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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도, 회식은 10시 땡" MZ세대에 당황한 부장님

지난 4월 서울 여의도에 모인 직장인들. 뉴스1

지난 4월 서울 여의도에 모인 직장인들. 뉴스1

“7월부터 회사 회식 약속이 슬슬 잡히네요. 그때도 지금처럼 오후 10시에 집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팅 관련 회사에 다니는 30대 여성 직장인 A씨가 최근 회사 단체 채팅방에 쓴 글이다. 상사들도 있는 채팅방이었는데 일종의 건의를 한 것이다. 향후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되더라도 회식 자리 마감은 늦추지 말자는 취지다. A씨는 “방역 수칙에 따라 오후 10시면 집에 가야 하니까 그 핑계로라도 회식을 길게 하지 않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전엔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며 회식에 임해왔다”며 “방역 지침이 사라지더라도 회식이 밤늦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회식이 어려워져진 시대에 ‘회식 시간 단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MZ세대(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2000년대생 Z세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포스트 코로나’ 화두 중 하나다.
 

“밤샘 회식 싫다”는 MZ 직장인들

술자리 이미지. 중앙포토

술자리 이미지. 중앙포토

정부가 식당·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금지(집합금지) 시간 변경을 담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을 예고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동안 수도권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이 오후 9, 10시로 제한돼 수개월째 이어졌다.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2·3차 등 밤새 이어지는 코로나19 이전 회식 문화가 사라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로 취업 2년 차를 맞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19로 많은 걸 잃었지만, 회식이 오후 10시면 ‘땡’하고 끝나는 건 유일하게 좋았다”고 했다. 그는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도 오후 11시쯤이니 내일을 위한 여유도 있고 다음 날 피곤하지도 않다. 다들 모여서 이건 꼭 유지돼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IT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1·여)씨는 “밤새 술 먹는 문화가 차근차근 사라지면서 버스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갈 수 있어서 버스와 더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후 10시 이전에 끝나는 술자리 문화가 직장인의 ‘신(新)문화’로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오래 봤으면”…자영업자는 기대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상가에 붙은 임대 현수막. 뉴스1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상가에 붙은 임대 현수막. 뉴스1

영업 제한이 풀린다는 건 물론 반가운 소식이다. 한숨짓는 자영업자들에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예전처럼 늦은 시간까지 자유롭게 이어지는 회식과 만남을 기대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서 직원 30여명을 두고 있는 소규모 회사의 대표 김모씨는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한동안 겹치면서 직원들과 많이 모이지 못했다. 새로 온 직원과 교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아쉬워했다. 김 대표는 “오후 10시는 헤어지기 아쉬운 시간이다. 평소 못다 한 얘기도 할 수 있고, 시간이 조금 더 연장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경기도지회 사무처장은 “코로나19 때 가장 손해 본 사람들이 자영업자다. 오후 10시에서 자정으로 영업시간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매출이 늘어날 거라 본다”며 “날을 새는 유흥업 특성상 영업시간 제한이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모임·회식 문화는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못 챙겨줘 미안했는데…꼰대 될 뻔”

영업시간 연장을 반겼다가 MZ 세대의 시큰둥한 반응에 당황스러워하는 ‘직장 상사’들도 있다. 한 기업의 50대 부장은 “1년 넘게 옛날식 회식 자리를 만들지 못해서 후배들에게 미안함이 있었는데, 오히려 짧은 회식이 좋다고 하니 헷갈린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회식으로 돌아갔다가 자칫 ‘꼰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MZ세대의 목소리는 조직 문화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밀레니얼에 집중하라』의 저자 심혜경 세울인재개발원 대표는 “MZ세대는 확고한 취향을 기반으로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세대”라며 “그들은 좋고 싫은 게 분명하다. 코로나19 이전 회식 문화가 부당하다고 느꼈다면 술자리를 짧게 가지는 문화 등은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아래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는 기성세대도 MZ세대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MZ세대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다면 구시대적 문화들은 점차 사라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의 저자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연근무·재택근무 등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달라진 직장 문화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각각의 장·단점을 반영한 새로운 직장 문화가 필요하다. 심리적 저항이 크지 않도록 가능한 한 젊은 세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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