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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하는 영웅들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적기 직상! 급강하!”
 

뇌격기 분투로 이긴 미드웨이처럼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 되새겨볼 때

1942년 6월 4일 오전 10시 22분. 미드웨이 제도 북서쪽 150마일 해상에서 일본 해군 항공모함 카가(加賀)의 견시(함교에서 육안으로 장애물 등을 감시하는 병사)는 머리 위에서 급강하하는 미 해군 함상 폭격기를 발견하고 외쳤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항모 엔터프라이즈에서 출격한 폭격기 ‘SBD 돈틀레스’ 28대가 차례로 투하한 50발의 폭탄 중 최소 5발을 얻어맞고 불지옥으로 변했다. 이어 요크타운과 호넷에서 발진한 폭격대가 합류하며 5분 만에 아카기(赤城)·소류(蒼龍) 역시 500파운드(227㎏)·100파운드(454㎏) 폭탄을 서너발씩 얻어맞고 불타올랐다. 일본의 마지막 항공모함 히류(飛龍)는 요크타운을 격파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오후 5시쯤 미 해군 함재기들의 반격을 받아 격침됐다. 일본이 자랑하던 제1항공함대가 정규항모 4척을 모두 잃는 순간이었다.
 
결정적인 수훈을 함상 폭격기가 올린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빛나는 전과는 뇌격기들의 희생으로 얻은 것이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일본 함대를 발견하고 첫 공격을 시작한 호넷 소속 ‘TBD 데버스테이터’ 뇌격기 15대는 제로 전투기의 방어망에 걸려 전멸했다. 비상 탈출에 성공한 한 명을 제외한 29명의 탑승원은 모두 전사했다. 이어 엔터프라이즈의 뇌격기 14대, 요크타운의 뇌격기 12대가 20~30분 간격으로 차례로 공격을 가했지만 단 한발의 명중탄도 내지 못했다. 엔터프라이즈 소속 4대만이 모함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00㎞에 불과한 이 뇌격기는 어뢰를 겨냥하기 위해서 일직선으로 저공비행을 해야 했다. 최고 시속이 500㎞를 넘는 제로 전투기가 겨냥하기 딱 좋은 목표였던 셈이다. 그러나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대공포 사수들의 시선이 수평선으로 향하고, 제로 전투기들이 저공으로 내려와 함대의 상공이 훤히 비워진 순간을 급강하 폭격기가 파고들었던 것이다.
 
78년 전 이맘때 벌어진 해전은 불가능에 가까운 위험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다 희생된 군인도 화려한 전과를 거둔 군인만큼이나 영웅이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남서쪽 1㎞ 지점에서 침몰한 포항급 초계함인 천안함(PCC-772) 역시 마찬가지다. 전사한 46명은 물론, 구조된 58명 모두에게 경의를 보여야 한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책임은 제대로 된 소나(대잠수함 음파탐지기) 하나 없는 배를 최전선에 내보낸 군 수뇌부와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에게 있다. 그해 5월 민군합동조사단과 미국·영국·스웨덴·호주 국제조사단은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은 이어진다. 최근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천안함 함장이 당시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고 말했고, 휘문고의 한 교사는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 갔어야 할 함장이란 새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대고 지X이야”는 글을 올렸다. 보수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전준영 천안함 전우회장은 “사건이 일어난 이명박 정권과 그다음 박근혜 정권은 무엇을 했느냐”며 “보수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일 전 함장의 명예대령 진급도 전역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해줬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첫 공식일정으로 14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묘역을 참배한 뒤 유족들에게 “10년이 넘었는데도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당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전쟁 70년을 앞둔 6월, 젊은 야당 대표의 눈물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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