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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씨말린 금징어...억대 털어 러시아 갔더니, 그냥 떠있어라?

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국민간식 오징어의 ‘수난도 풍어’ 

“금징어.”
 
최근 10여년 새 어획량이 급감한 오징어를 이르는 말입니다. 요즘 강원 속초항 등에는 이런 금징어가 풍어입니다.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오징어 어획량이 많이 늘어난 겁니다. 요즘 강원도 어민들은 한 번 조업을 나갈 때마다 3000~4000마리의 오징어를 잡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지난해부터 오징어가 반짝 잘 잡히고는 있지만, 10여 년 전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7229t으로 2019년(4022t)보다 79%(3207t)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20여 년 전에 비하면 이른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게 어민들 말입니다. 2000년대에 한해 2만~3만t씩 오징어가 잡힌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도 안 되는 겁니다. ‘국민간식’인 오징어값이 정작 국민 기대와는 달리 매년 치솟은 배경입니다.
 
고심 끝에 강원도 어민들은 올해 러시아 해역으로 원정 조업을 떠날 계획입니다. 한척당 조업료만 28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조업시기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지난 8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주민들이 갓 잡은 오징어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주민들이 갓 잡은 오징어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민들의 조바심은 오징어가 북상 후 남하하는 회유성 어종인 데서 기인합니다. 오징어는 4~6월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성장하고, 7~9월은 동해 러시아 근해인 북한 해역에 머물다가 10월부터 다시 동해안을 거쳐 남하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국 쌍끌이어선이 7~9월 북한수역에서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것입니다. 중국 어선들이 가을철 남하하는 오징어를 대형 그물로 모조리 잡는 바람에 동해 오징어의 씨를 말리고 있는 겁니다.
 
매년 중국어선이 엄청나게 불어나는 것 또한 어민들의 애를 태웁니다. 중국과 북한이 동해수역 입어 계약을 체결한 2004년 당시 중국 어선은 144척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1299척으로 늘어난 중국어선은 지난해 2429척까지 증가했습니다. 어민들이 “오징어도 국민생선 명태처럼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강원도에서는 오는 7월부터 오징어배 24척이 순차적으로 러시아로 원정을 떠납니다. 우리 해역에서 중국어선이 싹쓸이하기 전에 오징어를 잡기 위해섭니다. 어민들은 “조업료와 원정조업에 따른 출혈은 크지만, 그냥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게 또다시 발목이 잡혔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어선이 러시아 원정 조업에 나서려면 바다 위에서 14일간 해상 격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오징어배에 타는 선원들이 외국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강원도 오징어 어획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강원도 오징어 어획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어민들은 또 발을 구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해상조업은 조업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인 탓입니다. 어민들은 “러시아 원정의 경우 한 척당 조업료가 2800만원에 달하는 데다 기름값과 부식비까지 합치면 억대 경비가 든다”며 울상입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2019년 가을 오징어 유생이 2016~2018년에 비해 증가한 겁니다. 당시 오징어 유생은 지난해 5~6월 북상한 오징어를 의미합니다. 어민들이 “지난해부터 오징어가 반짝 잘 잡힌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올해도 오징어 어황이 평년수준 이상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6월 동해 수온이 평년보다 높게 예측된 데다 지난해 가을 오징어 유생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백신 접종이 하루빨리 완료돼 2주간의 해상격리 없이도 어민들이 풍어가를 불렀으면 합니다.
 
최경호 내셔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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