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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취소 땐 18조 손실, 일본 여론 나빠도 ‘강행’ 배수진

도쿄올림픽 D-48

담장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며 개막 준비에 한창인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담장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며 개막 준비에 한창인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은 과연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까. 대회 개막(7월23일)까지 채 50일도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그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지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재연기 또는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올림픽 개최 당사자들은 여전히 치열한 눈치 게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도(都),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까지 이른바 ‘도쿄올림픽 4대 주체’가 입을 꾹 다문 채 서로의 안색만 살피는 모양새다. 곧 터질 걸 알면서도 ‘나만 안 다치면 돼’라는 심정으로 옆 사람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글로벌 스포츠 관계자들은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을 자처한 도쿄올림픽이 자칫하면 또다른 팬데믹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IOC도 중계권료 1조6000억 놓쳐
무관중이라도 개최하려는 입장

코로나 확산, 팬데믹 기폭제 우려
일본인 83% 재연기 또는 취소 촉구
백신 접종 늘리는 게 유일한 희망

도쿄올림픽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싸늘하다. 아사히 신문이 지난달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실행해야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재연기를 바라는 의견이 40%, 취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43%였다. 부정적 응답 비율이 83%에 이르는데, 이는 지난 1월(부정 응답률 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론의 추이는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과 엮여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히 2000명을 웃돈다. 매일 6000~70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던 지난달 중순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일본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달 27~29일 사흘 연속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 일본 정부가 도쿄도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지난달 25일까지 적용키로 했던 긴급조치 기한을 이달 20일까지 추가 연장한 이유다.
 
스폰서십 참여 아사히 “취소가 바람직”
 
지난 2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분과회장인 오미 시게루 지역의료기능진전기구 이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도쿄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의료계가 더 큰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미 이사장은 “이미 의료기관이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올림픽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우에야마 나오토 일본 전국의사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전세계 200여 개국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완전히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탄생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여론이 악화되자 도쿄올림픽 후원사들의 표정도 어둡다. 60여 개 기업이 총액 33억 달러(3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속출하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도요타가 “대중의 걱정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했고, 라쿠텐은 도쿄올림픽에 대해 ‘자살 임무(suicide mission)’라는 격한 표현을 쓰며 우려했다. 스폰서십에 참여한 언론사 아사히 신문은 지난달 26일 “올림픽 취소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비관적인 상황에도 도쿄올림픽 개최 당사자들이 ‘대회 취소’를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는 1일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관련 비용이 1조8108억엔(18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 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 또는 도쿄도가 앞장서서 올림픽 취소를 추진할 경우 IOC와 계약에 따라 추후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2일 일본 총리 관저 소속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는 (올림픽) 중지라는 옵션을 고려하지 않는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IOC 또한 무관중으로라도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 미국 방송사 NBC와 맺은 14억5000만 달러(1조6000억원) 규모의 TV 중계권 계약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중계권료는 IOC 총 수입의 70%를 차지한다. 관련해 IOC는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 대해 ‘대회 기간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본인 책임’이라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기로 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라나 하다드 IO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 정부나 보건 당국은 없다”면서 “(서약서는) 이전 올림픽부터 줄곧 진행한 절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을 비롯한 주요 일본 언론은 “건강 관련 서약서는 이전 대회에도 존재했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중태와 사망 등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IOC의 의도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가을 총선, 스가 내각 운명 가를 변수
 
일본과 IOC가 모두 ‘올림픽 강행’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백신 접종이다. 일본 정부는 ‘매일 100만 건 접종’과 ‘7월 말까지 고령자 접종 완료’를 방역 관련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에 머물고 있는 일본 국내 백신 접종률을 9월까지 4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IOC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로부터 공급 받은 백신을 최대한 활용해 올림픽 개막 이전까지 출전 선수 접종률 80%를 넘긴다는 내부 목표를 정했다. 8만 명에 이르는 올림픽 자원봉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대회 기간 중 일본을 방문할 선수단과 임원 등 9만5000여 명의 동선을 통제하기 위한 시나리오도 준비 중이다.
 
도쿄신문은 1일 “올림픽 성공 개최 여부는 올 가을 총선을 앞두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내각의 명운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라면서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중 코로나19로 일본 내 의료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이 온다면 정권의 기반도 함께 흔들릴 것”이라 전망했다.
 
독도·욱일기 논란에 보이콧 여론 확산, 난감한 태극 전사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선수단은 차분히 도쿄올림픽 개막을 준비하면서도 시시각각 쏟아지는 내·외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간 흘린 땀과 눈물을 보상 받기 위해 막바지 담금질에 매진하지만, 악재가 잇달아 터져나오는 올림픽 준비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각 종목별 예선을 통과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한국 선수는 총 23개 종목 186명(2일 기준)이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각 종목별 예선을 거치면 2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에겐 인생을 건 도전 기회다. 메달권에 입상하면 연금과 병역 등 여러가지 혜택을 얻는다. 은퇴 이후 지도자로 거듭나는 과정도 한결 수월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심상찮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여기에 독도 논란과 욱일기 논란이 추가됐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 속 일본 지도에 슬그머니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사실이 드러나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일본 골프대표팀은 유니폼에 욱일기의 햇살 무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해 비판 여론에 불을 질렀다.
 
IOC의 어정쩡한 태도도 문제다. 시정을 요구하는 한국측에 “해당 사안은 조직위에 문의하라”며 슬쩍 발을 뺐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일본 정부가 한반도기 독도 표시를 문제삼자 즉시 개입했던 것과 다른 태도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도쿄올림픽 불참을 요청하는 청원 글이 등장했고, 2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욱일기 화형식이 열렸다.
 
배구 여자대표팀 에이스 김연경은 “올림픽 개최가 코앞인데, 여전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선수 입장에선 눈과 귀를 닫고 열심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조대표팀 베테랑 양학선은 “최근까지도 선수촌에서 선수들이 모이면 올림픽 재연기 가능성이 화두였다”면서 “대회를 준비하다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목적을 잃는다. 선수 입장에선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펜싱대표팀 맏형 구본길은 “‘위험한 올림픽 꼭 해야하느냐’고 묻는 분들을 이해하지만, 우리에겐 인생이 걸린 도전이다. 운동선수라면 올림픽을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 선수단은 도쿄에서 금메달 7개 이상을 획득해 여름올림픽 5회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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