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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억 주고 정부돈 수백억 받자” 퇴출 위기 대학 '몰래 컨설팅'

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근 대학가는 명운이 걸린 시험을 한창 치르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인 ‘기본역량진단’이 바로 그것인데요. 지난달 서류 제출을 마친 대학들은 다음주부터 면접 시험을 치릅니다. 각 대학 대표자들이 심사위원 앞에서 우리 대학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게 됩니다.
 
기본역량진단은 3년 주기로 이뤄집니다. 2015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3주기 평가입니다. 이전 정부에서는 ‘구조개혁평가’란 이름이었지만 현 정부들어 기본역량진단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평가에서 통과한 대학은 정부의 각종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지만, 탈락하면 재정 지원에서 제외됩니다. 탈락한 대학은 정부 돈줄이 끊겨 퇴출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캠퍼스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서남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뒤 2018년 최종 폐교됐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 캠퍼스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서남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뒤 2018년 최종 폐교됐다. 연합뉴스

지방보다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권역내 대학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이라 수도권에서도 하위 대학은 탈락하기 때문입니다. 탈락을 피하려면 평가의 핵심인 보고서를 잘 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억대 비용에 발전계획 '대필'맡기는 대학들

그런데 대학들이 생존을 건 보고서 경쟁을 하게 되자 컨설팅 업체들이 활개를 치게 됐습니다. 아예 업체가 대학 발전 계획을 대신 써주는 곳도 있다는 것이 대학가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실제 한 컨설팅 기관은 홈페이지에 “대학 정부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합니다. ‘정부평가 심사에 참여한 경험있는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컨설팅을 받은 대학들의 이름을 나열해놓기도 했습니다.
한 컨설팅 기관이 홈페이지에 대학구조개혁 평가 컨설팅을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한 컨설팅 기관이 홈페이지에 대학구조개혁 평가 컨설팅을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비용은 작업 수준에 따라 다양합니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다 해주는 ‘턴키’ 방식의 보고서 작성에는 억대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보고서에 들어갈 표나 그림을 하나 그려주는데 몇십만원씩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예전에 탈락했던 모 대학이 1억5000만원을 들여 보고서를 맡긴 뒤 평가를 통과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보고서 때깔이 달라지니 비슷한 내용도 더 좋아보인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 잘 꾸며야 살아남는다'…평가 바뀌어야 

대학에는 각 분야의 권위자인 교수들이 모여있는데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컨설팅 업체를 동원하는 이유는 뭘까요. 한 대학 관계자는 “교수가 전문가들이지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보고서를 쓰는 전문성은 없지 않느냐”며 “대학으로서는 몇억을 들여 수십 수백억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한참 남는 장사”라고 합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과 신년 차담회를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과 신년 차담회를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대학 구조조정 평가가 보고서 꾸미기로 변질된다는 지적이 많자, 교육 당국은 보고서의 분량과 글자체, 글자 크기는 물론이고 ‘컬러를 쓰지 말라’라는 규제까지 내놨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분량 속에서 흑백 그림으로도 멋진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경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고서 경쟁에 매몰된 대학 내에서도 “이게 뭐 하는 짓인가”라는 자조가 나옵니다. 자조하면서도 수년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보고서를 잘 꾸민 대학이 살아남더라라는 경험칙이 있기 때문일겁니다. 대학이 번지르르한 보고서로 생존을 가르는 방식은 재고할 때가 됐습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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