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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에 유혈 진압 전력 “테헤란 도살자”, 이란 대통령에 당선

이란의 제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브라힘 라이시.AFP=연합뉴스

이란의 제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브라힘 라이시.AFP=연합뉴스

 
이란의 강경 보수 성직자이자 법조인 출신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가 압도적 표차로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1970년대 이슬람 혁명 후 치러진 대선 중 가장 낮았고, 과거 반정부 인사들을 처형한 이력 때문에 ‘테헤란의 도살자’가 되돌아왔다는 비판도 국제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73) 대통령과 달리 강경 노선을 걸어온 인물이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들어 재개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과 견원지간인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악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압도적 지지율, 역대 최저 투표율

에브라힘 라이시를 지지하는 이들이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당선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를 지지하는 이들이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당선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라이시가 대통령 선거에서 1792만 6345표(득표율 61.9%)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범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혁명수비대 출신 모센 레자에이가 득표율 11.8%, 온건·개혁파인 압돌나세르 헴마티가 8.5%로 뒤를 이었다.
 
다만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48.8%로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역대 가장 낮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수년 간 정치적 혼란과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국민들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무관심이 커지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이란핵합의 파기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등을 겪으면서 서방에 대한 반감과 보수 세력 지지가 함께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체제 인사 숙청, 시위대 유혈진압…“테헤란 도살자”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라이시는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자 유력 후계자 후보로 꼽힌다. AP=연합뉴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라이시는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자 유력 후계자 후보로 꼽힌다. AP=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서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파로 꼽히는 라이시의 당선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국부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2)의 측근인 동시에 유력한 후계자 후보이기도 하다. 하메네이는 “어제 대선의 위대한 승리자는 이란 국민”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북동부의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때 정규 교육과정 대신 신학교 진학을 선택해 성직자가 됐다. 81년부터 검사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정계에 가까워진 건 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였다.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지시로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을 숙청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4명 중 1명으로 지목됐다. 2009년엔 대선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녹색운동’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했다. 법조계에 30년 가까이 종사한 그는 최근 2년 동안 사법부 수장도 맡았다.
 

이란핵합의·이스라엘과의 관계는

핵합의 복원 회담에 참석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가운데). [이란 외무부]

핵합의 복원 회담에 참석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가운데). [이란 외무부]

 
‘반미’를 고수해온 그가 당선되면서 미국과의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인들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이란 정부가 개혁파 인사들의 정치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두고 “사실상 라이시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관건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시작된 이란핵합의 협상이다. 외신들은 라이시가 오는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될 핵합의 협상 자체엔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는 열쇠이자 이란 경제의 회복으로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란은 현재 60%인 우라늄 농축비율 상한선을 더 올리는 등 강경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신임 총리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최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신임 총리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최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역시 최근 강경파 총리가 선출된 이스라엘과는 ‘강 대 강’ 대치가 예상된다. 최장수 총리였던 베냐민 네타냐후를 몰아내고 새 총리가 된 나프탈리 베네트는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첫 연설에서 “중요 시점에 도달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라이시의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진 그는 이란인 수천 명의 목숨에 책임이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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