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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에 성기 비추고 매춘부 취급…12세 계정 찾아온 男2458명

다큐 '#위왓치유'에서 12살로 가장해 디지털 성범죄 현실 조사에 참여한 배우 테레자 테슈카만. [사진 찬란]

다큐 '#위왓치유'에서 12살로 가장해 디지털 성범죄 현실 조사에 참여한 배우 테레자 테슈카만. [사진 찬란]

소셜미디어(SNS)에 12살 소녀로 설정한 가짜 계정을 열자, 얼마 안 돼 전세계 남성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남성들은 주로 20~60대. 화상 채팅으로 말을 건 그들은 다짜고짜 웹캠에 자신의 성기를 비췄다. 상대가 미성년자란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위행위를 강요하거나, 개가 등장하는 포르노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소녀에게 이런 식으로 나체 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한 남성이 열흘간 2458명에 달했다.
 

3일 개봉 디지털 성범죄 고발 다큐 '#위왓치유'
체코판 불꽃단…가짜 12세 계정 열고 SNS 관찰
열흘간 남성 2458명 몰려…미성년자 알고도 가해
경찰 추가 수사·범인 검거, 학교교육 반영 등 반향

체코 다큐멘터리 ‘#위왓치유’(3일 개봉, 감독 바르보라 차르포바‧비트 클루삭)가 폭로한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파렴치한 민낯이다. 지난해 2월 체코에서 개봉한 이 다큐는 6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지 경찰의 관련 수사 및 범인 검거로까지 이어졌다.
 

“가해자 자위 보기 힘들었지만, 투쟁 의지 생겨”

12살 소녀로 분장해 남성들의 채팅 요청에 응하며 관찰 영상 작업에 참여한 배우 테레자 테슈카만(25)은 “촬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를 통해 어떤 남자가 자위하는 장면을 봤을 땐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동시에 중요한 순간이란 것을 직감했다. 내가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구나, 투쟁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다큐에 대한 중앙일보 질문에 그와 이 다큐 제작자 필립 레문다(48)가 지난 3일 e메일로 보내온 답변을 통해서다.
 
레문다는 “체코 통신기업 O2에서 10~20대를 위한 디지털 교육용 바이럴 영상을 의뢰받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돌이켰다.그와 함께 제작사를 운영해온 비트 클루삭 감독이 먼저 제안했다. 두 사람이 영화학교 시절 공동 연출했던 다큐 ‘체코 드림’(2004)과 비슷한 방식의 실험을 해보자고 한 것이다. ‘체코 드림’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대형 마트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방식으로, 광고에 대한 대중의 맹신을 기발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이번엔 SNS에 가짜 10대 소녀 계정을 만들고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단 두 시간 만에 83명의 남성이 접근해왔다. 상상 이상의 결과에 충격받은 두 사람은 장편 다큐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실태를 파헤치기로 했다. 성평등 관련 다큐로 주목받던 바르보라 차르포바 감독이 합류했다.  
 

포르노영상 받고 채팅 상대 만나는 아이들

다큐 '#위왓치유' 속에도 등장하는 촬영 당시 제작 현장. [사진 찬란]

다큐 '#위왓치유' 속에도 등장하는 촬영 당시 제작 현장. [사진 찬란]

두 감독은 실제 아이를 둔 주변 부모들로부터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가 다큐 첫 장면 자막에도 나온다. “체코 어린이 60%는 부모 제재 없이 인터넷을 하며 그 중 41%는 타인에게 포르노 영상을 받은 적이 있다. 50%는 낯선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채팅을 하며 20%는 채팅 상대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란 내용이다.  
 
레문다는 “한 부모는 딸이 SNS에서 어떤 남자와 친밀한 대화를 주고받고 나체 사진까지 보낸 사실을 알고 호되게 혼냈더니 딸이 ‘자기 반 여자애 중에 남자와 그런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는데 자기도 거기 끼고 싶어서 계정을 만들었다’고 했다더라”면서 “두 감독은 또래 무리에 끼기 위해서 아이들이 그렇게 추잡한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 친해진 후 협박…어린이 캠프 운영자도 있어

제작진은 생생한 현실을 포착하기 위해 어려 보이는 20대 여성 배우 3명을 캐스팅해 이들의 12살 때 사진을 바탕으로 가짜 계정을 열고 채팅 요청에 응하게 했다. 촬영 중 가장 충격적인 순간으로 레문다는 “가해 남성들의 패턴”을 들었다. “그들은 종종 협박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죠. ’예쁘다‘ ’조금 더 네 삶을 이야기해봐‘ ’사진 보내봐‘ 그렇게 친밀감을 형성하고 나서는 협박을 시작합니다. ’네 사진을 엄마에게 보낼 거야‘ ’학교에 뿌릴 거야‘ ’난 그들을 모두 알아‘ 이렇게 말해요. 심리적인 상황을 이용하며 협박합니다. 그들은 대화를 잘 이끌어내요. 영화에 나온 ’북부의 제왕‘(SNS 아이디) 같은 경우 놀랍게도 어린이 캠프 운영자였죠.”
 
그는 또 “속도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모든 과정이 빨랐다. 프로필 사진을 올리자마자 가해자들은 엄청난 속도로 접근했다. 하드코어한 음란물이 퍼지는 속도도 상상초월이었다”면서다.
 

참여 배우 “‘매춘부’ 취급…가짜 신분인데도 힘들었죠”

다큐 '#위왓치유'에서 12살로 분장하고 가짜 세트장에서 온라인상에서 접촉해온 가해 남성들에 응대한 성인 배우들이 비트 클루삭 감독(맨오른쪽)과 촬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찬란]

다큐 '#위왓치유'에서 12살로 분장하고 가짜 세트장에서 온라인상에서 접촉해온 가해 남성들에 응대한 성인 배우들이 비트 클루삭 감독(맨오른쪽)과 촬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찬란]

프라하 무대예술학교 출신 배우인 테슈카만은 “실제 12살 때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하고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오디션 참여 계기를 밝혔다. 촬영장에 변호사, 심리상담가가 상주하며 배우들의 상태를 살폈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테슈카만은 예상보다 힘들었던 장면을 묻자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라 했다. “제작진이 (남성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합성해서 만든 내 가짜 누드 사진을 어떤 범죄자가 온라인상에 올리고 협박할 때 진짜 내 몸이 아닌 걸 알면서도 힘들었다”면서 “촬영을 마친 후에도 남성들로부터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왔다. 나를 ‘매춘부’라 칭하면서 내 사진을 이베이에 올려서 파는 것도 봤다”고 했다. “남자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잊히지 않아 심리 치료를 받았다”면서도 이 다큐를 다시 찍는다면 “당장이라도 다시 참여하겠다. 여성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80살인 우리 할머니가 영화관에서 이 다큐를 보셨는데, SNS‧인터넷이 뭔지도 모르셨지만 함께 슬퍼하고 화를 내며 공감해주셨다. 한국에서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함께 보고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다큐에 눈‧입만 빼고 얼굴이 가려진 채 등장한 가해자들 중 부유한 체코계 미국 남성은 관찰 영상의 존재를 안 후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장면을 편집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이미 이 프로젝트가 기사화돼 주목 받고 있었기에 더는 손을 쓰지 못했다. 경찰이 촬영 영상을 먼저 요청해오면서 실제 수사가 시작됐고 몇몇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 레문다는 “어떤 가해자는 2년형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가해자는 벌금을 물었다”면서 “우리 영화만 갖고 실형을 끌어낼 순 없었다. 경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실제 미성년자를 만난 여죄가 밝혀진 경우 처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도둑질처럼 한눈에 인식해야

제작진은 이런 범죄 상황이 전 세계적인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클루삭 감독은 영화사와 인터뷰에서 “‘N번방 사건’은 몰랐지만, 미국에 방송을 통해 직접 성범죄자들을 잡는 ‘포식자를 잡기 위해(To Catch a Predator)’란 TV쇼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개봉 버전은 체코에선 15세 관람가 버전. 현지에선 더 노골적인 장면을 폭로한 19세 버전도 별도 개봉했다. 미성년자를 위한 60분짜리 교육용 버전을 만들어 체코 공립 TV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이 다큐를 계기로 체코 교육부에선 아이들의 온라인 행동 지침을 만들어 교과서에 싣기로 하고, 학교 내 관련 토론, 학부모 대상 교육 등에도 힘쓰는 추세다.  
 
레문다는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콘셉트의 다큐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려면 “첫째 무엇이 범죄이고 무엇이 범죄가 아닌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다. 
“법적 시스템이 중요하죠. 우리가 가게에서 도둑질하면 범죄죠. 온라인에서도 그렇게 한눈에 인식할 수 있어야 해요. 둘째 교육이 필요합니다. 가게에서 누가 무엇을 훔치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누가 이런 행동을 하면 바로 범죄임을 인식하고 신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증거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교육이 필요해요. 교육과 사회적 인식,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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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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