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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청 한국계 감독 저스틴 전 "'파친코'선 윤여정 선생님 함께해 영광이죠"

저스틴 전 감독(맨 오른쪽)이 각본, 주연을 겸한 영화 '블루 바유'. 다음달 6일 개막하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저스틴 전 감독(맨 오른쪽)이 각본, 주연을 겸한 영화 '블루 바유'. 다음달 6일 개막하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칸 발표를 라이브로 보며 행복했어요.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했거든요. 미국에선 9월 17일 극장 개봉하는데 어떻게든 미국 입양아들의 삶을 알려서 관련 정책과 법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미국 내 한인 입양아의 아픔을 그린 영화 ‘블루 바유(Blue Bayou)’로 다음 달 열리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된 재미교포 2세 저스틴 전(한국 이름 전지태‧40) 감독이 한국말로 밝힌 소감이다. 아내‧딸과 하와이에 사는 그를 중앙일보가 9일 화상통화로 만났다.  
 

다음달 6일 개막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부문 초청작 '블루 바유'
"한국계 입양아 아픔 영화로 알리려 했죠"
'국(Gook)' 등 연출작서 한인 정체성 녹여와
윤여정 출연 애플 드라마 '파친코' 공동 연출

올해 한국영화는 한재림‧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각각 칸 영화제 비경쟁‧칸프리미어 부문에 호명됐지만, 공식 경쟁부문 진출은 불발된 터. 칸의 경쟁부문 중 하나인 주목할만한시선에선 재미교포 감독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아온 저스틴 전과 코고나다 감독이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데뷔작 ‘콜럼버스’로 한국에도 소개된 코고나다 감독은 콜린 파렐 주연 로봇 SF ‘애프터 양’으로 초청됐다. 코고나다 감독과 전 감독은 한국 배우 윤여정‧이민호 등이 출연하는 재미교포 이민진 소설 원작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의 공동 연출도 맡고 있다.
 

美매체 타임 주목…미국의 한국계 입양아 영화  

전 감독은 영화 ‘트와일라잇’ ‘무법도시’ 등 배우로 활동하다 2014년 코미디 영화 ‘맨 업’으로 연출 데뷔, 이후 미국 내 한인 정체성을 다룬 작품을 잇따라 내왔다. 1992년 LA폭동을 그린 선댄스 넥스트부문 관객상 수상작 ‘국’, LA 한인 남매의 아버지 부양 문제를 담은 ‘미쓰퍼플’ 등이다. 미국 내 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선 올해 윤여정의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선사한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 앞선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그의 신작 ‘블루 바유’를 올 초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점찍은 이유다.  
'블루 바이유'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선정된 후 투자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자회사인 미국 내 배급사 포커스피처스가 자축하며 칸 로고를 넣은 영화 스틸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 포커스피처스 트위터]

'블루 바이유'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선정된 후 투자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자회사인 미국 내 배급사 포커스피처스가 자축하며 칸 로고를 넣은 영화 스틸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 포커스피처스 트위터]

 
이번 네 번째 장편은 각본‧주연을 겸했다. 미국의 한국계 입양아 안토니오(저스틴 전)를 통해, 미국에서 평생을 살고도 시민권을 얻지 못해 지금도 강제 추방되곤 하는 현지 입양인의 현실을 그렸다. 전 감독은 “1950년 한국전쟁 끝나고부터 해외에 입양된 아이들이 많은데, 가까운 친구 중에도 입양아가 많다. 마음이 너무 아파 4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연인 캐시(알리샤 비칸데르)와 캐시가 데려온 딸까지 함께 가족을 꾸리려던 안토니오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을 입양 보낸 생모의 심정까지 헤아리게 된다. 
 

정(情)·한(恨)의 정서에 미국 섞어낸 '진심' 

사진 왼쪽이 '블루 바이유'에서 미국 남부 출신 연인 캐시를 연기한 스웨덴 배우 알리샤 비칸데르. 영화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연기파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사진 왼쪽이 '블루 바이유'에서 미국 남부 출신 연인 캐시를 연기한 스웨덴 배우 알리샤 비칸데르. 영화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연기파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제목은 미국 가수 린다 론스타트의 1977년 동명 히트곡에서 따왔다. “아기를 두고 온 후 걱정되고 외롭다”는 내용의 가사로 시작되는 곡이다.
 
“딸이 지금 세 살 반인데, 이 시나리오를 쓸 때 아내가 임신한 상태였어요. 아내는 러시아 사람이고 백인이죠.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아이 인생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 많이 하며 썼죠. 제가 만든 영화들은 되게 사적이고, 한국하고 미국하고 섞이는 이야기죠. 그게 제 진심이니까요. 한국인의 정서엔 한(恨)하고 정(情)이 섞여있지요.”
 
화상통화 간간이 딸 아일라니가 전 감독에게 “아빠 우유 줘!”라며 한국말로 보채는 소리가 들렸다. 딸의 한국 이름은 ‘예나’라고 했다.  
 
현재 미국에선 2000년 이후 입양 시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법이 마련됐다. 그러나 2000년 이전 입양아들은 양부모의 무관심 속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전 감독은 “그전에 온 입양아가 엄청 많은데 서류 작업 때문에 보호를 못 받는다는 게 불공평하고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입양인 관련 법 변화까지 함께

“항상 영화를 만들 땐 왜 만드는지가 첫째로 중요하다”는 그다. 이번에 직접 주연을 맡은 것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연기하면서 감독하는 게 힘들지만, 입양된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이야기니까요. 영화가 끝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만약 이 영화가 성공하고 제가 정치 쪽으로 가서 법률을 바꾸자고 목소리를 내게 되면 영화의 얼굴인 배우한테도 책임이 생기잖아요. 배우 몇 명을 만났는데 제가 봤을 때는 끝까지 안 갈 것 같았어요. 제 심장을 100% 쏟고 만약에 잘 안되도 내가 책임지겠다, 했죠.”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왼쪽부터)의 학교 친구 에릭을 연기한 저스틴 전의 모습이다. [사진 판씨네마]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왼쪽부터)의 학교 친구 에릭을 연기한 저스틴 전의 모습이다. [사진 판씨네마]

 
그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건 대학 때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경영학과 1학년을 마친 여름 실리콘밸리 인턴십 과정을 밟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후 2년제 연기 학교에 등록했다. “그간 꼬인 감정들, 동양인으로 미국에서 크며 생긴 상처를 연기로 표현하며 너무 시원했죠. 당시엔 동양인 연기자는 무술 하는 사람밖에 없었지만, 연기로 먹고산다면 만족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도 그게 네 행복이면 알아서 하라고, 막진 않으셔서 감사했죠.”
 

경영학 하다 배우로…동양인으로 자란 상처 풀어내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 충무로에서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전상철씨다. 1979년 미국 이민 후 LA에 신발가게를 열며 전업했다. LA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한인 형제와 이웃 흑인 소녀의 우정을 그린 그의 전작 ‘국’에는 아버지가 편의점 사장 역할로 그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국’은 “서로 대화하게 만드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전 감독의 작품관이 가장 뚜렷하게 담긴 대표작. 영어 제목도 한국말을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Gook’이다. 나라를 뜻하는 한자 '국(國)'에서 따왔지만, 미국에선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은어로 공공연히 쓰여왔다.  
저스틴 전 감독이 각본, 주연을 겸한 독립 영화 '국(Gook)'은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왼쪽이 신발가게를 하는 주인공을 맡은 저스틴 전 감독, 그 옆이 편의점을 하는 한인 사장 역의 아버지 전상철씨다. [사진 디아스포라 영화제]

저스틴 전 감독이 각본, 주연을 겸한 독립 영화 '국(Gook)'은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왼쪽이 신발가게를 하는 주인공을 맡은 저스틴 전 감독, 그 옆이 편의점을 하는 한인 사장 역의 아버지 전상철씨다. [사진 디아스포라 영화제]

 
“제가 들은 얘기론 한국전쟁·월남전 때 미군한테 ‘미국’ ‘미국사람’이라 한 걸 ‘미(me‧나)국’이라는 줄 알았다는 거예요. 미국에서 한국사람·베트남 사람 공격할 때 ‘유, 국(You, Gook)’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우리나라 말을 왜 창피해 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 흑인 여자애가 ‘국’이라고 낙서하자, 한인 주인공이 ‘나라’라는 한국말 의미를 얘기해줘요. 미국 개봉 당시엔 영화도 안 보고 제목만으로 공격하는 한인들도 있었죠. 백인들도 이 영화 제목을 말을 잘 못했어요. 왜 불편한지 우리 대놓고 이야기해보자, 하고 싶었죠.”
 

한인 비하하는 은어 '국(Gook)' 영화로 대화 물꼬

미국 한인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수록 더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도 똑같은 것을 느끼는데, 하면서 오히려 멀어지기보다 가까워져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미쓰퍼플’도 한인 남매 이야기지만 자신도 아픈 부모님이 있다고 얘기해준 흑인‧백인 관객이 많았죠.”  
드라마 ‘파친코’에선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재일교포 이민사를 그렸다. 지난해 8월부터 올 초까지 한국에서 머물며 촬영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서, 부모님이 태어난 나라의 역사‧문화를 더 많이 배우게 된 게 감사했다”면서 “‘파친코’ 현장에선 서툴지만 한국말로 농담하면서, 촬영 후에 소주 한잔하는 가족 같은 문화가 좋았다. 지금도 너무 그립다”고 했다.  
 

'파친코' 윤여정 만남 영광…이제훈·김혜수에 반했죠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토대가 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 영문판(왼쪽부터)과 한국어판. [사진 각 출판사]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토대가 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 영문판(왼쪽부터)과 한국어판. [사진 각 출판사]

한국을 찾은 입양아 역할로 차인표와 호흡 맞춘 영화 ‘서울 캠프 1986’, 한류 소재 미국 드라마 ‘드라마월드’ 등 배우로서도 한국 관련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온 그다. 아시아계 동료들과 친목으로 K팝 패러디 그룹 ‘보이스 제너럴리 아시안(BgA)’을 결성한 적도 있다.  
 
“199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 때 작품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님도 많다”는 그는 감독으로서도 한국 배우들과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파친코’를 함께한 윤여정에 대해 “정말 훌륭한 배우고 같이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연기를 정말 잘하셔서 윤 선생님이 카메라 앞에만 있으면 뭘하시든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감탄하면서다.
 
“영화 ‘박열’ ‘사냥의 시간’의 배우 이제훈 씨와 같이 작품해보고 싶어요. 한마디로 ‘연기파’라 느꼈어요. 김혜수 배우도 풍겨오는 인간미가 너무 좋아서 같이 해보고 싶고요. 요즘 한국이란 나라, 한국영화가 존경받게 돼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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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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