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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왜 태워? 프라다·루이비통도 뛰어든 '재고 보물찾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 그룹의 ‘미우미우’가 30년 된 리바이스 청바지를 가지고 새로운 컬렉션을 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매장서 판매중인 ‘리바이스X미우미우’ 컬렉션인데요. 미국에서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즈음 선보였던 리바이스 남성용 청재킷과 청바지에 미우미우만의 감성을 담아 ‘업사이클링(upcycling)’한 제품들입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재사용(recycling)하는 것과는 달리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오래된 청바지를 그냥 다시 입는 게 아니라, 뭔가 더해 한층 값진 것으로 만든다는 얘기죠. 미우미우는 리바이스로부터 오래된 청바지 재고를 전달받아 크리스탈·진주·인조다이아몬드·가죽 패치 등을 붙여 수작업으로 장식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리바이스와 미우미우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우미우 업사이클 프로젝트 컬렉션. 사진 미우미우

리바이스와 미우미우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우미우 업사이클 프로젝트 컬렉션. 사진 미우미우

 

[명품까톡]

재고 소각했다가 비난받은 명품

사실 명품 브랜드의 생명은 ‘브랜드 가치’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죠. 늘 최고의 소재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소위 ‘명품’으로 통했죠. 심지어 팔리지 않는 재고를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팔리지 않는다고 가격을 내리거나 기부한다면 브랜드가 가치가 유지 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실제로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 2018년 2860만 파운드 상당의 옷과 장식품, 향수 등을 태워 환경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만드는 데 비용을 들이고, 태우는 데도 비용을 들이니 이중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이후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재고 소각 관행을 없애기로 했죠. 프랑스에선 지난 2019년 아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소각하거나 파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총리실에 따르면 매년 프랑스에서만 약 8633억 원이 넘는 신제품이 소각 및 파괴되고 있다고 합니다.  
 

재고 원단도 다시 보자

재고 원단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만들어진 루이비통 20201 봄여름 남성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재고 원단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만들어진 루이비통 20201 봄여름 남성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친환경 가치를 앞세우면서 패션계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팔리지 않는 재고를 소각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재고를 활용해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죠, 특히 각 패션 하우스마다 쌓여있는 재고 원단이 타깃이 됐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알렉산더 맥퀸’은 의류로 채 만들어지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원단을 활용한 컬렉션을 만들었습니다. 루이비통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2021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 알렉산더 맥퀸도 2021년 봄·여름 의상에 재고 원단을 활용했습니다.  
 
급기야 프랑스 명품 그룹 LVMH는 재고 원단을 판매하는 리세일 플랫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LVMH가 ‘노나 소스’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미사용된 500여 종의 원단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선언한 거죠. 루이비통·디올·셀린느·펜디 등 LVMH가 보유한 모든 럭셔리 브랜드들의 원단을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판매해 앞으로는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현재 패션계에서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원단과 가죽은 매년 1200억 달러(약 134조 원) 정도라고 합니다.  
LVMH는 자사 브랜드의 재고 원단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진 노나 소스

LVMH는 자사 브랜드의 재고 원단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진 노나 소스

 

주목받는 ‘업사이클링’ 패션

세계 최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은 지난 4월 명품 브랜드들과 힘을 합쳐 업사이클링 컬렉션 ‘리컬렉션 01’을 선보였습니다. 스텔라 매카트니, 발렌시아가, 드리스 반 노튼, 시몬 로샤 등 8개 브랜드로부터 받은 50여 벌의 재고 의류에 업사이클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매력이 있는 옷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죠. 발표되자마자 일부 제품은 품절 되는 등 화제와 인기를 고루 누렸습니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재킷을 업사이클링한 제품. 사진 더리얼리얼

스텔라 매카트니의 재킷을 업사이클링한 제품. 사진 더리얼리얼

 
해외 브랜드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도는 국내에서도 활발합니다. 코오롱FnC의 ‘래코드’가 대표적이죠. 래코드는 악성 재고에 디자인을 더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을 만듭니다. 버려지는 캔버스 회화 작품으로 가방을 만드는 ‘얼킨’ 등 신진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시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섬은 재고 원단을 압축해 인테리어 마감재로 만드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0일부터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기묘한 통의 만물상’에서도 이런 업사이클링 패션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오브제들이 아티스트들의 손길을 거쳐 작품으로 재탄생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로, 패션 브랜드 ‘오픈플랜’의 이옥선 디자이너는 이케아의 재고 커튼과 이불 커버 등을 활용해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 등을 선보였습니다.  

 

업사이클링 패션이 진짜 비즈니스가 되려면

하지만 아직까지 명품 브랜드의 ‘업사이클링’ 패션은 한시적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소각하고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재고에 디자인을 더해 재창조하는 것이 시간은 물론 비용도 많이 들죠. 업사이클링 패션 제품이 절대 저렴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또 소비자들의 원하는 만큼 많이 만들어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오히려 명품 브랜드가 업사이클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희소한’ 가치를 내세우는 데다, 비교적 고가인 명품 브랜드야말로 이런 업사이클링 패션에 더 유리하다는 얘기죠. 장남경 한세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제한된 수량으로 특별하게 제작된 업사이클링 제품은 최근 럭셔리의 대중화로 인해 약해진 희소성과 권위, 나아기 윤리성까지 획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합니다.  
성공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프라이탁. 버려진 방수천을 가지고 가방 등 액세서리를 만든다. 사진 프라이탁

성공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프라이탁. 버려진 방수천을 가지고 가방 등 액세서리를 만든다. 사진 프라이탁

물론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오픈플랜’의 이옥선 디자이너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넵니다. 재활용이나 재사용도 좋지만, 그보다 적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요. 재고를 활용할 생각 이전에, 재고를 만들지 않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결국 근본적 해결은 의류를 많이 만들지 않고, 적게 사고, 오래 입는 것일 테니까요.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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