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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무리한 정규직화, 노노갈등 키우고 채용여력 줄였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비정규직 제로' 정책 

친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에서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노조끼리 공공기관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며 마찰을 빚었다. 이런 노노(勞勞) 갈등을 해결해야 할 이사장은 스스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사자인 양 노조가 한발씩 물러서면서 김용익 이사장이 단식을 멈췄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고용 논란 등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둘러싼 잡음은 정부 임기 말까지 끊이질 않고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건보공단의 노노 갈등은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밀어붙인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문제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 1600여 명 중 민주노총 노조원 970여 명은 콜센터의 공공성 강화 등을 명분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같은 민주노총 소속 공단 노조는 “공정성을 해치는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면서 정규직화 협상 참여를 거부했다.  
 
이는 사회 이슈로까지 번졌다. 특히 청년층 반발이 거셌다. ‘노력의 결과로 정규직 채용이 되어야지, 투쟁의 결과로 정규직 채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인국공 사태와 판박이다. 당시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형태로 직고용하기로 한 결정이 ‘공정하지 않다’면서 반발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사옥 점거 농성도 마찬가지다. 갈등 끝에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임금인상 요구로 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 ‘용역ㆍ파견 등은 간접고용에 해당하니 없애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공기업에 직접 고용이 안 된 이들은 정규직으로 만들어 달라고, 새로 정규직이 된 이들은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상승하고 신규 고용 여력이 감소해 부담이 크다. 또 기존 근로자들은 자신이 얻던 이익의 일부를 양보해야 하므로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배경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 가운데, 건보공단 직원들과 젊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며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반발이 크다. 독자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 가운데, 건보공단 직원들과 젊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며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반발이 크다. 독자 제공

 
후유증은 또 있다. 공공기관 인건비는 늘고 신규 채용 여력은 줄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중앙ㆍ지방정부ㆍ공공기관 등 853개 기관에서 19만2698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이는 개별기관 전환 목표 인원(17만4935명)을 초과 달성한 수치다.
 
2017년 24조2000억원이었던 350개 공공기관 인건비는 올해 32조4000억원으로 4년 만에 8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신규 채용은 3만735명으로 전년도(4만1336명)와 비교해 약 1만명 이상이 줄었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 인원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세밀하지 못한 방식으로, 조급히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기존 구성원 간의 갈등,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조달할지 등 정규직화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조직이 비대화되면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줄게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텐데, 적잖은 공기업에서 없어지는 일자리를 억지로 붙들어 두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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