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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일의 늪'에 빠졌다···박영수, 국정농단 특검팀 탈출작전

국정농단 특검팀은 지난 2016년 12월 21일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정식 이름이다. 문재인 정부(2017년 5월 10일)보다 먼저 출범했는데 19일 현재 1642일째(4년 6개월) 문을 닫지 않고 있다. 특검팀을 이끄는 박영수 특검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법 1조에 명시된 ‘사건의 진상규명’은 이미 이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은 문 대통령 만류로 당분간 현판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법 “정당한 사유 없이 사퇴 안돼”
엄격한 퇴직 규정에 ‘강제 수명 연장’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어방용 지원단장, 윤석열 수사팀장, 양재식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영수 특검, 이용복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조창희 사무국장.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어방용 지원단장, 윤석열 수사팀장, 양재식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영수 특검, 이용복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조창희 사무국장. 중앙포토

“특검, 판결 확정돼야 퇴직 가능” 

국정농단 특검법 14조는 “특별검사 등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거나 판결이 확정되어 보고서를 제출한 때에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했다. 박 특검 등은 수사했던 사건 관련 전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특검팀에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다.
 
특검팀이 맡았던 대다수 사건은 확정판결이 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민·관인사 및 이권개입 사건,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입시 비리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 등이다.
 
아직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건 2건뿐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루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직권남용 사건은 2017년 상고가 제기된 뒤 대법원이 3년째 심리 중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사건이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건이 언제 매듭짓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연내 마무리되는 것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자칫, 현 정권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2017년 수사를 70일 만에 끝낸 특검팀으로선 하릴없이 법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특검팀이 해야 할 일은 ‘공소유지’뿐이다. 그래서 100명이 넘던 특검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박 특검을 비롯해 특검보 2명, 특별수사관 1명, 지원단장 및 소수의 행정직원만 남았다. 
지난 2018년 최서원 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최서원 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퇴직 못 해…사실상 퇴직 어려워” 

특검이 유지되는 한 박 특검이 그만두기도 어렵다. 특검법이 특검의 퇴직, 해임 사유를 까다롭게 해놔서다. 특검법 14조는 “특별검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퇴직할 수 없으며, 퇴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은 특검이 사퇴서를 제출할 경우 국회에 바로 통보해야 한다. 또 즉시 후임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 박 특검의 사퇴 의사를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구조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직무수행이 곤란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다는 게 증명되지 않으면 퇴직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남아있는 특검팀은 모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황이지만 증명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법이 바뀌면 특검팀이 문을 닫을 수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지난해 7월, 백혜련 의원 등 10인이 같은 해 11월에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3심 재판을 통해 수사대상 사건의 진상규명이 완료되었으나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대검찰청에 해당 사건을 인계한 다음 특별검사가 특별검사 업무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퇴직이 어렵다면 변호사 겸직이라도 허용해 달라는 게 특검팀의 호소다. 특검팀은 지난 3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특검의 변호사 겸직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역대 특검법은 수사 종료 때까지만 겸직금지 의무가 규정됐다. 겸직금지 의무 규정에 ‘수사 완료 후 공소유지를 위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이면서다. 그런데 국정농단 특검법에서는 이 조항이 빠졌다. 국정농단 특검팀은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변호사를 겸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특검팀 내부에서 ‘경제적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야당이 “규정에 맞게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며 특검법 폐지안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 때도 유사한 법안이 있었지만 폐기됐다.
 
여당 역시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 특검이 그만둔 뒤 유력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박 특검의 요청으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일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연계된 국정농단 특검팀의 상징성도 있다.
지난 2017년 3월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박영수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17년 3월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박영수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특검팀 유지 국고 낭비…법원, 신속히 사건 처리해야”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겸직제한 규정이 지나치면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향후 장기간의 경력 단절을 감수하고 특검에 합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 개정과 별개로 법원에서 관련 사건을 되도록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일했던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국정농단 관련 사건을 지나치게 오래 끌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확정판결이 지연됨에 따라 임무를 사실상 끝낸 특검팀을 계속 유지하는 건 국고 측면에서도 낭비”라고 지적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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