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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백신 개발비만 2조, 한국은 2조 매출 제약사도 없다

코어테크가 미래다 ⑤ 바이오헬스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의료기기 회사인 스카이랩스 본사. 연구소에선 디지털 현미경 조작이 한창이었다. 그 옆방에선 전기드릴이 굉음을 내고 있고, 육중한 기계 뒤편으로 개발자 서너 명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모습이 보였다.
 

작년 국내 제약사 연구비 총 1.8조
전 세계 제약사의 1%에도 못 미쳐

ICT·빅데이터 분석 기술력은 강점
“미·중 경쟁 틈타 기술거래 확대를”

이병환

이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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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전자회사, 다시 보면 기계 공장 같은 광경이었다. 이 회사 이병환(사진) 대표는 “맥파(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파장) 측정기 시제품을 제작하면서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코딩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스카이랩스는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다니면서 맥파를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 세계 어느 헬스케어 업체도 생각하지 못한 발명품이다. 기존엔 가슴의 혈류가 지나는 곳에 패치를 붙이거나 인체에 모니터 기기를 삽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제품은 영국 옥스퍼드대병원에서 임상시험에 쓰이고 있고, 이달부터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에서 판매되고 있다. 의료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기계산업을 더해 새로운 바이오헬스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한국 바이오산업 강·약점과 기회·위기 요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바이오산업 강·약점과 기회·위기 요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일 중앙일보는 전문가에 의뢰해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의 강·약점과 기회·위기 요인(SWOT)을 분석했다. 〈그래픽 참조〉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본과 기술력에서 밀리지만 우수한 과학·기술·의료 인력을 바탕으로 ICT를 접목하고, 코로나19가 가져온 지각변동을 지렛대 삼으면 세계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성장하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성장하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1조2504억 달러(약 1412조원)에 이른다. 화이자·로슈 등 세계적 제약사가 신약 개발이나 임상에 투입하는 자본은 이제 한국 기업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2019년 연구개발(R&D)에 1조8057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해 전 세계 제약사가 R&D 비용으로 지출한 1878억 달러(약 212조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R&D 격차는 신기술 개발 지연이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대표적이다. 미국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입한 R&D 자금은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에 이른다. 국내엔 R&D는커녕 매출 2조원이 넘는 제약회사가 없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개발전략연구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8개의 코로나19 백신이 사용승인을 받는 동안 한국은 임상 1·2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신약이나 백신 한 개 개발에 10~15년 이상 걸리는 데 막대한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10대 제약바이오기업 매출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계10대 제약바이오기업 매출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시장 규모나 자본·R&D 여력이 밀리는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헬스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또 ICT와 제약·바이오 산업을 융합하면 다국적 제약사에 맞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설명이다.
 
송시영(연세대 의대 교수) 헬스케어미래포럼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오산업이 국방산업만큼 중요하다’ ‘세계적인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문연구위원은 “바이오산업은 갈수록 보다 개인 맞춤형으로 최적화한 진단·예방 기술을 요구한다”며 “이런 기술 개발에 필요한 웨어러블(입는) 기기나 스마트폰 연동 기술,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라고 말했다.
 
국가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가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도 한국엔 기회 요소다. 중국은 2015년 급진적인 바이오산업 정책(‘중국제조 2025’)을 발표했다. 실제로 거대한 내수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세계 2위의 의약품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자 미국은 외국인 투자 감시 대상에 바이오 기술을 추가하고, 외국인 투자위험심사 선진화법을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섰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부문장은 “중국과 미국의 틈새를 파고들면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거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항암제와 항체의약품, 면역세포 치료제 분야가 해외 기업과 기술 거래하기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국내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시설투자비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시설투자비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과도한 규제와 연구·산업 체계로 이원화된 거버넌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미국·유럽 등에선 금지된 조항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급변하는 과학기술·보건의료 환경에서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저해하는 규제는 가급적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예컨대 의료 영리화·비대면 진료 같은 이슈는 규제를 완화했을 때 어떻게 정책 혁신과 사회 변화가 유발되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함께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부처별로 연구와 산업을 각각 지원하는 단기적인 실적 쌓기용 정책 집행을 지양해야 한다”며 “산업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현장에서 정책 추진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바이오산업 육성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판교=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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