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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단타로 돈 번 사람 못봤다, 3년보다 짧으면 단타다"

지난달 25일 존리(62)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PD

지난달 25일 존리(62)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PD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해야죠. 내가 돈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존 리(62)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는 노동만 강조하는 한국 금융 교육을 이렇게 비판한다. “내 돈과 주식이 밤낮없이 일해서 내가 잘 때도 나를 부자로 만들어야 한다”가 그의 지론이다. 부(富)를 향한 이런 솔직한 욕망이 ‘개미’들 가슴에 불을 지폈을까.
 
역병과 치솟은 집값에 몸서리친 개미들은 지난해 ‘동·서학개미운동’이란 주식 열풍을 일으키며 바다 건너 월스트리트까지 진출했다. ‘존봉준’이란 별명을 얻은 존 리 대표는 개미군단 선봉에서 주식·금융의 중요성을 말과 글로 퍼트려왔다.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서울 북촌 메리츠 자산운용 사옥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엔 2015년부터 그가 강연 다닌 70여 곳이 표시된 2m 크기 전국 지도가 걸려있다. 제주부터 강원까지 전국 곳곳이 스티커로 채워져 있다.
 
그의 이런 행보에 “결국 책 홍보”라거나 “펀드 마케팅 아니냐” 같은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올바른 주식 투자가 부자의 지름길’이라고 설파한다. ‘주식하면 10명 중 11명이 망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왜 그럴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예민한 물음에도 서슴없이 답했다.
 
‘동학 개미 운동’은 어떤 의미였나.
‘주식은 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 생각이 변했다. ‘돈이 일하게 한다’는 걸 깨닫고 잘못된 소비를 투자로 바꿨다. 의미 있는 변화다.
 
개미들이 주식에 몰린 이유는 뭘까.
IMF 외환위기, 세계금융위기로 고통받을 때 주식을 산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는 학습효과가 한몫했다. 돈이 풀리고, 집값이 뛴 영향도 있을 거다. 낮은 이자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은행에서 내 돈이 안 불어나니 주식시장에 돈이 모였다. 다만 여전히 ‘단타’ 매매나 무경험자들의 ‘빚투’ 욕망은 걱정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양극화가 심해졌다. 사진 로이터·조은재PD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양극화가 심해졌다. 사진 로이터·조은재PD

 
2030 청년 중엔 단타족 많다. 경제방송 영향도 있다고.
주식투자 연령이 낮아진 건 고무적인데,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상황에서 증권방송을 보면 잘못된 투자습관이 생긴다. 대부분 사자마자 ‘언제 팔까’를 걱정한다. 그건 투자가 아니다. 투기다.
 
외국은 다른가.
한국처럼 모든 증권 방송이 ‘이거 사라 팔라’, ‘손절매가 얼마다’, ‘목표 가격(target price)이 얼마다’ 이렇게 안 한다. 심지어 한국은 예능 프로그램도 주식 이야기하는데 (그런 방송도) 진지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사람들은 ‘단타’로 돈 벌 수 있다고 착각한다.
방송 나오는 ‘정치 테마·수혜주’, 한국만 있나.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 찾기 힘들다. 근본적인(Fundamental) 얘기가 아니니까. 아직도 우린 어느 정치인이 당선되면 어떤 기업이 잘 될 거란 비정상적인 생각을 한다. 왜 정치가 기업 흥망을 책임지나. 5~10년 후에 기업이 어떨지 고민하는 게 투자인데, 단기 이벤트성 뉴스를 보고 투자하는 건 잘못됐다.
 
주식 많은 공직 후보자들도 의심받는다.  
공직 후보자가 (기업) 내부 정보로 주식을 샀으면 문제인데, 주식투자를 아예 안 하는 건 더 문제다. 기업에 투자하는 게 주식 투자다. 게다가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데 ‘공직자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큰 문제 아닌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자를 비판하는 거다.  
 
단타 기준은.
한 3년보다 짧으면 단타다. 그런데 대부분 일주일 안 가고, 하루도 안 간다. 최근 증권회사 수익이 사상 최대다. 그 돈을 다 누가 줬을까, 투자가들이 줬다. 주변에 단타로 돈 번 사람 못 봤다.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
 

금융 문맹 키운 ‘K-자본주의’   

2030 ‘빚투’ 주식 열풍 불었다.
적당한 빚은 괜찮은데 결국 빨리 돈 벌려고 자주 사고팔게 된다. 내가 강조하는 건 ‘여유 자금 투자’, ‘당장 오늘부터’, ‘장기 투자’다. 제일 중요한 건 ‘갖고 싶은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경제독립과 노후준비를 위한 거다. 주식에 투자해서 번 돈으로 놀러 가겠다는 생각하면 안 된다. 당장 돈 없다고 ‘헬조선’, ‘흙수저’ 같은 말도 쓰면 안 된다. 가난의 이유를 남에게 찾는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없다. 돈을 감정적으로 대하면 가난해진다.
 
“한국은 전염성 강한 ‘금융 문맹’이란 병 걸렸다”고 했다.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자본주의 교육을 안 받았다. ‘자본’이 일하는 걸 배워야 하는데, ‘노동’만 일하는 걸 배웠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취직 잘해서 월급 많이 받고, 이런 건 노동이다. 어렸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기업 만들어서 사장 돼라’, ‘회사 주인이 돼라’ 이런 교육을 안 받았다. 앞으로 100년은 남이 시킨 문제 풀이 교육 말고 스스로 문제 찾고 해결하는 교육 해야 한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이끈 2030 청년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올해 코인 열풍으로 이어졌다. 뉴스1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이끈 2030 청년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올해 코인 열풍으로 이어졌다. 뉴스1

 
현실은 남 밑에서 일하기도 어렵지 않나.
생각 나름이다. 미국, 중국, 이스라엘 대학생들은 대부분 위험(Risk)을 즐긴다.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대개 안정된 걸 택한다. 어렸을 때부터 취직이 유일한 길이라고 배워서 그렇다.
 
추락하면 재기가 어려운 세상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실패했으니까 재기 도와줄게’ 그런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중국도 안 그렇다. 우리가 재기 어렵다고 느끼는 건 경직성 때문이다. 사람을 전부 시험으로 뽑고 철통같이 자리를 지켜주니, 누군가 한 발짝 늦거나 헛디디면 가려던 자리에 못 간다. 한국은 교육·금융·노동 등 모두 경직됐고 유연성이 없다. 사실 정규·비정규직 구분도 이해 안 간다. 계약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당장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중요한 문제다. 조금 다른 문제지만 더 심하게는 ‘기부입학’도 허용돼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입학 기회를 뺏기지 않나.      
반대다. 등록금 500만 원은 가난한 사람에겐 큰돈이다. 누가 이걸 기부해서 (가난한 사람이) 공짜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뭐가 더 공정할까.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데, 생각의 폭을 넓힐 필요 있다.
 
“공무원 선호현상 아쉽다”고 한 것도 경직성을 말한 건가.
위험(Risk)을 두려워하는 청년이 많으면 그 사회는 어렵단 뜻이다. 역동성이 없어진다.
 
한국 현실과 좀 거리가 있다.  
이런 말에 악플이 많이 달리는 것도 변화가 두려워서다. 처음 ‘사교육 끊어라’ 할 땐 100명 중 1명도 동의 안 했는데, 이젠 2~3명은 수긍할 거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20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시험장. 뉴스1

2020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시험장. 뉴스1

 
노사갈등도 금융교육 부재 때문이라고. 무슨 뜻인가.  
노동자는 항상 노동자, 자본가도 항상 자본가로 살며 평행선을 긋는다는 생각이 잘못됐다. 금융 교육이 부족해 생긴 편견이다. 노동자가 그 회사 주식을 사면 회사 주인이 된다. 미국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주는 이유도 그런 거다. (노사가) 다 같이 한 팀이 되는 것이다.
 

존리 개인 마케팅?…“모두 ‘윈윈’한다”

 
책 출판·강연도 많은데, 목표는.
(한국인들이) 정말로 부자가 됐으면 한다. 저출산, 노인 빈곤 모두 돈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지방은 금융 혜택이 적어서 금융 문맹이 전염병처럼 퍼진다. 이걸 막는 게 목표다. 강연 통해 잠재 고객들 많이 만나니 회사에도 당연히 도움 될 테고.
 
“본인 마케팅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아니다. 누군가 처음 시작해야 했고, 내가 했을 뿐이다. 지금은 직원들도 강연 연습한다. 각자 역할 분담하려 한다.
 
“펀드 수익률이 저조하다” 얘기도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다. 수익률 높다. ‘코리아펀드’는 6년 수익률이 91%다. 악의적인 사람들은 딱 나쁠 때만 일부러 강조한다. 3년, 5년 수익률 보면서 “나쁜 거 아니냐”고 하는데, 6년 기다린 사람들은 91% 벌었다. 비판하려고 들면 한이 없다.
 

“청년들 집 사지 말라고 한 적 없다”

 
2030 청년들 집 사는 것 비판했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부동산 사지 말라고 한 적 없다. 집착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재산의 20~30%가 부동산 자산인 건 문제가 아니다. 70~80%가 그렇다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월세가 유리한지, 사는 게(buy) 유리한지 따질 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2030 청년들은 무리하게 빚내서 집 사는 건 좋지 않다. 월세 살며 나머지 돈을 투자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 비싸도 산다’ 이런 편견이 결국 문제다.
 
국내 투자 자산별 누적 수익률 비교표. 조은재PD

국내 투자 자산별 누적 수익률 비교표. 조은재PD

 
월급쟁이한테 월세는 ‘독’이라고 하지 않나?
아니다. 내가 무리해서 집을 샀다고 치자. 사람들은 월세 내는 건 아깝지만 이자 내는 건 아까워하지 않는다. 집값이 생각보다 안 오르거나 떨어질 수도 있는데. 게다가 이자는 평생 갚지 않나.
 
길게 보면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했는데.
물론 집값이 올랐지만, 주식 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올랐다는 걸 잘 모른다. 만일 그게 아니면 그 나라 자본주의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다. 기업 투자가 훨씬 큰 위험(Risk)인데,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다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이란 기본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단 뜻이다.
 

2030 코인 열풍…“이해 못 하는 데 투자하면 투기”

 
주식·부동산이 벅찬 2030 청년들은 코인 투자한다.
이해 못 하는 데 투자하는 건 ‘투기’다. 코인이 아직 투자 자산인지, 디지털 화폐 수단인지 잘 모르겠다. 금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금은 물체다. 일하는 돈이 아니다. 우리가 기업에 투자할 땐 그 회사 가치 측정이 가능한데, 코인은 이게 안 된다. 그런 돈이 기업에 가야 혁신이 이뤄지고 기업이 돈을 번다.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야 나라 장래가 밝다. 코인 투자는 결국 ‘가격 맞히기’다. 내 재산을 묻어 두는 거다.
 
비트코인. 연합뉴스

비트코인. 연합뉴스

 
정부는 코인 투자자 보호는 못 하지만, 일단 세금은 내라고 한다.  
별개 문제라고 본다. 투자자 보호 못 해도 세금은 매길 수 있다고 본다.
 
암호 화폐가 금융 패러다임을 조금 바꾸지 않을까.
아직 초기인데, 코인을 둘러싼 (찬·반) 싸움은 계속될 거 같다. 어느 게 옳다는 판단은 이르지만, 가령 ‘미국이 달러를 포기할까’ 혹은 ‘(기존 화폐) 대체 수단으로 코인이 쓰일까’ 따져보면 쉽지 않다. 회의적이다.
 
유명 헤지펀드, 테슬라도 코인 투자한다. 단순한 분산 투자일까.
헤지펀드는 돈 벌 수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한다. 그런데 아마 (투자금이) 전체 자산의 한 1~2%밖에 안 될 거다. 극히 일부다.
 

“트렌드 쫓는 건 가난해지는 길”

 
1980년 미국 유학길 오르며 ‘한국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그런 뜻은 아니고 그렇게 (한국에서 학교 공부만) 해선 부자가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내게) 도움된 건 유대인들이다. 그들을 보며 ‘한국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주식 투자하는 게 당연한 문화다. 돈을 가르친다. 큰 장점이다. 또 그 교육을 엄마가 한다. 가족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을 보자. 우선 가족끼리 안 모인다. 아빠는 일하고 회식 때문에 늦고, 아이들은 학원 가서 남이 낸 문제만 푼다.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이 있을 수가 없지. 피곤하니까.
 
1994년 투자회사 '스커더 스티븐스&클라크' 근무 시절 모습.

1994년 투자회사 '스커더 스티븐스&클라크' 근무 시절 모습.

 
‘부자처럼 보이려고 가난해지는 게 한국’이라고 했다.  
한국이 심하다. 전부 아파트 살다 보니 계속 비교한다. ‘옆집 애는 어느 학교 갔지?’, ‘우리는 왜 못 갔지?’ 계속 시야가 좁아진다. ‘내가 저 집보다 낫다’는 걸 보여주려는 소비가 많다. 자본주의 교육은 그런 걸 (잘못됐다고) 가르쳐주는 거다. ‘부자처럼 보이지 말고, 부자가 돼라’, ‘부자가 되려면 라이프 스타일 바꿔라’, ‘안 고치면 가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걸 가르쳐야 한다.
 
‘욜로’, ‘소확행’ 같은 트렌드를 말하는 건가.
트렌드를 쫓는 건 가난해지는 일이다. ‘부자처럼 보이지 말라’는 건 ‘억제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행이나 명품 못 사는 걸 어려워하면 안 된다. 더 큰 즐거움을 위해 포기할 건 해야지. 그게 어려우면 더 할 얘기가 없다. 근데 이게 쉬우면 부자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이 더 부자가 될 좋은 방법은.
중국이 지금 세계 금융허브 홍콩을 망치고 있다. 많은 금융회사가 홍콩을 떠나고 있다. 이 빈자리를 한국이 차지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하고 싸운다. 상하이가 금융허브가 되는 걸 미국이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일본은 금융산업 경쟁력이 없다. 한국에 기회가 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 아시아 헤드(본부)를 서울에 유치해야 한다. 그런 회사들이 한국에서 금융인을 키운다. 청년들은 이런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조은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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