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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니스킵을 아시나요

지난달 29일 낮 12시. CJ올리브영은 자사 화장품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에 광고 영상을 올렸다. 광고모델은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멤버인 유정이었다. 유정은 30·40대 남성들로 이뤄진 일명 ‘삼촌팬’ ‘아재팬’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CJ올리브영 브랜드 '브링그린'의 모델을 맡은 브레이브걸스의 유정. 사진 CJ올리브영

CJ올리브영 브랜드 '브링그린'의 모델을 맡은 브레이브걸스의 유정. 사진 CJ올리브영

약 1시간 뒤. 난데없이 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알테니스킵’이란 단어가 실시간검색어(실검) 1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영상을 올린 마케터들은 당황했다. 화장품 이름이나 캠페인이 회자되기를 기다렸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배경은 이랬다. 광고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유정의 아재팬들은 팬심을 발휘해 화장품을 사기위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뭘 사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글을 썼다.

당시 질문에 대해 화장품 종류를 설명한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당시 질문에 대해 화장품 종류를 설명한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자 한 이용자가 친절하게 스킨은 뭐고, 수분크림은 뭐고, 크림은 뭐고, 앰플은 뭐라는 설명글을 달아줬다. 다만 ‘로션’은 누구나 안다고 판단해 ‘로션은 알테니스킵’이라며 설명을 스킵(skip)했는데 사람들이 이걸 로션 이름이라고 생각해 열광적으로 검색한 것이다. 5월 1~27일간 해당 제품 매출은 전월 대비 410% 늘어났다.
 
어찌 보면 단순히 웃고 넘길 해프닝이다. 하지만 여기엔 요즘 시장의 트렌드가 깨알같이 담겨있다.
첫째, 팬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연예인이든 만화 캐릭터든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서라면 설사 내게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도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둘째, 소비자가 주도하는 자발적 마케팅이 최고의 마케팅이다. 과거엔 대기업이 마케팅을 기획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광고를 만들며 유행을 이끌어 갔다. 소비자는 기업이 내놓은 ‘인기제품’을 살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개인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이 빠르게 퍼져나가며 유행을 만든다.
 
셋째, 자연스럽고 솔직해야 통한다. 알테니스킵은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해프닝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실제 상황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화제로 삼았고 해당 제품을 친숙하게 느끼게 됐다. 광고인데 아닌 척하거나 인위적으로 감동이나 웃음을 만들어 내려는 마케팅은 부작용만 크다.  
넷째, 자체 홈페이지의 활용 가능성이다. 사람들이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알테니스킵을 검색하며 화제가 됐듯,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 취향 등에 활용하면 대형 포털 사이트에만 의존하지 않더라도 기업·업종별 특성을 살려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빨라야 한다. 올리브영 마케터들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자마자 그날 오후 2시 알테니스킵을 온라인몰에 등록하고 각종 SNS에 퍼뜨려 이슈화했다. 오후엔 특허청에 ‘알테니스킵’ 상표권도 등록했다.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해 볼 가능성까지 생각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아재와 아줌마 등 기성세대가 요즘 시장에서 무조건 배척되는 건 아니다. ‘잘 모르겠어요’ ‘설명해 줄래요’라고 솔직히 다가선다면 인간미와 복고풍(레트로)의 상징으로 얼마든지 20·30세대와 섞일 수 있다. 배우 윤여정이 젊은이들에게 왜 인기 있는지 보면…이건 알테니스킵이다.
 
이소아 라이프스타일팀장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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