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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수 사태' 막자…제작사들 계약서에 '학폭' 명시 러시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의 온달 역에서 중도 하차한 지수 [사진 KBS]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의 온달 역에서 중도 하차한 지수 [사진 KBS]

 
'학폭' 논란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할까.  

빅토리콘텐츠-키이스트 분쟁, 초미의 관심사
전문가들 "명확한 기준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대한 배상 문제를 놓고 제작사 빅토리콘텐츠와 지수의 소속사였던 키이스트 간의 공방이 뜨겁다. 발단은 주인공 온달 역의 지수의 중도하차였다. 학폭 논란이 확산하면서 제작사 측은 7회부터 주연배우를 나인우로 교체해 작품을 이어갔다.  

 
문제는 20부작인 이 드라마가 18회까지 사전제작된 상황에서 주연 배우가 하차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90%가 이미 제작을 마친 상황에서 주연이 교체된 만큼 전면적인 재촬영이 불가피했다. 과거사로 인한 주연 배우의 교체나 재촬영 모두 방송계에선 초유의 사태였다.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7화 이후 온달역으로 투입된 나인우 [사진 KBS]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7화 이후 온달역으로 투입된 나인우 [사진 KBS]

 
지난해 12월 중견 배우 배성우가 음주운전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연인 기자 박삼수 역을 맡은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하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는 소속사 대표이자 배우인 정우성이 '대타'로 투입됐고, 사전제작 드라마도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또 SBS '모범택시'의 경우 해커 안고은 역을 맡은 걸그룹 에이프릴 출신 이나은이 왕따 논란으로 하차하고 해당 분량을 재촬영했지만, '달이 뜨는 강'에서의 지수처럼 많은 분량이 아니었고 소속사와 이나은 모두 왕따 논란을 부인한만큼 배상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반면 '날아라 개천용'처럼 타협안을 찾기 어려웠던 빅토리콘텐츠와 키이스트는 법정 싸움으로 돌입했다. 빅토리콘텐츠 측은 키이스트를 상대로 30억원 가량의 배상을 요구했지만, 키이스트 측은 '과도한 액수'라고 거부했다. 키이스트는 지난달 27일 지수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배우 배성우 [뉴시스]

배우 배성우 [뉴시스]

 
연예계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KBS 드라마 '디어 엠' 역시 주연 박혜수가 학폭논란으로 방영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이번 소송 결과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이번 일이 워낙 초유의 사건이다 보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짐작하기가 어렵다. 다만 향후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송 결과를 떠나 지수 사건은 이미 연예계에 새로운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방송계에 따르면 지수 사건 이후 최근 제작사와 배우 소속사 간에 작성하는 계약서 문구가 대폭 바뀌었다고 한다.  
최근 대형 드라마를 여러 편 내놓은 A제작사 측은 "과거에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기간 동안 배우가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작품에 지장을 줄 경우 배상을 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수 사건 이후에는 법무팀과 상의해 방영 기간뿐 아니라 배우의 과거 문제가 작품에 물의를 일으킬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정우성과 권상우 [사진 SBS]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정우성과 권상우 [사진 SBS]

 
B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계약서에 배우의 '품위 유지' 정도로 표기했는데, 최근에는 제작사에서 '학폭'을 구체적으로 표기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C기획사 측도 "지수 사건 전후에 소속 아티스트들을 점검했고, 이후 캐스팅 과정에서 학창시절 행적에 대해 꼼꼼히 조사하도록 했다"며 "차라리 음주운전이라면 일정 기간 자숙하면 복귀가 가능하지만, '학폭'은 영구제명이 불가피한 분위기이다보니 확실하게 확인하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키이스트 측의 '사전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연예인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소속사가 배우의 과거 이력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입증된다면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키이스트 측은 추가 촬영 부분에 대해서만 정산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지수의 품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캐스팅을 추천한 것이라면 추가 촬영뿐 아니라 작품 전반에 걸친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프릴 나은 [중앙포토]

에이프릴 나은 [중앙포토]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이나은을 대신해 해커 안고은 역을 맡은 표예진 [사진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이나은을 대신해 해커 안고은 역을 맡은 표예진 [사진 SBS]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학폭이 크게 부각되는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트 시장과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논란이 사실이면 누가 어떻게 얼마나 책임져야하는지, 사실이 아닐 경우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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