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최현철의 시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백신의 부작용

최현철 정책디렉터

최현철 정책디렉터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에서 일하던 헝가리 출신 산부인과 의사 필리프 제멜바이스는 1847년 의사들에게 수술 전 손을 씻자고 제안했다가 병원에서 쫓겨났다. 당시 산모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산욕열에 감염돼 숨을 거뒀다. 제멜바이스는 면밀한 관찰과 연구 끝에 산욕열이 시체실과 분만실을 오가던 의사들에 의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제안한 ‘손 씻기 예방법’은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당시 의료계는 감염병이 물이나 직접 접촉이 아닌 나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장기설(瘴氣設, miasma theory)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멜바이스의 해법을 받아들이면 산욕열이 의료진 과실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분노한 동료들에 의해 병원에서 축출된 제멜바이스는 정신병원에서 쓸쓸한 여생을 마쳐야 했다. (스티븐 존슨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백신 부작용 인과성 인정 3건 뿐
인과성 없다며 이유도 설명 안해
부작용 판정 기준 더 유연해져야

의학은 새로운 유형의 감염병을 마주할 때마다 곤욕을 치러왔다. 때론 미신에 가까운 일을 치료법이라고 버젓이 행했다. 콜럼버스가 남미 대륙을 발견한 뒤 유럽에 매독이 수입돼 급속도로 퍼지자 당시 의료진들은 수은을 치료제로 쓰기도 했다. 처음 접하는 병원체에 대처하면서 당대의 의료지식 수준을 맹신해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면 재앙적 결과에 빠져들곤 했다.
 
현대 의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벌어지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방역 당국의 대처를 보면 이런 흑역사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백신을 맞고 나타난 범상치 않은 이상 반응에 ‘인과성 없음’ 판단을 너무 당당하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의 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던 김모(26)씨는 지난 3월4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사지에 마비가 왔다. 앞이 안 보이고 마비가 심해져 몇 차례 응급실에 실려 가 입원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급성 횡단성 척수염과 길랭-바레 증후군. 하지만 김씨 사례를 심의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지난 11일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로 분류해 보상신청을 기각했다. 통보서에는 달랑 백신 접종과 시간적 연관성이 낮고, 백신보다는 다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는 사유가 적혀 있었다.
 
어제까지 약 1000만 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접종 후 발열이나 통증, 과민면역반응(아나팔락시스)을 제외하고 숨지거나 중증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신고는 각각 400건이 조금 넘는다. 보건당국은 이 중 370건에 대해 심의를 해 딱 3건만 인과성을 인정했다. 그마저도 사망한 경우에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없다.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를 보니, 유럽연합 의약품청(EMA)이 지난 4월 ‘매우 희귀한 이상 반응’에 포함시킨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과 뇌정맥동 혈전증이 각각 한 건씩이다. 나머지는 접종 후 땀이 심하게 나면서 경련을 하는 통에 혈압이 급하게 떨어진 사례다. 한마디로 외국에서 인정된 사례가 아니면 쉽사리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뇌척수염이나 혈소판 감소가 없는 혈전증 등 다른 백신에서 확인된 부작용도 코로나 백신의 경우 해외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빼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 약을 한국에서 맞히면서, 한국에서 처음 나타나는 부작용은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과성이 없다는 이유를 세세히 설명하지도 않는다. 작업치료사 김씨의 아버지는 “다른 가능성이 무엇인지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사례가 켜켜이 쌓이고 있다. 건장한 50대 경찰관이 백신 접종 후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보름 만에 숨지거나, 백신을 맞은 80대 남매가 하루 간격으로 숨지는 일도 벌어졌지만 한결같이 ‘인과성 없음’으로 끝나고 있다. 국민들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달에야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 중 근거가 불분명한 경우에 한해 1000만원 한도에서 긴급 치료비를 대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뒤로 구제받은 사례는 접종 후 사지가 마비된 40대 여성 간호사를 포함해 딱 여섯 건뿐이다.
 
과학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문제가 인과 관계와 선후 관계를 구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과 관계는 대부분 빈번히 일어나는 선후 관계에서 유추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런 가능성에 눈감고 귀 닫는 것이야말로 비과학적이다. 이상 반응을 신고하면 다 보상해주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방역 당국과 전문의들이 명확히 다른 이유라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면 최소한 치료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와 백신, 그 부작용에 대처하는 자세는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최현철 정책디렉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