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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직고용 '밀실추진'도 걸렸다···公기관에도 뜬 '공민지'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가 공공기관의 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가 공공기관의 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지난달 중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사내게시판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후 불과 3주일 만에 3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외주로 맡겼던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 이슈를 다루는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협의회)’가 열린 직후다.   

공공기관·공기업 근무하는 젊은 세대
‘관행’으로 포장된 비리·부정 행태 고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문제제기하기도
“내 돈 아니라 내 세금이라서 더 분노”

 
8일 건보공단 내부 제보자 A씨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콜센터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대규모 세금 투입이 걸린 문제인데, (건보공단 측은) 협의회 녹취록은 물론 기획조정실이 위촉한 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단에 근무하는 20~30대 직원은 절차적 공정성을 잃은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MZ세대의 화두는 ‘공정’

기존 관행에 문제 제기하는 공공기관 민지세대. 그래픽 김영희 기자

기존 관행에 문제 제기하는 공공기관 민지세대. 그래픽 김영희 기자

민간 기업에서 표출된 민지세대의 요구 내용. 그래픽 김영희 기자

민간 기업에서 표출된 민지세대의 요구 내용. 그래픽 김영희 기자

19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직장에서 주류로 등장하면서 임금체계 투명화와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는 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 같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과 임금 협상 등에서 문제 제기를 해왔다.
 
뿐만 아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근무하는 MZ세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MZ세대를 의인화해 ‘민지세대’, ‘민지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공공기관·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공(公)민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공민지들의 주장은 ‘공정’ 담론 확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신에게 유·불리 여부를 떠나 ‘옳지 않다’고 여기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세금 유용 실태 신랄하게 지적하기도  

4일 중앙일보 보도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공공기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특별 점검을 실시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KISTEP 캡쳐]

4일 중앙일보 보도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공공기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특별 점검을 실시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KISTEP 캡쳐]

세금 낭비가 대표적이다. 최근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공금 유용을 꼬집는 글이 화제가 됐다. 이곳에서 근무한 저연차 직원 A씨는 최근 ‘특정 공공기관에서 이득 취하는 꿀팁’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는 ▶식사비 부풀리기 ▶회의 참석 ‘품앗이’ ▶거래명세서 조작 등을 조목조목 문제 삼았다.  
 
예컨대 캡슐커피 수백만원어치를 문구점에 ‘대리구매’해 달라고 요청한 다음, 문구점에는 사무용품비로 결제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과거부터 이어온 관행이어서’ ‘비용 항목상 불가피해서’ 등의 이유로 묵인돼 왔던 업무 행태다. 결국 KISTEP 측은 “특별 점검을 통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부적절한 사례가 드러나면 처벌 조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각종 수당이 부당하게 지급되는 것도 당장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은 지난해 초과근무 시간을 허위로 늘렸다가 내부 감사에서 들통이 났다.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직원들도 승인 없이 시간외수당을 받다가 적발됐다. 출퇴근 때 확인하는 지문인식 시스템은 도입한지 3년이 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근무시간에 업무용 차량을 타고 테마파크·전망대에 다녀온다거나(한국도로공사), 명예·정년퇴직자에게 해외여행 비용을 지원하다가(한국국토정보공사) 적발된 사례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준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B씨는 “다른 사람들이 허위로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다고 내 월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내 돈이 아니더라도 내가 낸 세금이라는 점에서, 부당한 수당 수령을 그냥 묵과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는 C씨는 “식사비를 실제 대금보다 초과해 결제하고, 나중에 잔액을 현금으로 받아 가로채는 상사를 본 적이 있다”며 “한 번만 더 그러면 실명을 폭로하겠다”고 기자에게 제보하기도 했다.  
이건우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위원장이 노조 설립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그간 생산직 노조 위주로 임단협이 진행되던 관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 대상노무법인]

이건우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위원장이 노조 설립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그간 생산직 노조 위주로 임단협이 진행되던 관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 대상노무법인]

위계적·수직적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이들의 ‘오래된’ 요구사항이다. 사내에서 상사가 후배에게 무리한 지시를 하거나 개인의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다. 한 전력공기업 감사전략부 징계 요구서에 따르면, 부서 조직·인력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D씨는 지난해 사내 징계 처분을 받았다. 휴가 중인 부하 직원에게 업무 처리를 지시하고, 부서원에게 집으로 초청을 요구해서다. 거친 표현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도 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취업준비생에게 ‘뜨거운 감자’인 취업·승진 문제는 공민지들이 가장 목소리를 키우는 사안이다. 건보공단에서는 콜센터 직원 1600여 명의 소속 전환이 밀실에서 논의된다는 게 MZ세대의 불만이 폭발한 도화선이 됐다. 갈등이 커지면서 ‘제2의 인국공 사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사내에서 갈등을 겪은 일을 지칭한다. 
 

“공공부문 일하는 문화 혁신 계기로 삼아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원 기관운영 감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16년도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에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원 기관운영 감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16년도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에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정기인사에서는 공민지들의 항의가 사내게시판을 달궜다. 과거 채용 비리에 연루해 내부 징계를 받았던 E팀장과 F수석조사역이 각각 부국장과 팀장으로 승진하면서다.  
 
금감원이 2014년 사내변호사를 채용하던 당시, 두 사람은 소송·실무수습 경력이 없는 전직 국회의원 아들을 합격시키는 데 연루됐다. 이들은 승진 제한 기간이 지나는 등 승진 자격에 문제가 없었지만, MZ세대에게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국민보다 정보력이 우월하고 국민의 실질적 감시가 어렵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며 “MZ세대의 지적을 계기로 공공부문의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구 세대 간 조율을 통해 조직의 안정성을 이루는 것도 숙제”라고 덧붙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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