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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가 차린 한국 고사상 흥미롭네

이태원에 들어선 ‘구찌 가옥’

큰 일을 벌일 때마다 행운을 기원했던 ‘고사’를 콘셉트로 한 ‘구찌 가옥’ 티징 이미지. [사진 구찌 코리아]

큰 일을 벌일 때마다 행운을 기원했던 ‘고사’를 콘셉트로 한 ‘구찌 가옥’ 티징 이미지. [사진 구찌 코리아]

2019년 서울 청담동에 들어선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 비통 플래그십 스토어의 지붕 모양은 부산의 전통 무용인 ‘동래 학춤’에서 영감을 얻었다. 흰 도포 자락이 흩날리는 듯한 아름다운 곡선을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2017년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의 글로벌 스토어 곳곳에는 달 항아리가 전시됐다. 한국인 도예가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구매해 간 작품들이다.
 

강북 지역 첫 플래그십 스토어
한국의 ‘집’ 손님 환대 문화 반영
외관 파사드엔 상상의 소나무 숲
실내, 할머니·MZ세대 감성 아울러
색동 입힌 가방, 보자기 포장도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시아 시장의 주요 거점인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이태원에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을 오픈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사례는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문화에 애정을 갖고 섬세하고 깊이 있게 공부한 좋은 예다.
 
구찌의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강북 지역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구찌 가옥’은 이름부터 각별하다. 새로 오픈하는 매장은 ‘구찌 청담’ ‘구찌 나미키’ 등 해당 거리나 지역의 이름을 따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브랜드 처음으로 한국의 ‘집’이 내포하는 공간 문화의 상징성을 활용했다. 내 집을 찾은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 환대 문화를 반영해 방문객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매장을 표방한 것.
 
여기에는 구찌 한국 직원들과 이탈리아 본사 직원들의 오랜 시간에 걸친 긴밀한 협조가 숨어 있다. 다양성과 생기 넘치는 이태원의 감성과 한국 문화의 다채로움을 모두 담고 싶었던 한국 직원들이 ‘가옥’을 제안했고, 이탈리아 본사에서 받아들인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태원 특유의 독특한 문화와 한국 문화에 대한 존경을 담아 ‘구찌 가옥’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했다.
 
박승모 작가가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로 만든 소나무 숲 외관 장식. [사진 구찌 코리아]

박승모 작가가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로 만든 소나무 숲 외관 장식. [사진 구찌 코리아]

일단 건물 외관 파사드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로 작업하는 조각가 박승모 작가의 상상의 숲이 자리 잡았다. 가느다란 와이어들이 중첩돼 명암 대비를 이뤄 만들어낸 소나무 숲은 낮과 밤에 따라 각기 다른 빛과 조명으로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픈 전 티징 마케팅 단계에선 큰 행사를 치를 때마다 행운을 기원하던 ‘고사’ 콘셉트를 반영했다. 한국 팀이 고사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고사상 음식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사진을 보내면, 미켈레를 비롯한 이탈리아 팀이 ‘구찌 가옥’만을 위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 뒤 양국 간 수 차례 이견 조율을 거치는 방식이다. 덕분에 사과·배 등의 과일은 홀수로, 북어는 명주실로 감고, 초와 돼지머리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  
 
구찌의 고사상 포스터를 본 한국 전통문화 전문가들은 “오방색을 활용해 한국적인 느낌과 젊고 발랄한 구찌의 느낌을 동시에 잘 풀어냈다”며 “예부터 고사상에는 붉은 팥 시루떡 판, 북어포, 웃고 있는 돼지 머리, 술 네 가지는 꼭 올라야 하는데, 붉은 시루떡 판을 비슷한 색의 한과로 대체한 것을 빼면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이미지를 준비한 것 같다”고 호평했다.  
 
매장 오픈 당일에는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 컴퍼니’가 함께한 축하곡 ‘헬로 구찌’ 영상과 사물놀이 공연 영상도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전통 ‘색동’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바이아데라 GG 수프림 리넨 토트 백. [사진 구찌 코리아]

전통 ‘색동’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바이아데라 GG 수프림 리넨 토트 백. [사진 구찌 코리아]

1층부터 4층까지 중앙 원형 계단으로 이어진 ‘구찌 가옥’ 실내는 메탈릭한 타일과 조명을 이용해 1970~80년대 디스코텍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꾸며졌다. ‘가옥’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풍경을 기대한 사람들은 다소 아쉽겠지만, 할머니 세대와 MZ 세대 감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구찌만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다. 대신 실내 곳곳에서 한국 문화를 세심하게 접목했음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전통 문양인 ‘색동’에서 영감을 얻은 ‘바이아데라’ 제품들과 주얼리, ‘가옥(GAOK)’ 글자가 새겨진 가방과 가죽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보자기·노리개를 활용한 스페셜 포장 서비스도 눈에 띈다.
 
보자기·노리개 장식 등의 스페셜 패키지 서비스. [사진 구찌 코리아]

보자기·노리개 장식 등의 스페셜 패키지 서비스. [사진 구찌 코리아]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확실히 다르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존경하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 정체성과 동시대 문화까지 함께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로 창립 100년을 맞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의 깊이 있는 노력이 반가운 이유다.
 
서정민 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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