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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자 매그나칩 中 매각…美·中 기술 경쟁 '유탄' 맞았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심사에 착수하면서, 지난 3월 중국 사모펀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한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 반도체(매그나칩) 매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그나칩은 규제 당국에 협조하면서도,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열어 매각 안건을 상정하고 절차대로 매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청주 매그나칩 사업장 전경. [사진 매그나칩]

청주 매그나칩 사업장 전경. [사진 매그나칩]

산업부, 매그나칩 보유 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

앞서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분야와 전기전자 분야 각각 1건을 신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현재 지정된 국가핵심기술 중 디스플레이 1개 분야의 기술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 매각 추진 시 반드시 산업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산업부가 신규로 지정한 국가핵심기술 중 ‘HD급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을 위한 구동칩(DDI) 설계 및 제조기술’이 포함됐다. 이는 매그나칩이 보유한 기술에 해당한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DDI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다. 매그나칩의 중국 매각을 의식한 '원 포인트' 지정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보고 있다.
대형 LCD 출하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형 LCD 출하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매그나칩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해 설립됐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됐고 대주주도 미국 애비뉴캐피털이지만, 생산 설비와 연구·개발(R&D) 시설은 모두 국내에 두고 있다. 제품은 2000여 종이며, 첨단 DDI와 전력 반도체 관련 3000건이 넘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매각에 이어 지난 3월 자사 주식을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에 14억 달러(약 1조58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미국 규제 당국, 매그나칩 매각 심사 착수

당초 순탄하게 진행되던 매각 절차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달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매그나칩 매각 심사에 착수하면서다. CFIUS는 군사·첨단기술 분야의 인수합병 또는 투자 거래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거래를 금지하는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를 근거로 심사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초, 늦으면 9월께 나올 것”이라며 “매그나칩 매각 속도가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산업부가 OLED DDI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서 한국 정부의 심의까지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초 한미 양국 정부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매그나칩 매각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첨예해진 미·중 첨단 기술 경쟁의 '유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업계에선 나온다. 
 
국내에서는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로 넘어가면 과거 ‘하이디스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간 높았다. 과거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체 하이디스가 경영난으로 2002년 중국 BOE에 매각된 뒤, BOE가 하이디스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1위 LCD 업체로 성장한 바 있다. BOE는 하이디스의 핵심 기술과 인력만 넘겨받고 인수 4년 만에 회사를 부도 처리했다. 
 
또 LCD 기술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사실상 LCD 분야에서 철수하는 계기가 됐다. 매그나칩이 중국에 매각되면 현재 한국이 주도하는 OLED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첨단 기술기업 매각은 최대한 신중해야"

일각에서는 매그나칩의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해외 유출을 반드시 막아야 할 정도로 첨단 기술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대만의 팹리스 기업도 이미 OLED 구동칩 기술을 보유하고 시장에 진입 중”이라며 “매그나칩의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삼성전자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정도인데 ‘하이디스 사태’ 재현을 걱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OLED 등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기술을 해외에 매각할 때는 최대한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 매그나칩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기업을 위협하게 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영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OLED 디스플레이를 자체 생산하려면 패널 제조기술과 구동칩 설계 기술이 필요한데, 구동칩 설계 기술을 갖춘 매그나칩 매각이 자칫 중국의 숙제 하나를 풀어준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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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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