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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퍼스펙티브] “우린 유튜브만 믿는다” 주목경쟁의 파국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이 말하는 것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달여, 전 국민이 그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구와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아들과 비탄에 잠긴 아버지의 사연이 시시각각 중계됐다. 고 손정민 씨 얘기다.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추모와 별개로, 본 적 없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경찰과 기성 권력에 대한 불신, 스스로 진실을 찾아 나선 사람들, 유튜브가 구성하는 대안 현실, 확증편향, 음모론과 주목경제…. 2021년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주요 장면의 하나다.
 

청년의 죽음 둘러싼 진풍경
경찰불신, 기득권 불신 반영
유튜브가 구성한 대안 현실
악성 유튜버 조회수 장사 문제

사회가 선망하는 청년의 죽음, 과몰입
 
비슷한 시기 평택항 부두에서 청소 알바를 하던 대학생 이선호 씨가 300kg 가까운 개방형 컨테이너 뒷부분 날개에 깔려 숨졌다. 같이 일하던 아버지가 사고를 처음 목격한, 끔찍한 사고였다. 둘 다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손 씨 쪽에 더 몰렸다. 노동 이슈의 의제화에 소극적인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대중의 관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확지 않은 사망 경위가 궁금증을 자아냈고, 우리 사회가 선망하는 전도유망한 의대생의 죽음이란 것도 한 몫했다. 자식의 성공을 인생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평범한 부모들이 손 씨 아버지에게 강하게 이입했다. 한강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나온 한 중년 여성은 “아까운 인재를 잃어 너무 안타깝다. 남의 자식 같지 않다”며 비통해 했다.
 
정권 발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밉상이 된 경찰에 대한 불신은 ‘방구석 코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경찰수사를 못 믿겠다며 2만여 명 회원의 ‘반진사(반포한강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가 탄생했다. 경찰은 중간발표를 통해 “범죄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음모론(동석했던 친구 가족에 경찰 고위 간부 등 유력 인사가 있어서 사건을 덮으려 한다)과 ‘목격자 매수설’은 계속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여러 전문가 취재를 통해 단순 사고 쪽으로 결론을 내자 이번에는 SBS 부장과 손 씨 친구 변호사의 친분설이 나왔다. 경찰도, 언론도, 전문가도 믿을 수 없으며 시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은, 썩어빠진 기득권을 질타하고 범죄에 대한 사적 응징을 다룬 드라마들(SBS ‘모범택시’ 등)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타인의 불행 돈벌이 삼는 주목경제
 
양성희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양성희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인터넷과 유튜브는 확증편향, 필터 버블, 음모론의 주요 무대다. 가령 미국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음모이며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매개로 폭증하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에 따르면 유튜브의 ‘평면지구설’ 영상은 2015년 5만개에서 2017년 1940만개로 400배 늘었다. 평면지구설을 믿는 한 남성은 “수업 중 교사의 질문에 학생의 3분의 1이 지구는 평평하다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평면지구설 영상은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수억 번이나 추천됐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터진 일명 ‘피자 게이트’도 극우 유튜브 채널과 관련 깊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의 이메일이 해킹·공개됐는데 여기서 ‘치즈’ ‘피자’란 단어가 많이 나온 게 출발이었다. ‘치즈 피자’는 미국에서 아동 성 착취물을 뜻하는 은어다.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아동 성 착취와 인신매매를 즐긴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급기야 워싱턴의 한 피자 가게가 힐러리 측 인사들의 아동 성 착취 아지트로 지목됐고, 28세 청년이 여기에 총기를 난사했다. 청년은 극우 유튜브 채널의 열혈 구독자였다.
 
이번 한강 사건에서도 타살이라는 억측과 무분별한 주장들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교통사고 현장에 즉각 출동하는 사설 견인차(레커)처럼, 이목을 끌만한 사건이 터지면 이를 자극적인 아이템으로 써먹으면서 재빨리 조회 수 장사를 하는 ‘사이버 레커’들이 달려들었다. 사건의 실체는 뒷전이고 “주목과 관심이 돈으로 환전되는 시대”(김내훈 『프로보커터』), 주목경쟁을 위해 어떤 ‘어그로’도 불사하는 시대의 초상이다.
 
한강 변 CCTV 영상을 분석해 숨진 손 씨를 누군가 등에 업고 기어간다는 의혹은, CCTV 영상을 변조한 결과로 밝혀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람을 끌고 가 한강에 빠뜨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10대의 허위제보를 내보낸 사이버 레커도 있었다. 그는 방송 다음 날 “알고 보니 목격담이 거짓말이다. 어린 청년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열망에서 그런 일이니 크게 나무라지 말아달라”며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사이버 레커들의 문제점은 지난해 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출소 때도 있었다. 다수의 유튜버가 조두순에게 참교육을 시키겠다며, 조두순의 집 앞으로 몰려와 호송 차량을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리며 이를 생중계했다. 지켜보던 한 주민이 “피해자 가족들이 진짜 고통받을 때 당신들은 어디 있었냐. 다 조회 수 올리고 후원금 받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일갈한 것이 유명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한강 사건을 다룬 사이버 레커들은 한 달에 많게는 3800만원 수익을 올렸다. 조회 수가 268배 뛴 경우도 있었다. 실제 유명 사이버 레커들은 라이브 방송 한번마다 500만~1000만원 수익을 올린다. 구독자가 100만에 육박하는 사이버 레커도 있다. 연예인 관련 논란, 각종 폭로와 의혹, 안티 페미니즘이 주요 먹잇감이다. 소재가 떨어지면 서로를 저격하면서 조회 수를 올리기도 한다.
  
볼수록 더 극단을 보여주는 알고리즘
 
손 씨 추모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처음엔 몰랐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또 다른 시민은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라고 외쳤다.
 
자극적인 섬네일에 이끌려 무심코 한 번 누르고 나면 그에 대한 만족 여부와 상관없이 유사한, 아니 더 자극적인 콘텐트를 추천해주는 게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유튜브의 최고 상품 담당자(CPO) 닐 모한은 2019년 “유튜브 시청시간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총 비디오 시청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 콘텐트를 보여주며, 분열과 극단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책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에 따르면 “학습하는 기계(알고리즘)가 하는 일은 오직 유튜브 이용자들의 사용시간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추천 동영상은 늘 본인이 직접 검색한 첫 동영상보다 과격하다.” 조깅을 검색하면 울트라 마라톤을 추천하는 식이다. 미국에서 트럼프를 검색하면 순식간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동영상으로 넘어간다. 힐러리 클린턴 동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곧 좌파 음모론(미 정부가 9·11의 배후) 영상이 뜬다. 2019년 버즈피드의 실험에서도 유튜브에서 정치 뉴스를 검색하면 처음에는 케이블 뉴스 영상을 추천하다가 점차 자극적인 콘텐트를 추천하는 패턴을 보였다.
 
유튜브 책임론, 그러나 규제 만능은 곤란
 
사이버 레커가 허위정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유튜브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광고 수익을 위해 악성 어그로 꾼을 방치하는 유튜브 책임론이다. 유튜브는 자체 가이드라인 등 자율규제를 하고 있으며, 따로 콘텐트 규제는 받지 않는다. 손 씨 친구 측은 악성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커가는 유튜브 책임론은 인정하면서도 단순 규제 강화에는 반대한다. 가짜뉴스 정의가 어렵고 표현의 자유 훼손 우려 때문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인터넷 언론’이 주도한 이번 사건 보도를 시민들이 지켜봤고,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 자체가 시민적 교육 과정”이라며 “사실에 대한 확인과 검토라는 주류 언론의 역할·존재 의의도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도 “인터넷문화의 부정적 부분이 극대화된 상황이 우려스러운 건 맞지만, 작동 룰이 다른 새로운 미디어에 기존 방송에 적용됐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부작용만 크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때”라고 지적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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