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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야하나" 묻자 "돈많냐"…폐지줍는 노인들 '짬바 답변'

 
아립앤위립의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술활동을 하는 노인들.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아립앤위립의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술활동을 하는 노인들.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Q.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허허 우서요♡ -함복순 할머니
 
Q. 혼자 있는 게 너무 좋고 편한데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A. 돈이 많냐. 그럼 안 해도 된다. -김화자 할머니
 
요즘 청년들의 흔한 고민에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경력이나 연륜에서 비롯된 실력)가 느껴지는 답변. 소셜 벤처 아립앤위립의 ‘신이어(Senior) 상담소’에서 지난 5월 2030 청년과 7080 노인이 나눈 고민 상담 내용이다.
 
폐지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립앤위립은 최근 청년들의 고민을 접수 받아 어르신들에게 직접 자필 답변을 받았다. 신이어 상담소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진 않지만, 폐지수거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일일 상담사로 활약한 현종숙 할머니는 “요즘 젊은이들이 고민이 참 많은 것 같다”며 “질문을 보다 보니 직접 만나 이야기해주고 싶은 내용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아립앤위립이 진행한 '신이어(Senior) 상담소'에서 폐지수거 노인들이 직접 자필로 답변을 적었다.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아립앤위립이 진행한 '신이어(Senior) 상담소'에서 폐지수거 노인들이 직접 자필로 답변을 적었다.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가치소비 청년층 타깃, 인식개선 역할도

아립앤위립의 주 업무는 폐지수거 어르신에 ‘미술 작업’을 맡기고 이를 제품화해 판매하는 일이다.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면 일종의 저작권료를 지불한 뒤 엽서, 마스킹테이프 등 굿즈로 재탄생시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또 판매 제품의 포장 작업을 어르신들에게 맡겨 두 번의 일거리를 창출하게 된다.
 
심현보(30) 대표는 할머니께서 폐지수거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지난 2017년부터 아립앤위립을 시작했다. 심 대표는 “리어카 하나 가득 채우면 150kg인데, 요즘 시세가 1kg당 50~80원 정도다. 3일동안 채운다고 하면 7500원이고, 한 달이면 7만5000원을 버시는 것”이라며 “대부분 취약계층인 폐지수거 어르신이 고강도, 저소득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새로운 일거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립앤위립 프로젝트에서 어르신들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아립앤위립 프로젝트에서 어르신들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아립앤위립은 제품의 퀄리티를 따지기보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소비를 결정하는 2030을 타깃으로 한다. 어르신들에게 예술적 능력이나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옛날에 에어컨, 선풍기가 어딨어. 부채 하나로 한여름도 이겨냈지”라며 오색 부채를 그리고, “우리 아들 생일 때 카세트테이프 하나 사줬는데 무진장 좋아하더라고”하며 투박한 비디오테이프를 그리는 식이다.
 
심 대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자연스러운 반응을 끌어내고, 최대한 꾸밈 없이 소통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매출이 다가 아니다. 저희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어르신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똑같고, 각자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나누고 서로 접근성을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립앤위립은 그동안 다섯 차례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한 프로젝트에 최대 후원자 124명이 참여해 총 367만원이 모이기도 했다. 최근엔 온라인 쇼핑몰 ‘신이어 마켙’을 통해 상시 판매도 하고 있다.
 

목표는 폐지수거 노인 직접 고용

아립앤위립은 사랑방 역할도 한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일주일에 1회씩 3주 모이는 정도지만, 참가한 노인들은 “외롭지 않아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정금행 할머니는 “집에 혼자 있다 보니까 TV도 질린다.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사람 소리라도 나라고 TV 틀어놔 봐야 대화가 안 된다. 그림도 그리고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이렇게 만나니 좀 낫다”고 했다. 이순만 할아버지는 “나이가 먹으면 소외된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누구나 똑같고 자연적인 이치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젊은이 상담도 해줄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폐지수거 노인 새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는 아직까진 일회성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훗날엔 폐지수거 노인을 직접 고용하는 게 목표다. 심 대표는 “기업의 비전 중 하나가 청년과 노년이 같이 하는 회사다”라며 “어르신들이 콘텐트를 만들면 청년들은 마케팅, 디자인을 담당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인 택배 포장 업무를 마친 노인들과 관계자들.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일거리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인 택배 포장 업무를 마친 노인들과 관계자들. 사진 아립앤위립 제공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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