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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연봉 반토막에 CEO는 63% 올려…이래도 고용지원금?

지난 2월 18일 서울 강서구 제주항공 서울지사에서 승무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서울 강서구 제주항공 서울지사에서 승무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의 촉 : 고용유지지원금 

 
고용노동부가 3일 항공업을 비롯한 15개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90일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1~3일 동안 제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심의·의결했습니다. 심의회는 이례적으로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난달 26일 제4차 고용정책심의회가 열린 지 일주일 만에 또 심의회를 연 것입니다.
 
고용부가 이렇게 서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항공·여행·면세점 등 특별고용지원 업종에서 대량 실직이 우려되어서입니다.
 
이번 심의회 의결로 이들 업종에는 9월까지 3개월 더 고용유지지원금이 지원됩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유급 휴직(업)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평균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수당 중 90%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사업주는 나머지 10%만 부담하면 됩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에는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이면 지원이 종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 이날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무급 휴직자를 지원하는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도 시행된다. [뉴스1]

고용유지지원금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 이날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무급 휴직자를 지원하는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도 시행된다. [뉴스1]

 
사실 고용부는 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업종도 어려운데 이들 업종에만 추가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를 두고 고심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은 국회에서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고용보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지난해에만 5조3292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올해 적자 규모도 이 수준이거나 더 많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판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고용보험 적자는 18조94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근로자의 쌈짓돈으로 조성해 놓은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고용유지지원금 덕에 실업을 막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요동치는 노동시장에 진정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보험 재정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 돈을 풀면 물가상승을 더 부추기고, 금리 인상, 버블붕괴 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부가 지난달 말 4차 고용정책심의회에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배경입니다. 재정과 경제 상황, 형평성 논란이 추가지원 결정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된다면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된다면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4차 심의회에서 사측은 경제단체에 부탁하고, 노조는 노동단체에 부탁해 노사가 함께 지원 연장을 건의하며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고용유지를 위해 노사가 손을 맞잡은 훈훈한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일각에선 과연 업종을 묶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기업별로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정해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예컨대 항공업종의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 적정성 논란입니다.
 
조원태 회장

조원태 회장

 
올해 3월로 돌아가 봅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공시가 떴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수령한 연봉이 전년보다 40%나 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17억3241만원, 한진칼에서 13억6600만원을 받았습니다. 총 30억9841만원입니다. 상여금을 없애는 대신 기본급을 확 올려서 연봉을 높였습니다. 2019년에는 18억9335만원을 받았는데, 연봉 상승률이 무려 63.7%에 달합니다. 대한항공 측은 "2019년 회장에 취임한 뒤 2020년 3월부터 회장직 연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 노조는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협약도 유지하는 등을 결정하고, 회사에 위임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협약도 유지하는 등을 결정하고, 회사에 위임했다.

반면 지난해 대한항공 직원들의 연봉은 20% 가까이 깎였습니다. 순환 휴직을 받아들이는 등 비상경영에 동참했습니다. 비행 수당 등이 사라진 승무원의 임금은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임원들도 연봉의 50%를 반납했습니다. 인건비가 줄어든 덕에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383억원, 전년 대비 16.5% 늘었습니다. 불황형 흑자입니다.
 
그즈음 SK하이닉스에선 성과급 논란이 나오자 최태원 회장이 연봉을 전액 반납했습니다. "회사가 이만큼 큰 것은 직원들이 고생한 덕"이라면서 말이죠. 게리 켈리(Gary C. Kelly) 사우스웨스트 회장 겸 CEO는 올해 1분기 미국 항공사 최초로 흑자를 낸 사실을 발표하면서 "특히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월급봉투가 쪼그라든 상황에서도 견뎌준 직원을 먼저 챙긴 것이지요. 그런데 조 회장이 회사를 위해 참고 견디며 흑자를 내준 직원을 위해 연봉의 전액 또는 상당 부분을 내놓거나 그에 버금가는 격려를 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 사이에선 "조 회장이 가져간 돈이 깎이고, 감내한 우리 월급"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한다며 경영자금을 산업은행에서 끌어오고, 직원 고용유지한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정부에서 또 받고, 말 그대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경영"이라는 비판까지 내·외부에서 나오는 판입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탑승장 입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탑승장 입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항공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10년 내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대주주는 올해도 거액을 챙겨갈 수 있습니다. 반면 직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때우며 근근이 생활하는 형편입니다.
 
이러니 특별고용지원 업종이라도 선별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사의 고용유지를 위한 자구 노력 ▶경영진의 고통 분담 기여도 ▶최고경영자(CEO)의 ESG 이행 의지 등을 따져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지금처럼 단순히 매출액이나 순이익 등만 들여다보고 지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직원의 호의에만 기대는 기업을 제어할 수 있고, 경영층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 적정성과 효율성, ESG 확산을 꾀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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