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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바이든 외교와 세계정치: 도전과 과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서울대 명예교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서울대 명예교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팀을 보면 외교를 보면 체계적이고 치밀한 프로다움이 느껴진다. 이론과 실전 경험을 겸비한 최고 전문가들을 요직에 임명할 때부터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지난 150일간의 외교행적 속에서 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쿼드, 한·일, 한·미 정상회담, 미·중 2+2회담에 이어서 이번 주 G7, 미-EU, 나토, 미·러 정상회담의 진행 과정을 보면, 일종의 마스터플랜을 갖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움직인다는 느낌을 준다.
 

프로다움 느껴지는 바이든 외교
미국의 국제 리더십 복원될까
트럼프 때 신뢰 상처로 쉽지않아
치밀하고 당당한 외교 필요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보여준 미국 측 외교의 능란함도 돋보인다. 트럼프 때처럼 거칠게 다루거나 말실수 없이, 상대방을 존중하며 철저하게 정제된 언어들을 구사한다. 그리고 동맹이라는 틀로만 압박하지도 않고, 적당한 실리와 명분을 제공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달성한다.
 
며칠 전 영국 콘웰에서 열린 G7회담도 국제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지난 4년 트럼프 시대는 국제정치의 리더십이 실종된 혼란기였다. 모든 나라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마저도 협력하지 못하고, 자국 이익만을 챙기며 각자도생의 길로 나섰다. 그리고 도처에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확산되었다. 이러다가 1930년대처럼 경제적 어려움 속에 보호주의와 나치즘, 파시즘이 판치다가 전쟁으로 치닫는 것 아닌가 우려했었다.
 
그런데 이번 G7에서는 글로벌 이슈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했고 자유 세계가 나아갈 협력 방향도 선명히 제시했다. 트럼프 시대에는 듣기도 힘들었던 민주, 자유, 평등, 법치, 공정·자유 무역 등이 국제규범으로 강조되었다. 부족하긴 하지만 우선 미국이 5억, 유럽국가들이 5억 도스의 백신을 저개발국들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핵심은 이러한 국제규범을 밀고 나갈 구체적 방책으로서 “더 나은 세계 재건 (B3W)”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중·저소득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40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거대 구상이다. 그동안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에 시동을 건 이후, 이에 대응할 세계 경제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영향력을 확장해나갔다. 일대일로보다 더 나은 B3W를 만들기 위해 투명성, 지속가능성, 친환경 원칙도 강조했다.
 
선데이칼럼 6/19

선데이칼럼 6/19

그렇다면 리더십을 복원하고 민주국가들과 동맹을 규합하여 권위주의 확산을 막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바이든 팀의 외교목표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직은 장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년간 미국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내버렸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어렵게 협상해 만들어낸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핵협정, TPP에서 미국이 탈퇴해버린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바이든의 분명한 비전과 공약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2022년 중간선거,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 3년 반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필요한 국내 개혁에 성공하고 분열된 국민들을 통합해내야만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 상황은 전혀 만만치가 않다. 지난 대선에서 73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미국 정치는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고 공화당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중산층을 위한 경제외교를 내걸었다. 미국 내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산품장려(Buy America) 정책을 고수하고 미국 안으로 생산기지와 공급망(supply chain)을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호주의적 정책이 미국이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질서에 맞지 않아, 미국의 자기모순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념, 군사, 경제, 기술 분야에서 대결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글로벌 이슈 등을 놓고서는 어떻게 협력해나갈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즉 어떤 방식으로 대결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할지, 바이든 정부는 아직 확실한 아이디어가 없어 보인다.
 
한편 중국 외교는 어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서방세계에서 일어난 불평등의 심화와 정치적 불만의 폭발 징후들이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유리한 여건을 제공했다. 그러나 서구식 정치경제로의 수렴이 아니라 권위주의 강화 방향으로 대결의 길을 선택한 시진핑 노선, 그 자체의 내재적 모순과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체제 내부의 경직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시로 남용하는 경제제재 압박외교, 거친 전랑(戰狼)외교는 수많은 국가를 중국과 중국모델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미·중 관계가 주도하는 국제정치는 이처럼 불안정하고 복잡하다. 그 가운데서 분단국가인 우리는 대국들을 상대로 국가이익을 달성해야 한다. 지나친 국내정치용 진영논리나 이념, 당파적 감성으로 외교를 접근하면, 현실을 정확하게 못 보고 실책을 낳는다. 난제를 모면하는데 급급한 소극적 회피주의도 문제를 오히려 키운다. 우리에게 있는 외교자산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며, 때로는 명분을 내세워 부딪칠 줄도 아는 치밀하고 당당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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