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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죽은 남편이 꿈에 나타난 다음날 생긴 소름 돋은 일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96)

가끔은 죽은 남편을 꿈에서 만난다. 어떤 날은 꿈이 너무 생생해 정말로 살아 있나 하고 잠결에 실눈을 뜨며 옆을 보곤 한다. 에구, 옛날 같으면 못 먹어서 헛것이 보인다고 했을 것이다. 남편이 꿈에 나타나면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곤 한다. 예를 들면 라디오에 실시간 문자나 글을 보냈는데 당첨되어 큰 선물을 받는다든가,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에게 멋진 식사초대를 받는다든가 하는 뭐 소소한 행복이나 웃음거리다.
 
힘들고 지친 인생 서로 기대어 지지고 볶으며 전쟁 치르듯 살았어도 잘살았나 보다. 많은 시간을 가슴조이며 살았다.[사진 pxhere]

힘들고 지친 인생 서로 기대어 지지고 볶으며 전쟁 치르듯 살았어도 잘살았나 보다. 많은 시간을 가슴조이며 살았다.[사진 pxhere]

 
꼬부랑 할머니가 된 한 어르신은 가끔 먼저 떠난 남편이 꿈에 나타나 복을 주고 간다고 수줍게 자랑하며 동화 속의 옛날이야기도 들려준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처녀가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대. 그때 중매쟁이가 남편을 소개하는데, ‘이 남자의 집에 가면 방에 누워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도 볼 수 있고, 사방 벽에는 청룡 황룡이 용트림을 하며 올라가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오’.”
 
“용 그림을 걸어둘 집이면 필시 부자 아니겠는가. 가난에서 벗어나 조금 편하게 살겠구나 하고 시집을 가보니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에 아직 늙지 않은 부모와 동생들, 그리고 초가를 다 잇지 못해 하늘이 숭숭 보이는 천장과 비가 오면 벽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황토벽에 스며들어 시퍼런 곰팡이가 피고 누런 얼룩이 져 있더란 말이지.“

 
중매쟁이는 예나 지금이나 언변이 좋다. 가난한 풍경도 얼마나 멋진 상상을 하게 하는지 말이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처녀는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하신다. 꿈에선 늘 새신랑같이 젊게 나타난다며 웃으신다.
 
그 말을 들으니 찢어지게 가난한 거 빼면 내 이야기 같았다. 대궐 같은 이층집에 산다는 말에 집 없는 서러움은 없겠구나 하는 욕심에 시집을 가니 가자마자 빚쟁이에게 시달리며 도망 다니느라 힘들었던 신혼이 생각났다. 나도 어려서 그랬을까, 남편과 함께 손잡고 앞만 보며 달렸더니 지금의 나도 소박하지만 잘살고 있다.
 
남편이 떠난 후 3년째가 되니 돈을 벌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어떤 일을 하면 돈도 벌고 행복할까 고민하니 꿈에 남편이 나타났다. 길을 가는데 큰 버스가 내 앞을 막아서더니 남편이 차 문을 열고 나를 부르는 것이다. “헉, 당신은 죽었는데 왜 살아왔어?” 라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남편은 말없이 나를 잡아 버스에 태우더니 쌀 한 자루 같이 실어서 옛날 버스 차장같이 탕탕 차 문을 두드리며 “오라잇”하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한참을 달리더니 동안동 입구에서(나는 서안동에 산다) 쌀자루와 함께 나를 내려주고 차 문을 다시 탕탕 두드리며 떠났다. 꿈이 기분 좋아 아무래도 로또가 될 것 같았다. 딸과 사위에게 꿈을 팔아먹고 몰래 나도 로또를 샀다. 그런데 오 만 원어치나 산 로또가 한 개도 안 맞는 것이다. 나는 실망하며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에라~죽어서도 뻥쟁이.”
 
그런데 다음날 지인을 따라 낯선 동안동으로 가게 되었고 그곳이 꿈에서 본 위치인 걸 알고는 소름이 돋았다. 여차저차 그날 지금의 직장을 얻어 4년째 근무 중이다. 남편은 ‘노후엔 책과 함께 뒹굴고 글 쓰며 살고 싶다’던 내 소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대구에 가는 길에 만난 어르신이 내 남편이 꿈에 나타났다며 운전조심하라고 이른다. 그날 고속도로를 달리다 타이어가 찢어져 주저 앉았다. 다행히 차가 없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사진 pixabay]

대구에 가는 길에 만난 어르신이 내 남편이 꿈에 나타났다며 운전조심하라고 이른다. 그날 고속도로를 달리다 타이어가 찢어져 주저 앉았다. 다행히 차가 없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사진 pixabay]

 
엊그제도 신기한 일이 있었다. 지인의 점심 초대에 대구에 가려고 일찍 대문을 여니 앞집 어르신이 나를 불렀다.
 
“어이~자네 오늘 멀리 가는가?”
“네, 대구 가요.”
“운전 조심하게. 어젯밤 자네 남편이 꿈에 나타나 작은 차로 발발거리며 쏘다닌다고 잔소리하더라고, 천천히 다니게.”
 
나는 그날 규정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려 칠곡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왕복 8차선 도로로 들어선 순간 차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너무 놀라 갓길로 엉금엉금 끌고 나와 보니 앞뒤 타이어가 동시에 찢어져 주저앉았다. 견인차가 오고, 사람들이 몰려와 앞뒤로 펑크 난 타이어를 보며 한마디씩 했다.
 
“세상에, 이 복잡한 도로에 다행히 차도 없고 충돌사고도 부상도 없이 기적이네요.”
 
힘들고 지친 인생 서로 기대어 지지고 볶으며 전쟁 치르듯 살았어도 잘살았나 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더 가슴 조이며 살는지…. 가끔은 ‘신과 함께~’ 영화 속의 이승에 사는 주인공 같아 웃는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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