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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되고 전두환은 안돼…회고록 판금 이중판결, 왜

시민단체가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판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2017년 전두환 회고록 판매금지 결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일성 회고록 판매를 허용한 건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전두환 회고록’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법원이 두 회고록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가 뭘까.

법원, 김 회고록에 ‘인격침해 없다’
시민단체, 가처분 기각 판사 고발
4년 전 전두환 회고록 배포 금지
‘조비오 신부 인격권 침해’ 판단

 

김일성 회고록 “신청인 인격권 침해 안 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사건 신청은 이유가 없다”며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연대(NPK)’ 등이 “김일성 회고록 출간이 인간의 존엄성·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연합뉴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연합뉴스

 
판결의 기준이 된 건 회고록 판매가 헌법상 신청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서적 내용이 채권자(가처분 사건에서 다른 이에 어떤 행위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 자)들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채권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를 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 신청인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신청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두환 회고록은 판매금지…왜?

4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7년 6월 고(故) 조비오 신부 유족 측은 『전두환 회고록』이 역사를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 "헬기 사격이 없었다" "광주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지 않았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소송의 결론은 김일성 회고록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조 신부 측의 청구를 인용하며 “이 책은 5·18의 성격을 왜곡하고 채권자들을 포함한 5·18 관련 집단이나 참가자들 전체를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해 채권자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허위 기재된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이 도서를 발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전두환 회고록』을 판매하면 신청인의 인격권이 침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본 셈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에 같은 해 10월 문제 된 대목을 삭제한 수정본을 재출간했다. 
 
출판·배포 금지된 책 '전두환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된 책 '전두환 회고록'.

 
이같은 결정은 2005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출판물의 발행·판매 등 금지는 표현에 대한 사전억제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출판물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전금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출판·배포 금지 결정을 내릴 때 언제나 인격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것은 아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민사소송에서는 어떤 권리를 금지할 것인지 보호법익을 따질 때 인격권을 기준점으로 나눈다”며 “그렇다고 해서 인격권이 가장 높은 가치에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고 공익적 측면이 강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판례' 인용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항고

김일성 회고록 판매 금지 소송의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법률대리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14일 ‘전두환 회고록’ 출판금지 판례를 인용한 항고 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항고 이유서에는 “신청인 중 한 명은 6·25 전쟁납북자의 직계후손”이라며 “책을 합법으로 가장해 판매·배포하는 것은 납북자 직계자녀 및 후손들의 명예와 인간존엄성을 포함한 인격권을 짓밟는 행위로 사법상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김일성 회고록 판매가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민단체 민생민주국민전선(민생전선)은 18일 김일성 회고록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합의부 판사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방조죄,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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