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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하라" 무전에, 실종 구조대장은 동료들 먼저 내보냈다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에 고립돼 실종 상태인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김모(52) 소방경의 수색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시간이 늦어지면서 현장에서는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김 소방경은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쯤 현장 수색과 내부 진화 작업 등을 위해 소방대원 4명과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이날 오전 5시 36분쯤 발생한 불은 차츰 잦아들면서 오전 8시 19분에 큰불을 잡고 '대응 1단계'였던 경보령도 해제된 상태였다.
 
그러나, 김 소방경이 동료들과 지하 2층으로 진입한 순간 건물 내부에 쌓여있던 가연 물질이 무너져 내리면서 화염과 연기가 다시 피어올랐다. 직후 “대피하라”는 현장 지휘부의 명령이 무전으로 대원들에게 전해졌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무전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무전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들 앞세우고 맨 뒤에서 나오다 고립 

20분이 지난 오전 11시 40분. 건물 내부로 들어갔던 소방대원 4명은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김 소방경은 없었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김 소방경이 함께 들어간 대원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길과 연기가 거세지면서 홀로 고립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소방경 바로 앞에서 빠져나오던 A(47) 소방위는 탈진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연기를 흡입하고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손목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정을 찾았다.
 
밖으로 나온 뒤에야 김 소방경이 없는 것을 확인한 대원들은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화염이 거세 김 소방경을 찾지 못하고 나왔다.
김 소방경은 당시 5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 무전기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립 이후 무전을 사용한 기록은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생각 같아선 당장에라도 들어가서 수색하고 싶지만, 내부 불길이 다 꺼지지 않았고 붕괴 우려도 있어서 안전진단 후에나 투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소방관' 자랑스러워하던 27년 차 베테랑 
김 소방경은 1994년 4월 소방에 투신했다. 고양소방서를 시작으로 이후 27년간 하남·양평·용인소방서 등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팀 등을 거친 베테랑 소방관이다.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소방대장으로 근무해왔다. 아내와 20대인 아들과 딸 남매를 두고 있다.
 
그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강했다고 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을 쪼개 응급구조사 2급, 육상 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 구조 역량을 키웠다. “소방관은 튼튼해야 한다”며 쉬는 날엔 산에 오르고 자전거를 타는 등 체력 관리도 열심히 했다.
 
현장에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했다. 2010년 경기도지사 표창상을 수상하는 등 내부적으로 신망이 두터웠다. 한 소방관은 “현장 업무에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업무 외엔 자상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김 소방경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등을 고려해 모두 현장에서 제외시켰다.
 
김 소방경이 실종된 화재 현장은 뜨거운 연기 등으로 여전히 진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교대로 불을 끄고 잠시 쉬면서도 물류센터 건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흥식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김 소방경은 현장에 가면 직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먼저 주변을 둘러보던 선배”라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 꼭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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