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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고 부숴도 소용없다···증거 반드시 찾아내는 '디지털 부검'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이 기사는 최보윤 경기남부경찰청 디지털포렌식 계장의 인터뷰를 재구성했습니다.)
 
 
“사람이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찰의 책임이기도 한 말인데요, 그 말을 완벽하게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점점 커집니다.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서만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드는 생각입니다. 
 
왜냐고요? 예전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각종 영상기기 등과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자기기가 아니더라도 폐쇄회로TV(CCTV)·블랙박스 등 범죄의 흔적을 남긴 디지털 증거를 피해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완전 범죄가 가능한 세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바로 ‘디지털 포렌식’ 덕분입니다.
 
사회 이목이 쏠리는 큰 사건이 터지면 “경찰이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는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포렌식이 도대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디지털 부검’으로 불리는 ‘법 과학’

최보윤 경기남부경찰청 디지털포렌식 계장의 자리. 사진 채혜선 기자

최보윤 경기남부경찰청 디지털포렌식 계장의 자리. 사진 채혜선 기자

디지털 포렌식을 어떤 분은 ‘디지털 부검’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감이 썩 좋지 않아서 그냥 ‘법 과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각종 디지털 데이터나 통화 기록 등의 정보를 분석해 범행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수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조합하면서 피의자나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즉 범죄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제3자가 분석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결과라면 이렇게 해석을 해야 한다’는 답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죠. 신뢰성과 과학적 타당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서 어떨 땐 같은 내용이라도 여러 번을 돌려볼 때가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는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입니다. 개인이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기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돼버려서입니다. 이 때문인지 저희가 처리하는 사건 건수가 매년 30~40%씩 늘고 있습니다.
 

성착취물 포렌식 뒤 심리 상담도 받아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중앙포토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에는 성착취물 관련 포렌식 수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 영상이나 파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보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꽤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신과 상담을 받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저는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동영상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청년이 부모와 가족에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우는 영상이었지요. 그 증거를 보는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요즘 청년들이 많이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식을 둔 아빠로서 가슴이 아주 아팠습니다.
 
저희에게 급하지 않은 사건은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작은 사건이라고 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이니까 저희는 최대한 빨리 분석하려고 합니다.
 
빠른 분석은 용의자에게도 도움되는 일입니다.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면 ‘찰칵’하는 촬영 행위가 있었는지 등이 다 나옵니다. 그게 안 나오면 오해받은 사람은 풀려날 수 있겠죠. 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닐까봐 불안했을 신고자도 안심하게 됩니다. ‘혐의없음’을 입증하는 것도 저희에겐 중요한 일입니다.
 

“증거는 반드시 나온다”

깨진 아이폰. 사진 픽사베이

깨진 아이폰. 사진 픽사베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노트북 등을 부수거나, 물·불에 넣거나 혹은 그 안에 든 정보를 다 삭제하면 포렌식을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요. 그런 행동들이 분석에 악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반드시 나옵니다.
 
어떨 땐 “압수물을 분석하니 증거가 다 사라진 ‘깡통 휴대전화’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는데, 데이터는 다양한 경로로 여러 곳에 저장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포렌식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잠금을 풀 수 있느냐 없느냐’를 많이 궁금해하는데,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객관적 증거에 기반을 둔 수사를 만들어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경찰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국민 기본권을 지키며 더 치밀하게 수사한다는 뜻입니다. 증거 없이 자백을 강요하는 수사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포렌식 수사관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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