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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댐’ 빙붕 붕괴, 서울 절반면적 빙하가 사라졌다

남극 빙하의 가장자리에 떠 있는 빙붕(氷棚)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극대륙의 얼음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아주는 빙붕의 붕괴가 빙하 유실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남극 파인섬 빙붕 3년간 19㎞ 후퇴
빙하, 바다 유입 속도 12% 빨라져
180조t 다 녹으면 해수면 50㎝ 상승
“10년 내 파인섬 빙하 다 사라질 수도”

14일 과학계에 따르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빙붕 붕괴로 인해 서남극 파인섬 빙하의 유실 속도가 12%가량 빨라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BAS) 공동 연구팀이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호’ 위성 촬영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빙산 B-49가 지난해 2월 파인섬 빙하에서 떨어져 나오며 갈라지고 있다. 빙산의 크기는 서울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 [사진 NASA ]

빙산 B-49가 지난해 2월 파인섬 빙하에서 떨어져 나오며 갈라지고 있다. 빙산의 크기는 서울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 [사진 NASA ]

파인섬 빙하가 있는 서남극 지역은 빙상(대륙의 넓은 지역을 덮는 빙하)의 두께가 얇은 곳이 많아 남극대륙에서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곳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바다와 맞닿은 빙붕이 빙하의 유실을 늦추는 댐 역할을 했다. 빙붕이 사라지면 천천히 움직이던 빙하가 바다로 더 빨리 흘러들어 해수면 상승 속도를 끌어올리게 된다.
 
연구팀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파인섬 빙하의 빙붕이 면적의 20%를 잃으면서 빙하가 바다로 흘러드는 속도가 12%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최근 수차례 대형 붕괴를 겪으면서 빙붕의 가장자리가 19㎞가량 후퇴했고, 이로 인해 내륙의 얼음을 지탱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떨어져 나간 빙하 중 가장 큰 ‘B-49’의 크기는 300㎢로, 서울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호’ 위성이 촬영한 2015~2020년 서남극 파인섬 빙하의 모습. 빙붕의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빙붕 경계가 2017년부터 지난해 사이 내륙으로 19.3㎞ 후퇴했다. [사진 Joughin et al./Science Advances]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호’ 위성이 촬영한 2015~2020년 서남극 파인섬 빙하의 모습. 빙붕의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빙붕 경계가 2017년부터 지난해 사이 내륙으로 19.3㎞ 후퇴했다. [사진 Joughin et al./Science Advances]

빙하학자인 워싱턴대의 이안 조그힌 박사는 “최근의 빙하 유실 속도 변화는 빙붕 외곽의 붕괴에 따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빙하 유실 속도가 빨라진 것이 재앙적 수준이 아니지만, 나머지 빙붕마저 떨어져 나가면 빙하 유실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빙하학자들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파인섬의 빙붕이 사라지면 빙하는 더 빨리 녹아 해수면 상승 속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세기 말이 되면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도가량 높아지면서 남극의 빙붕 중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180조t의 물을 담고 있는 파인섬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지구의 해수면이 5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BAS의 해양물리학자 피에르 뒤트리외는 “10년이나 20년 이내에 파인섬 빙하가 사라지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며 “훨씬 더 빠르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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