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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록가수’ 美외교수장…자작곡 제목 하필 ‘립서비스’냐

 
미국의 외교 수장이자 꽃중년의 대표주자인 이분, 잘 아시죠. 네,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입니다. 

팀장의 촉=전수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현지시간) 핀란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그는 초 단위 일정으로 동분서주합니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핀란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그는 초 단위 일정으로 동분서주합니다. AFP=연합뉴스

 
줄여서 ‘토니’라고 많이들 부르고, 우리에겐 ‘미스터 순두부’로 친근하죠. 지난 3월 방한해서 청와대 예방 및 정의용 외교부 장관 회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그가 찾은 곳은 서울 모처의 순두부 식당이었습니다. 참 맛있게 먹죠? 
 
지난 3월 방한 중 순두부찌개 먹은 사진. 블링컨 장관이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지난 3월 방한 중 순두부찌개 먹은 사진. 블링컨 장관이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이번 주말 열린 중차대한 이벤트, 한ㆍ미 정상회담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 ‘부캐’가 있다는 거, 아셨나요.  
 
설마 부캐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지만 만에 하나 설명 드립니다.  

명사: 부(副) 캐릭터의 줄임말. 자신의 본업 또는 자신이 주로 내세우는 성격, 즉 '본캐'가 아닌 다른 일 또는 캐릭터

ex) 방송인 유재석 씨의 부캐=지미 유, 유산슬, 유야호 etc.  

 
네, 다시 블링컨 장관으로 돌아와서, 이 분의 부캐는 뭘까요.  
 
바로  
록 뮤지션입니다.  
 
점잖은 신사의 대명사 같은 이 분이 록음악을? 못 믿으실까 봐 증거사진 투척합니다. 출처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중음악 평론지, 롤링스톤스입니다.  
 
토니 오빠, 라고 부르고 싶어지는군요. [롤링스톤스 캡처]

토니 오빠, 라고 부르고 싶어지는군요. [롤링스톤스 캡처]

 
블링컨 장관 역시 부캐를 당당히 드러냅니다. 트위터 계정 자기 소개란에 ‘스포티파이에서 ABlinken을 팔로우하세요’라고 - 국무장관 취임 전엔 - 써놓았었거든요. ABlinken은, 네 맞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밴드이고, 스포티파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원 사이트죠. 
 
유튜브에도 그가 직접 부르고 연주한 영상이 꽤 있습니다. 연주 영상도 있고요. 미국 지식인층이 사랑하는 주간지, 뉴요커는 지난해 12월 그의 국무장관 지명 기사를 쓰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습니다.  
 
Dad Rocker in the State Department

아빠이자 로커, 국무부 입성하다, 정도가 되겠군요. 
 
블링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엔 외교ㆍ안보 관련 코멘테이터로도 자주 활약했는데, 그가 화상으로 방송 출연을 했을 때 음악 팬들이 열광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화상 연결을 한 뒤의 배경에 멋들어진 마틴(Martin) 기타가 놓여있었기 때문이죠. 트위터에 그에게 “외교ㆍ안보 내용도 흥미롭지만 블링컨 뒤에 있는 게 진짜 마틴일까 궁금해”라는 트윗이 쏟아졌고, 블링컨 본인이 직접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네, 마틴 맞아요. 제가 갖기엔 너무 훌륭한 기타죠.”    
 
블링컨 장관의 기사를 다룬 뉴요커의 삽화. 뉴요커는 위트 만점 삽화로 유명하죠. 일러스트 위에 빼꼼히 보이는 Foggy Bottom은 워싱턴DC의 국무부 건물이 있는 지대 별칭입니다. [뉴요커 캡처]

블링컨 장관의 기사를 다룬 뉴요커의 삽화. 뉴요커는 위트 만점 삽화로 유명하죠. 일러스트 위에 빼꼼히 보이는 Foggy Bottom은 워싱턴DC의 국무부 건물이 있는 지대 별칭입니다. [뉴요커 캡처]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한ㆍ미 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지금 이 시점에 굳이 국무부 장관의 부캐를 꺼내는 이유, 있습니다.  
제가 이 수트빨이 훌륭한 국무장관의 팬이어서만은 아닙니다. 그가 직접 지은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서 한반도 외교의 앞날을 조금 예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죠.  

 
그런 의미에서, 블링컨 장관의 대표곡 중 두 곡의 제목이 눈과 귀에 확 들어오네요.  
 
립 서비스(Lip Service)’ 그리고 ‘인내(Patience).’ 
뼛속까지 외교관인 인물이 쓴 곡 제목이라 그런지 더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노래 실력은 음 글쎄요, 외교관을 본캐로 택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중간에 살짝 얌전한 3단 고음도 있습니다. 아이유(IU)가 한 수 위, 훨씬 위입니...다. 제아무리 미합중국 국무장관의 위세가 당당해도, 할 말은 해야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시대를 거쳐 최초의 북ㆍ미 정상회담 성사에서 결렬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탔던 한반도. 블링컨의 역할의 중요성은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죠.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국무장관으로서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가 “트럼프 흔적 지우기(Undoing Trump)”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만큼, 미국 외교 전반에 있어서 한반도의 중요성은 그다지 크지 못한 게 엄중한 현실입니다.   
 
정량적 분석 결과가 그 증거입니다. 블링컨 장관의 상원 인준 청문회의 녹취록을 분석해본 어떤 대단한 한국 외교부 소속 커리어 외교관이 있습니다. 익명을 원한 그의 분석에 따르면 청문회 녹취록의 단어(영어는 글자수, 즉 byte가 아니라 단어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숫자는 모두 3만8257개입니다. 그 중 압도적 1위가 31.4%는 중동, 2위는 중국(14.8%) 3위는 유럽 및 러시아(11.8%), 4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이슈(2.5%)였다고 합니다. 북한 등 한반도 이슈는 약 500단어 정도로, 1.3%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38%는 국무부 개혁 및 중남미ㆍ아프리카 이슈였다고 하는군요.  

 
아, 옛날이여. 2019년 6월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은 이때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만 싹 지웠죠. [연합뉴스]

아, 옛날이여. 2019년 6월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은 이때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만 싹 지웠죠.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주역인 우리는 미국에 계속해서 ‘인내’를 갖고 ‘립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물론 더 중요한 거. 행동도 해야겠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어느 한쪽만 바라보지 않고 오직 국익만을 위하는 외교를 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진정 바랍니다.   
 
전수진 투데이·피플팀장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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