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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베트남 돌산이 고향…금속공예 명장이 사랑한 이 보석

기자
민은미 사진 민은미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75) 

 

주얼리는 ‘반짝이는 사진첩’ 같은 존재입니다. 주얼리는 일상생활의 물건 중에서도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담고 있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문득 서랍 속 한쪽에 있던 반지를 보면 잊지 못할 순간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목걸이를 보면 그 목걸이에 얽힌 사람이 생각나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합니다. 당신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궁금합니다. 마음속 보석상자를 열어 소중한 주얼리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2년 금속공예 명장 선정된 오효근씨  
귀금속 세공 오효근 명장. [사진 오효근]

귀금속 세공 오효근 명장. [사진 오효근]

 
14살에 그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서였다. 당시 만난 한 어르신이 “고생이 많다”며 안쓰러워하면서 “그래도 배워야 한다” 고 충고했다. 일하면서 중학교에 다닐 수는 없으니 방송통신 강의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셨다. 14살에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르신의 충고대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계기가 됐다. 바로 귀금속 세공 오효근(59) 명장. 그는 중·고등학교 전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2015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NID 융합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검정고시에서부터 박사 학위까지 꼭 40년 걸렸다. 귀금속업계 입문 28년만인 지난 2012년 그는 대한민국 보석 및 금속공예 명장에 선정됐다. 오 명장은 40여년간 귀금속업계에 몸담으며 다양한 보석을 손수 다루고 수많은 주얼리 제품을 만들어 왔다. 그런 그에게도 마음속 깊이 간직해온 소중한 보석이 있다. 어떤 보석일까.
 

험한 여정 끝에 만난 보석

오효근 명장이 2014년 록옌 스피넬 광산에서 구입한 다양한 색상의 스피넬. [사진 오효근]

오효근 명장이 2014년 록옌 스피넬 광산에서 구입한 다양한 색상의 스피넬. [사진 오효근]

 
험한 돌산을 올라 광산에서 최초로 구입한 보석 스피넬(Spinel)이다. 그는 2014년 여름 베트남 룩옌(Luc Yen) 보석 시장과 스피넬 보석 광산을 방문했다. 룩옌은 하노이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옌바이(Yen Bai)주의 산악지대로 중국 국경과도 근접한 지역이다. 지난 1987년 처음 보석이 발견된 이래 고품질의 스피넬을 비롯해 루비, 사파이어, 투어멀린, 아쿠아마린 등이 산출되고 있다. 하노이에서 직선거리로 230km나 떨어져 있는 데다, 대부분이 비포장인 왕복 2차선 도로를 점령한 수많은 오토바이를 뚫고 가야 하는, 왕복 8시간의 고단한 여정이었다.
 
특히 광산으로 가는 길이 녹록지 않았다. 도보로 2시간 동안 뾰족뾰족한 바위투성이의 돌산을 타야 했다. 급경사의 돌산을 오르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인해 길이 매우 미끄럽기까지 했다. 길이 나 있지도 않은 돌산은 발아래가 바로 급경사의 낭떠러지였다. 자칫 발이라도 헛디디면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돌산을 올라 고생 끝에 도착한 보석 광산의 암석 질은 매우 단단했다. 웬만한 망치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채광이 어려웠다. 때문에 광산 작업은 주로 다이너마이트 폭파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폭파 후엔 스피넬 광석을 그 급경사의 바위산을 타고 인력으로 운반해야 하는 정말 험난한 작업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스피넬, 다양성을 지닌 보석

룩옌은 하노이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옌바이주의 산악 지대로 보석 광산은 산 정상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위). 보석 광산에 가기 위해 도보로 2시간 동안 뾰족뾰족한 바위투성이의 돌산을 타는 모습(아래).

룩옌은 하노이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옌바이주의 산악 지대로 보석 광산은 산 정상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위). 보석 광산에 가기 위해 도보로 2시간 동안 뾰족뾰족한 바위투성이의 돌산을 타는 모습(아래).

 
그는 힘든 여정 끝에 스피넬을 품은 광석을 만났다. 천신만고 끝에 돌 안에 자리 잡은 보석을 보는 것 그 자체가 신비로움과 환희였다. 돌 안에 파묻혀 있었지만 짙은 분홍색을 띤 스피넬의 아름다운 자태는 숨길 수 없었고, 보석으로 인해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오 명장은 그때부터 스피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록옌의 상설 보석시장에서 1캐럿 이상 크기의 스피넬을 그는 색상별로 개당 약 5만~10만원선에 구입했다.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오 명장은 “스피넬은 다양성을 지닌 보석”이라고 말한다. 스피넬은 거의 모든 색상으로 산출된다. 같은 색상의 돌을 찾기 어려울 만큼 색상이 다채롭다. 오 명장은 이런 다양성이 스피넬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라고도 평한다. 빨간색 보석의 대명사인 루비, 파란색 보석하면 떠오르는 사파이어, 초록색 보석을 대표하는 에메랄드처럼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한 이유가 다양성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관심이 가는 보석이라는 것이 오 명장의 설명이다.
 

한국의 100년 보석 역사책 집필 중 

록옌 보석 시장의 모습. 좌판에서 보석을 팔고 있는 보석 상인과 보석 상인이 팔고 있는 스피넬(위). 록옌 시장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보석들과 보석을 파는 가게(아래).

록옌 보석 시장의 모습. 좌판에서 보석을 팔고 있는 보석 상인과 보석 상인이 팔고 있는 스피넬(위). 록옌 시장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보석들과 보석을 파는 가게(아래).

 
오 명장은 지난 3월 주얼리업계 16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사)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후 주얼리 산업의 ‘20년 후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 중 한 가지가 사라져 가는 우리나라 주얼리 역사 100년의 이야기를 담을 『100인 공저 주얼리 100년사』라는 책을 만드는 것이다. 오원택 교수(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가 편집위원장으로 현재 집필에 들어갔다.
 
천연 보석을 누구나 친근하게 접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윌링’이라는 이름의 쇼룸 겸 매장을 열 준비 중이다. 수입 주얼리 브랜드처럼 고가품이 아니어도 천연 보석 주얼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스피넬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주얼리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스피넬이 지닌 잠재력을 선보이고 싶어서다.
 
14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명장 반열에 오른 오효근 명장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귀한 보석을 본 것도 높은 산을 오르고 오른 후였다. 어쩌면 한걸음, 한걸음 그의 발자취가 힘든 여정 끝에 험한 돌산의 정상에서 만날 수 있었던 오색영롱한 보석 스피넬같은 것은 아닐까.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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