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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활동 곳곳에서 작동하는 물리학

생명의 물리학

생명의 물리학

생명의 물리학
찰스 S 코켈 지음

DNA 가닥 사이의 수소 결합
적당히 튼튼해 복제·분리 쉬워

개미 집짓기, 무당벌레 점착력
물리 방정식으로 표현 가능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무생물인 물질의 성질을 다루는 학문은 물리, 생물을 탐구하는 학문은 생물이었다. 아무리 융합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물리와 생물은 서로 뚜렷이 구분되는 독립적 과학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생명의 물리학』은 바로 그런 선입관을 유쾌하게 무너뜨리는 첨병이다. 지은이 코켈은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내고서 물리학과에 합류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분자 생물물리학 박사인 코켈은 지금은 에든버러대 천문물리학부 우주생물학 교수로 있다.
 
이 책은 물리학과 진화생물학의 분명한 연결고리를 탐구한다. 이 고리가 보여 주는 진실은 ‘생명이란 많은 흥미롭고 독특한 물질과 더불어 우주에서 증식하고 진화하는 물질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생명들이 겉보기에는 끝없이 다양한 것 같지만 실은 나머지 모든 종류의 물질에 적용되는 단순한 물리적 법칙을 따르고 있음이 더 확고하게 입증되고 있다고 본다.
 
물리 법칙과 개념의 사례를 생물학에서 찾아 보여 주는 사례는 많다. 예를 들면, DNA의 두 가닥이 친숙한 이중 나선을 이루는 것은 수소 결합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결합에 관여하는 힘은 DNA 가닥을 붙잡아 두고 분자의 결합을 유지할 만큼 강하지만, 세포가 둘로 나뉘어 DNA 정보가 복제되어야 할 때 두 가닥이 쉽게 분리될 만큼 약하다. DNA 복제와 그 재생산 구조는 원자 사이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DNA 두 가닥은 수소결합으로 연결돼 있다. 분리가 크게 어렵지 않을 정도의 결합력이 작용한다. DNA 복제와 그 재생산 구조는 원자 사이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생명 활동까지 물리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중앙포토]

DNA 두 가닥은 수소결합으로 연결돼 있다. 분리가 크게 어렵지 않을 정도의 결합력이 작용한다. DNA 복제와 그 재생산 구조는 원자 사이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생명 활동까지 물리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중앙포토]

실제로 이 책은 개체군에서 원자 규모에 이르는 생명의 놀라운 단순성을 여러 가지 방정식으로 소개한다.
 
개미는 가장 간단한 규칙만 가지고 거대한 땅속 제국을 건설한다. 개미들이 짓는 집의 용적은 간단한 멱법칙이 적용된 방정식(y=kxⁿ)으로 표시할 수 있다. 여기서 y는 개미 마릿수, x는 개미집 용적, n은 두 변수의 거듭제곱 비율을 나타내는 수(멱·冪)이다. 개미 개체가 많을수록 나를 수 있는 흙 알갱이 개수도 많아져 집 용적이 커진다는 것이다.
 
멱법칙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클라이버법칙(대사율=70X몸무게^0.75)이다. 동물이 연소하는 에너지(대사율)와 몸무게 사이의 단순한 관계를 표시한 것이다. 몸집이 큰 동물의 대사 요구량이 작은 동물보다 크다는 뜻이다. 고양이의 대사율은 쥐의 약 30배 정도다.
 
무당벌레 다리 점착력 방정식.

무당벌레 다리 점착력 방정식.

무당벌레의 발바닥은 가시털이라는 작은 털로 덮여 있다. 가시털은 무당벌레를 표면에 달라붙게 해 준다. 발바닥에서 유체 막을 분비하면 곤충처럼 작은 규모에서는 유체가 모세관 작용과 점성을 통해 강한 점착력을 발휘한다. 무당벌레는 이런 식으로 액체를 분비하여 요철을 메움으로써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다. 유체 층은 얇고 마찰력이 커서 무당벌레가 수직면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 준다. 무당벌레의 다리가 낼 수 있는 총 점착력은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오른쪽 위 사진). 이를 이용해 무당벌레가 자신의 작은 세계를 구성하는 지형을 얼마나 훌륭하게 숙달하고 누빌지 예측할 수 있다. 무당벌레가 발을 떼어 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구하는 식, 가시털의 이론상 최대 밀도를 구하는 식도 세울 수 있다.
 
두더지의 땅속 생활에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성질이 요구되는데 그중 상당수는 압력이 힘 나누기 면적과 같다(‘P(압력)=F(힘)/A(면적))는 간단한 물리 방정식을 토대로 삼는다. 두더지가 파려는 흙의 응집력보다 압력이 크면 두더지는 앞에 있는 물질을 옮길 수 있으며 압력이 작으면 옮기지 못한다. 두더지는 앞다리가 작달막해서 단면적이 최소화된 덕에 결국 자신 앞에 가할 수 있는 압력이 극대화된다. 두더지는 작은 면적에 가해지는 힘을 극대화해 흙을 효과적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타협의 공학적 산물이다. 이 법칙의 진화적 결과로 두더지는 계통과 상관없이 똑같이 생겼다. 두더지의 생김새는 물리학의 산물이며 어디든 그 생김새를 결정하는 것은  P=F/A 방정식이다. 땅굴을 파는 상당수의 다른 동물도 전반적으로 설계가 동일하다.
 
여기서 든 예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지은이 코켈은 방대한 생물학·물리학 연결고리 지식을 이 책에 쏟아 놓았다. 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으며 조금 더 전문적 접근이 필요한 독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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