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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사망사고...관행이 불러온 참사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건물 붕괴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건물 붕괴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피해 규모만 달랐을 뿐 올해에만 비슷한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정해진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건설업계 관행 때문이다.  
 

연이은 건설 현장 사고, 중대산업재해법 앞두고 논란
오너 처벌 리스크에 ‘실질적 변화’ 필요성 커져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9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까지 일어남에 따라 건설업계는 결국 변화의 모멘텀을 맞게 됐다.  
 

구조검토·현장감리 없던 철거 현장

10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선 도로와 인접한 5층짜리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구조검토 및 현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현장엔 감리도 없었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높은 건물을 철거 과정에서 가장 핵심은 위에서부터 한 층 한 층 제거하는 동시에 하중에 부담을 주는 철거 잔해를 치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이번(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에선 이러한 과정 없이 뒤편 외벽부터 깨 들어가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건물 철거는 붕괴 가능성이 있는 위험작업에 속해 사전에 지형 및 건물구조를 검토하고 철거 순서를 계획하는 과정이 필수다. 또 전문가들은 외벽 뿐 아니라 슬라브 하중을 받치는 내벽이 무너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붕괴위험까지 예측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해당 철거작업은 건물보다 높게 쌓은 토사 위에서 굴삭기가 건물을 철거하는 방식으로 신고돼 공사가 진행됐다. 사고 건물은 뒤편 외벽부터 굴착기로 철거에 들어갔으며 이 때문에 건물이 도로 앞쪽으로 붕괴하며 버스를 덮친 것으로 보인다. 장비를 투입하기 위해 쌓아둔 토사 또한 건물 붕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로만 ‘재발 방지’, 증가하는 건설 사망사고

2020년 업종별 사고사망자 비율 [고용노동부]

2020년 업종별 사고사망자 비율 [고용노동부]

학동4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권순호 대표이사는 광주시를 찾아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피해 회복과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 전사적 대책을 수립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학동4구역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철거하도급 공사를 맡은 한솔기업은 철거시장 선도기업으로 73m 높이 동대문 굿모닝시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업계에선 “선도기업도 이럴진데 다른 곳은 오죽 했겠냐”는 말까지 돈다.  
 
실제로 사고가 날 때마다 관련 부처와 기업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현장인력 5명이 사망한 평택 물류센터 신축현장 사고 당시에도 국토교통부가 사건 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설립·운영한다고 발표한 바있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은 지난달에도 발생했다. 5월 1일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0구역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9층짜리 건물이 붕괴하면서 인부 1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같은 달 24일 이번에 사고가 난 광주에선 화정동 ‘골드클래스’ 아파트 건설에 투입된 50대 근로자가 안전장비 없이 사다리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숨졌다.  
 
통계에 따르면 건설 사망자는 전체 사망재해 사망 건수의 절반 이상이며 그 수 또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882명이었으며 그 중 건설업 사망자가 458명으로 51.9%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428명 대비 30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가 23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물체에 맞음(42명)·부딪힘(38명)·화재(36명)·깔림 및 뒤집힘(33명)이 근소한 차이로 잇고 있다.
 
 

‘포스트 중대재해처벌법’ 시대 대비해야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고는 대부분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에 따르면 높이 또는 깊이가 2미터 이상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선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대가 설치돼야 한다. 동일 규칙 제38조에 따르면 건물 등의 해체작업을 할 경우에도 근로자 안전을 위해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39조에선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솜방망이 처벌(사망사고 발생 시 평균 벌금액 432만원, 사업주 형사처벌 10년간 0.5%)’이 계속됨에 따라 관련 법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처벌 대상 역시 직접적인 작업지휘자로 한정돼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매번 나왔다.
 
따라서 내년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당 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이 처벌 대상이며, 1년 이상 징역과 10억 원 이하 벌금 및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오너’ 또한 강화된 처벌 범위에 들어가 대형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물산·DL이앤씨·GS건설·포스코건설은 안전관리자를 정규직화하고 드론·CCTV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등 선도적인 사고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조봉수 전문건설업 KOSHA 협의회 회장은 “앞으로 안전보건에 관련된 투자와 전문인력이 늘어 날것”이라면서 “건설 기업인은 이제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변화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속경영이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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