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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강남불패 못 넘었다···'조율자' 김진표 이번엔 잡을까

2003년 5월 2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두번째). 중앙포토

2003년 5월 2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두번째). 중앙포토

 

#1.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떨어질 것이다.” 

2003년 5월 노무현 정부 첫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청와대 국무회의에 들어가며 한 말이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지금 호가도 없고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집값 잡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7개월 뒤 김 부총리는 정책 혼선을 이유로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경질됐다. 그 뒤로도 ‘강남 불패’의 벽을 넘지 못한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까지 부동산 실패론에 시달렸다.

[여의도 Who&Why]

 

#2. “부동산 문제는 복잡다단한 여러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 과제다.”

2021년 5월, 5선의 김진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는 첫 회의에서 “앞으로 공급·세제·금융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을 보고 필요한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부동산 문제는) 한 두 가지 정책만 내세워서는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팀 수장일 때와는 다른 입장이라지만, 18년 전과 꼭 같은 난제(難題)를 받아든 김 위원장에게선 한층 깊어진 고민과 신중함이 엿보였다.
 

또 ‘집값과의 전쟁’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선 패배 후 선출된 민주당 송영길 지도부는 주요 패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문제의 당 주도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아파트 환상을 버리라”는 말로 논란을 산 진선미 특위 위원장을 실물경제에 밝은 김 위원장으로 교체한 것도 송영길 대표의 의지였다고 한다. 행정고시 13회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이던 김대중 정부 시절 부동산실명제 도입을 총괄했다. 그는 지난 6일 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문제가 워낙 중요한 상황인 만큼 요청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유능한 솔루션을 제기하겠다”(송영길 대표)는 일성 아래 지난 12일 새출발한 특위는 출범 초기부터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특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진표가 사회를 보면 기본 2시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특위는 서울 시내 구청장들을 불러모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가 하면(17일), 민간 부동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4명의 자문위원단으로부터 종부세·양도소득세·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18일)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대책은 하나의 정책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세제·금융·공급대책 등의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를 예고한다. 18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단발성 대응이 아닌, 제도의 근본 개편을 통해 쓸만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김 위원장 측 보좌진은 “지금은 가급적 많은 의견을 세밀하게 수렴하는 단계로, 최종 결론 도출까지는 적어도 몇 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완화, 재개발 허용 등을 주장하는 부동산 관련 민원 전화가 의원실로 하루 수십통씩 빗발치고 있다.
 

갈등 조율 잘 될까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재산세 감면 상한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선에서 논의를 일단락했다. 오종택 기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재산세 감면 상한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선에서 논의를 일단락했다. 오종택 기자

 
‘김진표식’ 부동산 접근법이 이번엔 효과를 볼까. 일단은 그의 전문성과 이견 조율 능력에 기대가 모이는 분위기다.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김 위원장은 당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재경부 재직 시절 얻은 ‘Mr. Tuner(조율자)’ 별명을 정계에서도 인정받았다. 특위 소속 재선 의원은 “셀 수 없이 많은 이해가 충돌하는 부동산 정책을 무게감 있게 이끌어갈 당내 유일 ‘총리급’ 특위 위원장 아니겠냐”라고 평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근 20년간 집을 사고판 경험이 없다. 80년대 두 차례 청약을 통해 서울 압구정 한양아파트(83㎡)·도곡동 개포 우성아파트(151㎡) 에 연달아 당첨됐고, 개포우성 당첨 직후 살고 있던 한양아파트를 매각했다고 한다. 그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년 전 압구정 한양아파트 25평짜리를 사고팔 때 시세가 1억이었다. 그런데 그게 20년 만에 20억원이 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도곡동 집을 전세(8억5000만원)로 주고 지역구(수원 팔달구) 소재 아파트에 전세(4억6000만원) 거주한다.
 
경제부총리 시절 “강남 살면서 무슨 강남 집값을 잡느냐”는 비판에 직면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해 다주택자 규제 강화 직후 또 한차례 정부·여당 내 ‘똘똘한 강남 한 채’ 보유자로 지목됐다. 이명박 정부 초기(2008년) 당·정의 재산세·양도소득세 인하안을 두고 “1% 고소득층 땅부자에 유리한 감세정책을 쓰려는 여당과 정부의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던 그가 이젠 당내 재산세·양도세·종부세 감면안을 막판 조율하며 규제 완화를 주도하고 있다.
 
2003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왼쪽)이 노무현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왼쪽)이 노무현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세제 외 LTV등 대출규제 완화 여부를 놓고 특위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송영길 대표의 “선택적 규제 완화” 기조에  “부자 감세 반대” 논리를 앞세운 친문(친문재인)계의 반발 기류도 선명하다. 김 위원장은 20일 특위 전체회의 직후 “5월 말 상세한 안을 내놓겠다”며 말을 아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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