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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이코노믹스] 미국이 시동 거니 주가·경제·산업구조 모두 충격파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시프트 ESG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최근 디지털 전환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화두가 되는 용어는 단연 ESG(환경, 사회책임, 기업지배구조)다. 시장에선 글로벌 ESG 펀드가 지난해 한 해만 140% 급증(1500조원)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들어 대기업·금융회사 할 것 없이 ESG 위원회 설립을 서두르는 등 ESG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양상이다.
 

유럽에선 대기업부터 공시 의무화
탄소배출량·이사회 다양성 밝혀야
미국이 기준 만들면 전 세계적 파장
소비자의 기업관 변화도 ESG 촉진

이처럼 ESG가 급격히 화두가 되는 이유는 뭔가. 첫째, 코로나19 충격을 계기로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통해 환경변화와 같은 비재무적 요인이 기업을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재무정보뿐 아니라 ESG와 같은 비재무 정보도 중요해졌다.
 
둘째, 글로벌시장에서 ESG 정보공시 의무화가 강화되는 것도 ESG 관심 제고에 한몫하고 있다. 의무화를 가장 빨리 선언한 유럽은 2018년 근로자 500인 이상의 역내 모든 기업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여기에는 친환경적 기조를 표방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의 영향이 크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ESG 전담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상장 기업에 대해 탄소 배출량, 이사회 다양성 등 ESG 공시를 의무화할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ESG 공시기준을 만들 경우, 주가는 물론 각국의 금융시장과 경제·산업구조에까지 파장이 클 수 있다.
 
셋째, 소비자의 기업관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제품 자체뿐 아니라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면서 제품을 구매한다. 기업의 제품생산이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등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사례가 많은 데다, 대기업과 플랫폼 독과점으로 양극화 이슈 등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환경과 후세대에 관심이 높은 MZ 세대 같은 젊은 층일수록 ESG 관심도가 높다.
 
세계 3대 평가지수에 대비해야
 
정유신의 이코노믹스

정유신의 이코노믹스

관건은 ESG 활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느냐에 모인다. 아직 ESG 투자에 대해 합의된 글로벌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ESG 평가기관만 600개 이상인 데다, 평가 방식과 평가 요소도 상당히 다양하다. 그 결과 한 기업을 놓고도 평가가 ‘우수’와 ‘평균 이하’로 격차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그만큼 평가지표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중요한 셈이다.
 
현재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평가지표로는 MSCI(모건스탠리 주가지수)의 ESG 리더스지수,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의 ESG 지수, FTSE(파이낸셜타임스 주가지수)의 FTSE4Good지수 등 3가지를 꼽는다. MSCI의 ESG 리더스지수는 1999년부터 20년 이상의 ESG 평가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 지표다. 활용하는 펀드 규모만 1000억 달러를 돌파해 투자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SG 평가는 공개된 기업 정보, 정부의 공공 데이터, 매크로 데이터 등을 활용한다. 평가대상 기업도 정보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2019년 말부터 2800여개 기업에 대한 ESG 평가등급, 유사기업 대비 차이점과 해당 기업에 영향을 주는 ESG 이슈 등을 공개하고 있다.
 
DJSI는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및 사회책임 등 ESG 성과를 종합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데, 설문 형태로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FTSE4Good지수는 유럽을 대표하는 ESG 평가지수다. ESG 중 특히 E(환경)를 강조해서 환경오염 관련 기업, 예컨대 석탄·무기·담배 관련 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특징을 갖는다.
 
미국이 중국 압박하는 신무기
 
어떤 ESG 지수 있나

어떤 ESG 지수 있나

이렇게 ESG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 이에 따른 시장변화와 파급효과로는 어떤 것을 예상해볼 수 있나. 첫째, 전방위적인 ‘ESG 금융’의 출현이다. 아직 ESG 관련 금융상품은 ESG 펀드와 ESG 채권이 중심이다. 글로벌 ESG 채권도 ESG 펀드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 한 해 전년 대비 58%나 증가한 4791억 달러(527조원) 발행됐다. 특히 구글·스타벅스 등의 ESG 채권(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지원, 대체에너지 프로젝트 등) 발행이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식·채권 같은 자본시장뿐 아니라 은행의 대출과 카드결제, 보험 등 금융의 모든 분야에서 ESG 상품 출시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지속가능성 연결 대출’, 스웨덴의 친환경 신용카드 ‘두블랙(Do Black)’에 이어 한국에서도 ESG 상품이 다양화하고 있다.
 
둘째, 실효성 있는 ESG 평가를 위한 인프라 및 제도 마련도 예상된다. 상장기업의 공시 의무화에 이어 관심을 끄는 것은 ‘ESG의 기업 재무제표 편입’. 현재 국제회계표준 ‘IFRS’를 제정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ESG 회계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향후 미국의 지속가능 회계기준위원회(SASB)나 유엔 산하의 글로벌리포팅기준(GRI) 등과 주도권 경쟁 가능성이 있다. 표준화에 속도가 붙으면 기업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셋째, ESG 테크 산업의 급부상도 관심 대상이다. 특히 E(환경)의 문제 해결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핵심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00%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해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Project Natick)’와 구글의 ‘탄소 제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향후 인공지능뿐 아니라 블록체인·클라우드컴퓨팅·사물인터넷(IoT) 등 핵심 인프라기술이 ESG와 새로운 융합모델 및 융합산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2060년 탄소 중립 달성’ 선언, 전국적 단위의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 중국의 표준 ESG 지표인 ‘CN-ESG’ 발표 등 나름 발 빠른 ESG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 이어 미국 바이든 정부도 ESG 강공에 나서면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투자는 물론 중국의 경제·금융 전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부동의 1위로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점, ESG 펀드 규모가 미국의 10%로 소규모인 데다, 경제성장 단계와 사회 구조상 미국 대비 S(사회)와 G(기업지배구조)의 평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은 부담 요인이다. 시장 일각에선 ESG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신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ESG 후발주자 한국, 발등에 불 떨어져
 
ESG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우리의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기업들의 ESG 등급은 MSCI 평가의 경우 대상기업 98개 중 65.3%가 세계 평균 이하여서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들로선 첫째, ESG 관리를 고려한 종합적 경영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매출·이익 등 재무목표뿐 아니라 친환경 원자재 및 소재 기술확보, 신재생에너지 사용, 거버넌스 선진화 등 비재무적 목표와 달성 전략도 함께 짜야 한다.
 
둘째, 유럽과 미국의 ‘결’ 차이는 있지만, ESG로 인해 기존의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기업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기업의 수익모델 특성에 맞는 핵심 ESG 요소를 파악하고, 그 성과를 적절한 채널을 통해 공시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SASB·GRI 등 대표적인 ESG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3대 ESG 평가지표의 평가항목을 꼼꼼히 검토하고, 되도록 ESG 공시내용에 대한 제3자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전문기관으로부터 ESG 진단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에선 ESG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게 올해 초부터다. 최근 정부가 공시 의무화 계획을 발표하고 국민연금도 ESG 기준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K-ESG 표준안 및 민관 공동 TF팀 마련, 국제 ESG 위원회 참여, 유럽의 ESG 공시 의무화와 탄소 국경세 도입 등에 대해서는 민관의 공동 대응이 시급해졌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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