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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찾아준 대가 200만원…‘마늘밭’ 굴착기 기사 10년 회한

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범죄수익환수 포상금의 탄생

2011년 4월 10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 한 마늘밭(990㎡).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밭을 굴착기로 파헤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밭 곳곳에서 5만 원짜리 현금 뭉치가 110억 원가량 쏟아진 겁니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김제 마늘밭 현금 사건’의 시작입니다.
 
조사 결과 페인트통 등에 들어 있던 현금 뭉치는 이른바 ‘검은돈’이었답니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이모씨 형제가 벌어들인 150억 원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매형인 이모(당시 52세)씨 부부가 처남들에게 받아 숨긴 거액의 돈은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골 마늘밭에 현금다발이 묻히게 된 것은 2010년 4월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입니다. “보내준 돈으로 땅을 사서 돈을 묻으라”는 이씨 처남의 전화가 발단이 됐습니다. 앞서 이씨 부부는 2009년 6월부터 2011년 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현금 112억3474만원을 건네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씨는 김제의 토지 2필지를 1억 원을 주고 산 뒤 집 장롱과 화장대 밑 등에 보관해뒀던 돈을 옮기기로 합니다.
2011년 4월 8일 전북 김제시 한 마늘밭에서 발견된 5만원권 현금 뭉치. 중앙포토

2011년 4월 8일 전북 김제시 한 마늘밭에서 발견된 5만원권 현금 뭉치. 중앙포토

 

110억원, 묻는 것도 고역…10차례 나눠 작업

하지만 돈을 묻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답니다. 워낙 거액인 탓에 10여 차례에 걸쳐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헤쳐야 했습니다. 현금을 비닐로 포장한 뒤 김치통·실리콘통·양은찜통 등에 나눠 담아 일일이 밀봉하는 것도 고된 일이었습니다. 고생 끝에 돈을 모두 묻은 부부는 밭에 마늘·고추·들깨 등을 심었답니다. 현금 뭉치가 발견된 곳이 '마늘밭'으로 불리게 된 이유입니다.
 
밭에서 거액의 현금 뭉치가 발견되자 전국에서 구경꾼이 몰렸습니다. 주로 “마늘밭에서 기를 받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어디가 110억원이 묻혔던 곳이냐'를 묻는 외지인들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돈이 묻힌 배경 못지않게 발견된 발단도 황당합니다. 전 땅주인의 부탁을 받고 마늘밭에서 나무 등을 옮긴 굴착기 기사 안점상(64)씨의 분노가 시작입니다. 그는 이씨로부터 도둑으로 몰리자 “누명을 벗겠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처남 몰래 2억4000만원을 쓴 뒤 안씨에게 뒤집어씌우려다 발각됐습니다. 결국 당시 마늘밭 등에서 나온 현금 110억 원은 모두 국고로 환수됐답니다.  
 
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중앙포토

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중앙포토

유실물 아닌 범죄수익금…“200만원이 전부”

이 사건을 알린 굴착기 기사 안씨 또한 큰 피해를 봤습니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마늘밭 사건 때문에 삶이 몰락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조폭이 개입됐다'는 소문 탓에 수년간 불안에 떨어야 했답니다. 안씨는 "머리맡에는 항상 가스총을 두고 자고, 마당에는 도베르만 등 맹견 서너 마리를 풀어놨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포상금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고 합니다. 안씨는 "신고 포상금으로 경찰에서 2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경찰이 마늘밭에서 나온 돈을 유실물이 아닌 범죄수익금으로 봤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안씨 행동은 훗날 ‘범죄수익환수 포상금’이 생기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법무부가 2014년 5월 29일부터 시행 중인 제도는 범죄수익이 국고에 귀속된 경우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게 골자입니다. 국고귀속 금액이 5000만원 미만이면 최대 500만원, 200억원 이상은 1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답니다. 만약 이 제도가 마늘밭 사건 전에 있었다면 안씨는 최대 7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경호 내셔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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