기도 했다. 사전 설계를 하고 들어가야 현장에서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통은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그에 맞는 상황을 연기하는데 이번엔 극 중 상황에 나를 던져보고 자연스러운 호흡이 나오는지 ‘버퍼링’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모니터할 때 저도 저를 관찰했다. 눈물‧땀을 어떻게 흘려야지 한 번도 생각 안 하고 그 상황에 나를 빠트렸다.”  
 

군사작전 방불케 한 도심 자동차 추격전 

“정말 무모하고 한 번도 도전해본 적 없는 액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붐비는 시내부터 해변 백사장까지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다 보니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현장”이었단다. “다량의 대사를 소화하고 속도를 밟아가며 통제를 뚫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늘 벌어졌다”고 했다.  

조우진은 실제 ‘딸바보’ 아빠다. “감독님하고 저 둘 다 딸바보 정도가 아니라 딸바보 멍충이라, 영화에 그런 정서가 많이 담겼다”고 했다. 딸 혜인 역의 올해 열일곱 배우 이재인에 대해선 “보석 같은 연기 천재다. 감독님이 원하는 눈물의 데시벨, 세세한 요구를 매 테이크 흔들림 없이 연기했다”고 칭찬했다.  
경찰에 폭탄 테러 용의자로 오해받은 성규가 해운대 해변에서 포위된 모습이다. [사진 CJ ENM]

경찰에 폭탄 테러 용의자로 오해받은 성규가 해운대 해변에서 포위된 모습이다. [사진 CJ ENM]

은행센터장이란 직업도 “직접 찾아가 하루 근무량은 어느 정도인지, 무슨 일을 해왔고, 학교 전공과 어떻게 연결했는지, 휴일 때 뭐 하는지 취재했다”고 했다.
 
극적인 상황에서 사실적인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데.  
“현장에서 지켜보는 감독님, 스태프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했다. 많이 조언해달라고, 현장 막내한테도 가능한 모니터를 부탁했다. 매 촬영 밀도 있는 감정을 최대한 많이 품고 있어야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을 이분들이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제 각도가 틀어지거나 조명 세팅하고 안 맞으면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그런 얘기 대신 다 맞춰주셨다. 마이크 옮겨 끼우고 카메라 각도 바꾸고….”
 
현장 풍경을 되짚던 그가 잠시 울컥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분들 노고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늘 감동이었어요. 그 덕에 버틸 수 있었죠.”  
 

조우진이 꼽은 최고 얄미운 악역? '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사진 CJ ENM]

영화 '국가부도의 날'. [사진 CJ ENM]

대구에서 상경해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 후 2015년 ‘내부자들’의 야비한 조 상무 역으로 주목받기까지 그는 무명도 길었다. “배우를 직업으로 삼은 이후 뒤돌아본 적이 없는데 ‘발신제한’ 하면서 돌아보게 됐다”면서 “눈 감았다 떠보니 지금 이 순간이 왔다는 느낌이 강하다. 돈 많이 버는 스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 했다.  
IMF 외환위기를 다룬‘국가부도의 날’에선 안하무인 재정국 차관 역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터다. 스스로도 “당시 신체 온갖 부위를 댓글로 위협받았다”며 “다시 봐도 가장 얄미운 캐릭터”로 꼽았다. “그 업보를 그대로 받은 게 이번 영화 같다. ‘너 한번 당해봐라’ 하며 보셔도 재밌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발신제한’을 신호탄으로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영화관들도 여름 채비에 돌입하는 태세다. 마블 히어로영화 ‘블랙 위도우’가 다음 달 7일, 뒤이어 류승완 감독의 실화 대작 ‘모가디슈’, 연상호 감독이 기획‧각본 한 오컬트 TV 드라마의 극장판 ‘방법: 재차의’가 28일 개봉을 발표했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1분 만에 싱크홀로 추락하는 차승원 주연 재난 영화 ‘싱크홀’, 배우 황정민이 극 중 납치당한 동명의 톱배우를 연기하는 ‘인질’ 등도 여름 개봉 예정이다.  
 
‘발신제한’은 23일 개봉 당일 오전 9시 30분 예매량이 3만7641장을 돌파하며 올해 들어 한국영화 개봉일 최다 예매량 기록을 세웠다. ‘내일의 기억’(3만5337장), ‘자산어보’(3만805장) 등을 제치고다. 조우진은 “영화관에서 즐길 만큼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타격감, 속도감 넘치는 장르적 재미와 함께 선물처럼 숨겨놓은 가족애, 부녀 호흡을 보러 와주시면 모처럼 알찬 영화 관람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전하게 방역지침 지키며 관람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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