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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사각지대 공기관 ‘그림자 부채’ 545조, 브레이크가 없다

적게 벌고 많이 쓰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공공기관의 재무 지표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공식 국가채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공공기관 ‘그림자 부채’는 500조원을 넘어 600조원을 향해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47개 공공기관 부채는 54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국책 은행을 제외한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의 빚을 합친 금액이다. 1년 사이 17조9000억원(3.4%) 증가했다. 2018년 이후 쉬지 않고 늘어 해마다 최고액을 경신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공기관 부채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이후 증가한 부채액만 49조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19조2000억원을 기록한 중앙정부 채무(국가채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공공기관 부채는 커가고 있다.
 
탈원전과 탄소 중립, 공공주택 공급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투자ㆍ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가 각각 3조8000억원, 3조1000억원 급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 해야 할 사업을 공공기관에 전가하는 경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심해졌다. 실적은 나쁜데 임직원 수, 급여는 늘린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도 부채 증가에 한몫했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공공기관 빚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다. 기재부 통계를 보면 중앙ㆍ지방정부 부채에 공기업(금융공기업 제외) 빚까지 더한 공공 부문 부채(D3)는 2019년 기준 1132조6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비율은 59%에 이른다. 지난해와 올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보다 훨씬 악화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정부의 ‘중기재정전망’을 토대로 공공 부문 부채는 2024년 1855조원, GDP 대비 81.5%에 달하겠다고 추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확대된 공공 부문 지출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보수적 수치인데도 이 정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는 지난해만 3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 5일 시위대가 LH 해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는 지난해만 3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 5일 시위대가 LH 해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뉴스1

공공기관 빚은 최종적으로는 국가가 보증하고 갚아야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나랏빚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국가재정법과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의 재정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표하고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부채 감축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다. 적자ㆍ채무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게 한 재정준칙이 2025년 시행되지만 중앙정부 채무에 한정한 제도일 뿐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민영화와 개혁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공기관 숫자가 늘고 재정 부담도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공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세금으로 막아야 하므로 공공기관 부채는 장기적으로 정부 부채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실질적인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쪽에선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가 반드시 갚아야 할 의무가 없고 유동적이라 국가채무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자본잠식(부채가 자본보다 많은)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 의뢰를 받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자원개발 혁신 제2차 태스크포스(TF)’는 9개월에 걸친 조사ㆍ논의 끝에 지난 4월 “석유공사의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재무 상황의 정상화가 어렵다면 더 이상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부 지원을 검토할 것”이란 내용의 권고안을 내놨다.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석유공사처럼 공기업 부채는 언제라도 국가 재정 운용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공공기관 비중이 큰 한국으로선 더 큰 부담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발간한 ‘공기업 재무 건전성 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KDI는 “중앙정부 부채는 2017년 기준 GDP의 37.2%로 주요국 중 낮은 편에 속하지만,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는 GDP의 20.6%로 일본ㆍ캐나다ㆍ호주 등 관련 자료가 공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암묵적 지급 보증이 공기업 부채 확대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지급 보증과 관련된 제도는 경제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돼 있지 않다”며 정부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기관의 재정 악화는 미래가 아닌 당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정부 지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안의 규모는 10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예산(추가경정예산 기준) 대비 1조1000억원(1.1%) 늘었다.
 
정부 예산 의존도 높아진 공공기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 예산 의존도 높아진 공공기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 총지출 예산에서 공공기관 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7.2%에서 지난해 18.4%로 상승했다. 공공기관 총수입에서 정부 지원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9.4%에서 지난해 11.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부 예산 의존도가 해마다 커지면서 국가 재정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공공기관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상당 부분 떠맡아 하고 있다”며 “정부와 달리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다 보니 공공기관 자금은 각 부처의 ‘쌈짓돈’이 됐고, 부채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 이미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부채 현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관리해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간이 해도 되는 부분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담당해야 할 부분은 흡수하는 공공기관 개혁이 뒤따라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조현숙·김기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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