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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키는 대로 사는 내게 삶의 의미 찾으라는 어르신들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92)

잠들기 전에 내일을 위한 ‘하루 일과표’를 만든다. 일과표를 보며 하루를 마감하고 자리에 누워 그날을 정리하다 보면 별일 없었어도 거의 만족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리고 내일 일을 시간표에 맞춰 짜서 ‘오늘의 할 일’ 메모지에 끼워 놓는다. 선약처럼 실행하다 보니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휴일에는 ‘종일 내 몸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한다. 그런 날은 세수는커녕 밥도 안 챙겨 먹고 주전부리하며 영화를 보거나 자고 또 잔다. 하필 그렇게 게으른 모습으로 있던 날, 늘 바쁘게 사는 지인이 들렀다.
 
“당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와 미래는 어떤 건가요?” 훤한 대낮에 세수도 안 한 부스스한 모습으로 뚱하게 쳐다보며 대답까지 허접하다. “그날그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요.”
 
우리는 '의미'에 대해 너무 아는 체를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도 모르면서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것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가르치려 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사진 pxhere]

우리는 '의미'에 대해 너무 아는 체를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도 모르면서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것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가르치려 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사진 pxhere]

 
그는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충고한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란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라 생각했더니 나도 누군가에게 늘 하던 말이다. 이렇게 의미 없이 돌아다니는 게 말인가 보다.
 
지인이 떠나고 새삼스레 궁금해진 ‘의미’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사전에는 “의미의 의미는 많은 주장이 있었으나 뚜렷한 정설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쓰여 있고 여러 가지 문체적 의미를 해석해 놓았다. 똑똑한 철학자도 잘 모르는 의미를 우리는 너무 아는 체 남발한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도 모르면서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것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가르치려 한다. 반성한다.
 
모두 떠나고 혼자가 된 지금 상황이 나는 좋다. 옛날엔 여자가 과부가 되면 나라에서 결혼을 강제로 시킨 시절이 있었다 한다. 살기가 너무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시절의 한 모퉁이에 살아본 어른들은 소시민으로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내 모습이 힘들게 보이나 보다.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눈이 영 마뜩잖다.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삶의 의미를 찾으란다. 에구머니나, 이제 사 진정한 자유인의 의미를 느끼는구먼….
 
나의 하루는 종일 신발 한번 신지 않고 누워 뒹굴뒹굴하기도 하고, 때론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기를 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알뜰히 산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누구에게나 어느 한 시절엔 원대한 꿈도 꾸고 큰 그림을 그리며 목표를 설정하고 밤을 새울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획과 각본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태프 구성이 좋지 못하면 망가지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도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라는 그룹이 만들어져야 그림이 완성된다는 어느 책에서의 구절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가정의 완성이 꼭 가족이라야 하나? 혼자라도 괜찮다. 내가 살아가는 삶은 평범해도, 묵묵히 하루하루 열심히. 즐겁게 살고 있고 스스로 그 속의 주인공이라 상상한다. 그래서 저녁이면 평범한 하루를 잘살아 낸 나를 늘 격려한다.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그저 물 흐르듯이 어울려 살아도 재밌는 세상이다. 저녁이면 평범한 하루를 잘살아 낸 나를 격려한다. [사진 pixabay]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그저 물 흐르듯이 어울려 살아도 재밌는 세상이다. 저녁이면 평범한 하루를 잘살아 낸 나를 격려한다. [사진 pixabay]

 
지인 덕분에 오늘 하루 멍하니 뒹굴거리며 ‘삶의 의미’란 단어를 생각한다. 온전히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려고 했는데 마음과 달리 종일 ‘의미’라는 화두를 붙잡고 시간을 죽인다. 가끔은 외롭고 고독한 것도 부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도 저절로 관심을 끌게 된단다. 어쩌면 세월의 도화지에 그려진 못생기고 뚱뚱한 내 모습도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선 아리송한 의미가 더해졌을 것이다. 더 멋있게 색칠해주고 싶어 잔소리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말도 좋게 해석하면 스트레스 안 받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잘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은, 너무 튀면 뉴스가 되지만 그냥저냥 물 흐르듯이 어울려 살아도 재밌는 세상이다.
 
내일의 메모장에 ‘의미 있는 시간 만들기’를 추가로 적어본다. 그게 뭐가 되든 기대가 된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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