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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사임 예정됐다해도···쿠팡탈퇴로 이어진 'MZ 분노'

"당분간 불편하겠지만, 쿠팡 탈퇴합니다."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 화재 당일 책임회피까지 실망입니다."

 
지난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데 반발해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 운동이 번지고 있다. 화재를 진압하던 김동식 119 구조대장이 숨진 채 발견된 19일 '쿠팡 탈퇴'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고 관련 트윗이 10만 건을 넘기도 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노동 환경과 김범석 창업자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회원 탈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뉴스1]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노동 환경과 김범석 창업자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회원 탈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뉴스1]

 
20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각각 수백여건의 '#쿠팡탈퇴' 인증 게시물이 계속됐다. 탈퇴 방법을 묻고 답하는 댓글과 인증사진이 행렬이 계속된 것이다.
 

화재 당일 김범석 의장 사임 공개에… 책임 회피 논란이 촉발

김범석 전 의장의 사임을 놓고 반발이 거세진 건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이 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인스타그램 캡쳐]

[인스타그램 캡쳐]

쿠팡 측은 이날 "김 전 의장의 사임은 5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된 사안으로 화재 당일 이 사실을 공개한 건 초기 진압에 성공한 상황이어서 불이 다시 커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 사임과 이번 화재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에서 미흡한 부분이 확인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또 김 전 의장이 19일 오후 김동식 대장 빈소를 직접 조문하고, 강한승 대표이사도 20일 "회사 차원에서 유가족들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MZ세대 인권·노동·젠더 연결 '가치 소비'

이번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쿠팡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센 데는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권·노동 문제와 관해서 '가치 소비' 성향이 뚜렷해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62%는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소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최근 소비자들은 인권과 노동, 젠더 문제를 소비와 연결한 이른바 '가치 소비'에 적극적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맞지 않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번 소비자 반발도 화재 책임만이 아니라 쿠팡맨(쿠팡 택배기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사망 사고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깔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식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식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은 창업주 외손녀 관련 구설수 등을 겪으며 여러 차례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 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30 남성 '우신사' 반발…젠더 이슈에도 민감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지난 3월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성차별 면접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지난 3월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성차별 면접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성차별 의혹 등 젠더와 관련한 문제도 과거보다 더 민감해졌다. 지난 3월 동아제약은 성차별 면접 논란으로 불매운동 대상이 됐고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다. 
 
같은 달 2030이 주 고객인 인터넷 쇼핑몰 무신사는 여성 플랫폼 '우신사'의 여성 고객들에게만 할인 쿠폰을 지급한 뒤 일부 남성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쿠폰 차별을 지적한 고객 계정을 '반복적으로 같은 글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정지한 것도 문제가 됐다. 남성들의 탈퇴와 불매 움직임이 커지자 조만호 대표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가치 소비, 책임 강조…대응은 위기이자 기회" 

이런 움직임 가운데 기업들도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ance) 등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하다는 ESG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 운동은 법률적 책임을 따지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연결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면이 있다"면서 "쿠팡의 경우 의장 사임이 논란이지만 이후 회사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건 이해관계자로서 해결하려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이슈가 기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지 선제적으로 살펴 기업 내·외부 위험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재해나 사고의 경우 대응이 기업에겐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처리 과정에서 노동자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국·추인영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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