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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가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하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의 인터넷 네트워크는 양과 질 모두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이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트 제공사업자(CP)는 미디어·커머스·교육·게임 등 거의 모든 생활 영역의 콘텐트를 제공해왔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런 콘텐트를 자유롭게 소비하고 공유해왔다.
 

표현의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냐
망 이용 대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

CP와 이용자를 연결하고 이들로부터 확보한 재원으로 인터넷 망(網) 고도화를 위해 투자한 건 통신사업자(ISP)였다. 요컨대 세계 최고 인터넷 네트워크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성공은 최종 이용자·CP·ISP 세 행위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 일군 결실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로 지탱해 온 인터넷 생태계가 최근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일부 글로벌 CP가 콘텐트 파워라는 협상력을 무기로 망 이용 대가 납부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裁定) 절차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들은 무료 이용의 논거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망 중립성을 들고 있다.
 
망 이용 대가와 표현의 자유의 관계를 보자. 한국의 무수한 스타트업이 창의성을 발현하고,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유통하는 과정에서 촘촘한 망 설비가 실핏줄 역할을 했다. 이용자도 저렴하고 질 좋은 인터넷을 활용해 문자는 물론 음성·영상·그래픽 등 표현의 도구를 확장할 수 있었다. 결국 일부 CP의 주장과 달리 망 사용료에 기반을 둬 구축된 고도화된 인터넷 네트워크가 표현의 자유를 더 강화한 것이다.
 
망 중립성은 누구든 차별 없이 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ISP가 인터넷 트래픽의 불법적인 차단이나 비합리적 차별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접속이 필수적인 통신서비스임을 고려해 민간사업자인 ISP에도 트래픽에 대한 비차별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트래픽 관리와 무관한 망 이용 대가는 망 중립성과 관계가 없다.
 
최근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트로 인해 CP들의 트래픽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ISP의 네트워크 증설을 위한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최종 이용자든 CP든 생태계 참여자는 늘어난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일부 글로벌 CP가 망을 이용하면서 그 대가를 낼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할까.
 
이런 일부 CP의 책임 회피는 인터넷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먼저 이용자의 부담 증가 가능성이다. 실제 2016년 미국 사례가 있다. 당시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차터커뮤니케이션의 인수합병 조건으로 차터커뮤니케이션이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콘텐트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하게 했다.  
 
이후 최종 이용자들의 인터넷 요금이 20% 상승하자 연방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FCC의 행정 조치를 취소했다. 이 사례는 CP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적정 수준의 비용 부담을 하지 않으면 최종 이용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 CP들이 설 곳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거대 CP가 무상으로 네트워크 자원을 독점함으로써 작은 CP가 생존하기 어렵게 된다. 만일 모든 CP가 망 이용 대가를 거부할 경우 무임승차로 인해 네트워크 품질이 황폐해지는 ‘공유지의 비극’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유지·확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고도화 등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ISP, CP, 최종 이용자 간 공정한 비용 분담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오늘날 한국의 막강한 인터넷 네트워크와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최종 이용자와 CP의 기여, ISP의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정책적 지원에 의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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