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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900m에 137m 출렁다리…눈 아래 섬진강이 아찔하구나

경남 하동 성제봉(형제봉) 신선대에 지난달 137m 길이의 구름다리가 개통했다. 백종현 기자

경남 하동 성제봉(형제봉) 신선대에 지난달 137m 길이의 구름다리가 개통했다. 백종현 기자

지리산(1915m) 남쪽 자락에 성제봉(형제봉, 1115m)이라는 이름의 낯선 산이 있다. 경남 하동의 너른 들판과 섬진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 진가를 모른다. 지난달 이곳에 ‘신선대 구름다리’가 놓였다. 덕분에 아찔한 여행법이 하나 생겼다. 산 넘고 구름다리 건너, 섬진강을 굽어보고 내려오는 산행 같은 여행이다. 마침 이맘때 섬진강은 제철 은어잡이가 한창이다. 화개면에는 불볕더위를 피할 다원(茶園)이 수두룩하다.   

 

산 아래 구름다리

성제봉(형제봉)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신선대 구름다리. 백종현 기자

성제봉(형제봉)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신선대 구름다리. 백종현 기자

성제봉(聖帝峰)은 하동 악양면에 자리한 산이다. 지리산의 한 줄기지만, 국립공원 영역 밖에 있다. 되레 천왕봉보다 섬진강과 더 가깝다. 등산로 안내도 푯말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리산 남부 능선의 끝자락이 섬진강에 잠기기 전에 우뚝 솟은 봉우리’다. 하동에 섬진강 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걸출한 산이 있다는 건 대부분 알지 못한다. 매년 5월 산 정상에서 철쭉제를 열지만, 팔도에 명성이 뻗지는 못했다.  
 
성제봉은 악양 사람에겐 ‘형제봉’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해발 1000m가 넘는 두 봉우리가 불과 300m 거리를 두고 마주 보는 모습이 흡사 우애 좋은 형제 같다며 붙은 이름이다.  
구름다리에 서면 멀찍이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이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아짤한 산세가 내려다보인다. 백종현 기자

구름다리에 서면 멀찍이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이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아짤한 산세가 내려다보인다. 백종현 기자

지난달 21일 신선대에 파란색의 미끈한 구름다리가 새로 들어섰다. 낡은 다리를 걷어내고, 137m 길이(폭 1.6m)의 새 다리를 놓은 것이다. “정상 아래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를 여럿 거느리고 있어, 다리를 놓기 전엔 종주가 쉽지 않았다”고 50년 산을 오르내린 구석완(83) 어르신은 말한다. ‘또 출렁다리냐’는 비난이 없는 건 아니나, 덕분에 성제봉 등산이 더 편해지고, 볼거리가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성제봉 등산 코스는 크게 세 가지. 고소성 코스(편도 3.4㎞, 3시간)도 있고, 강선암 코스(편도 1.6㎞, 1시간30분)있지만 난도가 제법 높다. 가장 대중적인 건 부춘리 임도를 따라 활공장(1050m)까지 차를 가져간 다음, 등산로로 접어드는 방법이다. 편도로 대략 3㎞ 길이, 왕복 3시간짜리 코스다.
 
활공장에서 정상까지는 길이 하나다. 헤맬 위험은 없지만, 마냥 길이 순하지는 않다. 해발 1000m 안팎의 능선을 줄곧 오르내리는 길이어서 비지땀을 제법 쏟아야 한다. 등산화는 필수. 일부 밧줄을 잡고 오르내려야 하는 바위도 만난다.
 
신선대 구름다리는 정상에서 15분가량 더 내려온 뒤에야 모습을 보여준다. 도착의 기쁨은 되레 정상보다 크다. 강심장이 아니어도 활보할 수 있는 육중한 철제다리. 뾰족한 봉우리들이 발아래를 위협해오는 한편, 섬진강 물굽이와 평사리 너른 들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그 평온한 들녘이다. 한 발 한 발 다리를 건넜다. 산을 타고 온 바람 때문인지, 발끝으로 느껴지는 구름다리의 진동 때문인지, 아니면 사방으로 펼쳐진 장쾌한 풍경 때문인지 정신이 아득하다.  
 

통째로 뜯는 은어, 더위 달래는 녹차

섬진강 은어잡이 풍경. 어부가 반쯤 담그고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지금 강변에는 노란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백종현 기자

섬진강 은어잡이 풍경. 어부가 반쯤 담그고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지금 강변에는 노란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백종현 기자

성제봉 자락에는 변변한 식당이 없다. 등산객이 많지 않았기에 산채비빔밥이나 빈대떡, 동동주 따위를 내는 식당촌이 발달하지 않은 게다. 산에서 내려온 등산객은 식당이 몰려 있는 화개장터나 읍내로 빠진다. 이맘때 빛을 발하는 식재료는 단연 은어다.
 
은어의 생은 흔히 버들잎에 비유된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다음 버들잎 피는 4월 무렵 강을 다시 거슬러 올라온다. 산란 전인 6~8월이 제철이다. 
 
은어는 미끼를 물지 않는다. 이끼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하여 낚시법도 독특하다. 은어를 낚싯바늘에 꿰어 다른 은어를 잡는 이른바 ‘놀림낚시’다. 제 영역을 침범하는 물고기를 공격하는 은어의 습성을 이용한 낚시법이다. 
 
지난해 물난리로 은어가 줄었다지만, 화개장터 앞 남도대교나, 부춘리 검두마을 강변에 나가면 굽이굽이마다 장대 낚싯대를 드리운 어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은어낚시 고수는 잠수복을 입고 화개천 계곡으로 들어가 일명 ‘글갱이 낚시’를 벌인다. 갈고리가 달린 전통 낚싯대로 은어를 낚아채는 일이다. 베테랑은 1~2시간에 70마리를 잡아 올린다. 1마리당 2000원꼴이다.  
은어 튀김과 재첩국. 이맘때 섬진강의 대표 먹거리다. 백종현 기자

은어 튀김과 재첩국. 이맘때 섬진강의 대표 먹거리다. 백종현 기자

은어는 회나 구이, 튀김으로 해 먹는다. 은어를 직접 잡아다 요리를 내는 식당이 강변에 수두룩하다. 화개장터 ‘버들횟집’의 이정현(64) 사장도 섬진강에서만 낚시 경력이 50년 가까이 된다. 은어튀김을 주문했다. 이 주인장은 “이맘때 은어는 통째로 씹는 맛이 좋다. 한여름이 되면 뼈가 억세진다”라고 귀띔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은어를 씹었다. 6월의 은어는 고소하고도 달았다.
화개면 도심다원. 너른 차밭을 내려다보며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백종현 기자

화개면 도심다원. 너른 차밭을 내려다보며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백종현 기자

하동에서 더위를 피해 쉴 장소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동은 차(茶)의 고장이다. 차밭 전체 규모만 해도 721만㎡(약 218만 평)에 이른다. 하동 땅에 150곳이 넘는 다원이 있다. 습기가 많고 일교차가 큰 화개천 언덕에 차밭이 몰려 있다. 비탈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린 차밭에선 고된 삶이 엿보인다. 반면에 차밭이 있는 풍경은 그윽하기 그지없다. 7대를 이어온다는 ‘도심다원’처럼 차 재배와 찻집을 병행하는 다원은 주말마다 젊은 관광객이 몰린다. 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틀어 앉아 녹차를 마셨다. 섬진강을 타고 온 여름 바람이 평온했다.  
하동 지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동 지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동=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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