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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현대사와 함께한 ‘대백’”…52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지난 1일 대구 중구 동성로2가 대구백화점(대백) 본점 앞. 개점 전인 오전 일찍부터 정문 앞에 인파가 몰려 긴 줄이 만들어졌다. 특별한 행사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대백 앞에 줄이 늘어서는 일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6.25 전쟁 후 한강 이남 최대 백화점

 
이날 대백 앞이 문전성시가 된 것은 대백 본점이 6월 한 달간 고별전 행사를 하면서다. 전국 유일의 향토 백화점이 개점 52년 만에 무기한 휴점하기로 하면서 고별전이 열렸다. 이 고별전은 대백 측이 지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방 전 설립된 몇 안 되는 향토기업인 대백. 대구를 대표하는 백화점으로서 지금까지 본거지인 대구 안에서만큼은 전국구 대형 백화점들과 나름 경쟁하며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5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 번쯤은 “대백 앞에서 만나자”며 약속을 잡아봤을 대구시민들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백의 역사는 곧 해방 후 대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백은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4년 1월 고(故) 구본흥(1920~2006) 창업주가 대구 종로에 설립한 ‘대구상회’가 효시다. 이비시야(イビツヤ·1932년)·미나카이(三中井·1934년) 등 일본인 백화점과 반월당(1936년)·무영당(1937년) 등 조선인 백화점이 세워져 있던 때였다.

 
45년 해방 직후 공산품 공급난에 밀수품 범람이 심화하자 국산품 애호운동 선봉에 서며 지역민의 사랑을 받았다. 66㎡ 규모 대구상회에서 주로 잡화류를 판매해 큰 수익을 거뒀고, 그 성공에 힘입어 50년대 대구상회의 10배 규모인 유복상회를 인수했다. ‘대구백화점’이란 상호는 이때부터 사용했다.

1960년대 말 대구 중구 동성로에 들어선 10층짜리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1960년대 말 대구 중구 동성로에 들어선 10층짜리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6·25전쟁 이후, 구 창업주는 사업을 점차 확장했고 69년 12월 26일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동성로에 개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본점 건물로 위치를 옮겼다. 오픈과 동시에 동성로 상권의 핵심 점포로 자리 잡은 대구백화점은 지역 최초로 정찰제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대백의 순항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88년 기업공개, 93년 프라자점 개점, 99년 지방 백화점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 운영 등을 이뤘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각 지역 향토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대백은 살아남았다. 회계연도 2001~2002년에 매출 690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 당기순이익 413억원 등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2년 12월엔 기업 주가도 역대 최대인 2만9000원대를 찍었다.

 
하지만 전국구 대형 백화점들이 지역에 등장하면서 대백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2003년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2011년 현대백화점, 2016년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에 지점을 열었다. 대백은 2018년 184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4월 대구신세계 주변에 야심차게 문을 연 대백아울렛 동대구점도 17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대백은 이후 신관 오픈과 대대적인 리모델링 등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에도 역대 두 번째 영업손실(175억5000만원)을 냈다. 결국 대백은 지난 3월 본점 영업 중단을 결정·공시했다. 하지만 아직 매각 등 본점 건물을 어떻게 처분 또는 활용할지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대백은 본점 휴점을 계기로 전체 적자 폭을 줄이는 한편 프라자점을 유통 주축으로 삼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프라자점 주변에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잇따르는 만큼 생활형 백화점으로 거듭날 상품·브랜드 기획 전략을 세우고 지역민과 유대감을 키워 고객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구백화점 본점 잠정 영업 중단 안내문. 사진 대구백화점

대구백화점 본점 잠정 영업 중단 안내문. 사진 대구백화점

 
대백은 지난 1일부터 본점 1층 특설 전시장에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본점의 연혁과 사진물뿐 아니라 대백 사보, 직원 유니폼 등 대백 77년의 각종 기록물을 한 곳에 모았다. 79년 지역 최초이자 전국 네 번째로 시행한 신용판매 제도 도입 당시 대백 신용카드 등을 함께 전시했다.

 
대백 측은 “지금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대구와 함께한 77년의 역사를 담은 대백의 기록을 준비했다”고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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