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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대중음악’이라 받았던 차별

이지영 문화팀장

이지영 문화팀장

그게 말이 되냐던 일이 이리 오래 갈 줄 몰랐다. 똑같이 무대에 올라도 ‘공연’이 아닌 ‘행사’ 취급을 받았던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족쇄가 드디어 풀렸다. 14일부터 대중음악 가수들의 공연도 클래식 연주회나 연극·뮤지컬·무용 공연과 동일한 코로나19 방역수칙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방역지침서 ‘공연’ 아닌 ‘행사’ 분류
반년 넘게 ‘관객 100명 미만’ 제한
대관 불이익 당할까 불만도 쉬쉬

대중음악 공연이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된 건 지난해 11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이 5단계로 개편되면서부터였다. 다른 공연들은 ‘좌석 한 칸 띄어앉기’ ‘동반자 외 띄어앉기’ 등의 기준을 지키면 되지만, 대중음악 공연은 집합 인원 100명 미만(2단계) 혹은 50명 미만(2.5단계)의 제한을 받았다. 함성과 떼창 등이 우려돼서 한 조치였다는데, 조용한 발라드 가수들도 예외없이 차별 조치를 따라야 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금까지 대중음악 공연계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였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딱한 사연이 터져나온다. 19년 역사의 중견기획사 마스터플랜뮤직그룹은 지난해 예정돼 있었던 6개 페스티벌이 모두 무산됐다.
 
지난해 4월 30일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려던 페스티벌 ‘해브어나이스데이’는 공연을 열흘 남겨두고 취소됐다. 가대관 상태에서 티켓은 매진된 상황이지만, 끝내 대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서울시나 공원 측이 제시한 방역 지침도 없었다. 문체부 등에 매뉴얼을 만들어달라, 테스트 공연을 해보자 등을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소란과 윤딴딴, 십센치, 러비 등 섭외된 가수들은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잔디마당에서 관객 없이 예정된 공연을 했다. 그리고 그 실시간 영상을 온라인에 무료로 풀었다. 그날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명. 전원 해외 입국자였고, 회사가 입은 손실은 수억 원대였다.
 
뮤지컬과 클래식 공연 등은 ‘동반자 외 띄어앉기’가 적용된 올 2월 이후 ‘보복 관람’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성업 중이다. 대중음악 공연만 공연계의 봄바람에서 소외됐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측은 “정부에선 2월부터 다음 거리두기 체계 개편 때 대중음악 공연을 ‘행사’에서 풀어주겠다고 했는데,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미뤄졌다. 계속 ‘3주 후’ ‘3주 후’ 기다리다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서소문 포럼 6/16

서소문 포럼 6/16

대중음악 공연에만 유독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이면엔 대중음악계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면 소리를 지를 게 분명하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수 폴킴의 단독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런 오해를 벗고도 남았다. 이 공연 역시 ‘집합·모임·행사’ 분류에 걸려 못 열릴 뻔했다. 기획사 ‘공연팀’의 한민구 대표는 “당시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공연 1주일 전 서울시로부터 “대중음악 공연이라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3회 공연의 표는 모두 매진됐고, 영상과 무대 제작 등에 이미 억대의 비용이 들어간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떠오른 아이디어가 장르 변경이었다. 마침 공연 내용에 현악 오케스트라와 트럼펫 연주자의 순서가 예정돼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측과 협의해 공연 장르를 ‘크로스오버 공연’으로 변경했다.
 
‘편법’ ‘꼼수’ 등의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는 처지였다. 관리감독을 나온 서울시에선 함성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공연을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회당 1500명씩 모인 관객들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노래 중간 토크 시간에 가수가 질문을 던지면 모두 약속된 수신호로 대답을 했다. ‘앵콜’을 외쳐야 하는 순간에도 박수 소리밖에 안 들렸다. 사흘 공연이 무사히 끝났다.
 
2018년부터 아이유·신화 콘서트 등을 진행해온 기획사 ‘공연팀’에는 이제 한 대표 한 명만 남아있다. “지난 1년 동안 공연이라곤 폴킴 콘서트 하나 했다. 지난해 말 남은 정직원 4명을 모두 퇴사시켰다.”
 
이제 겨우 ‘공연’을 ‘공연’이라 부를 수 있게 된 대중음악계지만 그동안의 불만을 큰 소리로 얘기 못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공연을 할 만한 장소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으니, 밉보이면 대관을 받을 수 있겠냐는 걱정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대관 여부를 빨리 결정해줘서 티켓을 빨리 팔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필 내년 상반기 올림픽 주경기장·체조경기장이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속상하다. 공연이 코로나 피해업종에 들어갔다는데 어떻게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어디서도 안 알려준다”고 아쉬움을 쏟아내면서도 꼭 익명을 지켜달라고 당부 또 당부했다.
 
이지영 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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