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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논설위원이 간다] "일본보다 중국이 더 싫다" "중국과 엮이면 기업 이미지 타격"

춘천의 보수 단체가 "한중문화타운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동북공정의 교두보"라고 주장하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결국 이 계획은 반중 감정에 밀려 사실상 백지화됐다. [연합뉴스]

춘천의 보수 단체가 "한중문화타운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동북공정의 교두보"라고 주장하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결국 이 계획은 반중 감정에 밀려 사실상 백지화됐다. [연합뉴스]

전례 없이 높아진 반중 감정, 왜?
 
중국의 배타적 우월주의가 주원인
정부의 대중 저자세 반감도 한몫
반미·반중·반일 감정 공존 현상
방치하면 우리가 고립될 수도
 
강원도 춘천ㆍ홍천에 ‘한중복합문화타운’ 조성 계획이 백지화됐다. 여론의 압력에 손을 든 결과다. 사업주체인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26일 “그동안의 시간적· 비용적 투입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코오롱이 소유한 120만㎡ 규모의 부지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케이팝 뮤지엄과 드라마 세트장, 공연장, 중국풍의 전통문화거리 등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관광객 유치가 지상 과제인 강원도가 여기에 뛰어들었고, 중국 관련 콘텐트를 담기 위해 중국 인민일보 산하 인민망의 한국 지사와도 손을 잡았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거셌다. 3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익명의 글이 올라온 게 신호탄이었다. “중국 자본과 문화침략에 굴복하여 일대일로의 전초기지를 세우려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시위가 이어졌고 인신공격성 가짜 뉴스까지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인터뷰에 응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역 관광 진흥을 위해 민자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이며 중국의 문화침략과는 무관하다고 팩트를 들어 반론했지만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 찬성자는 한달 남짓 사이에 67만명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코오롱이 “사실관계의 객관성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청원에 참여한 국민들의 마음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손을 들었다.  
이 사업의 좌초는 반중 감정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최 지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투자를 받고 치맥파티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하면 일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는데 기류가 정반대로 바뀌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강원도 정동진과 경기도 포천에서 추진중인 ‘차이나타운’ 건립 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청원도 올라있다.  
이에 앞서 반중 감정의 실체를 확인한 사례는 방송가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초 중국풍 소품과 의상등을 사용한다는 등의 항의에 부딪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조기 하차한 게 대표적이다.   
반중 감정은 조사결과로도 입증된다.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연례적으로 하고 있는 동아시아연구원(EAI) 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적대감은 지난 5년 새 16.1%에서 40.1%로 수직상승했다. 주변 4강 가운데 단연 1위였다. 반면 우호감은 50%에서 20.4%으로 급락했다.  
“일본보다 중국이 더 싫다”는 정서도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시카고 카운슬의 최근 조사에서 한국인의 중국 선호도는 10점 만점에 3.1점으로 일본(3.2)보다 뒤처졌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2017년의 사드 보복과 중국이 발원지였던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이어 최근의 김치 파동을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감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찍이 보지 못하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례없이 높아진 반중 감정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이 자초한 측면을 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의 힘은 세졌는데 근육만 세졌지 소프트 파워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중국의 힘이 한국에 투사되니 여론이 나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김치 파문 등에서 엿보이는 중국의 배타적 자국 우월주의가 반중 감정을 부추겼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이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 체제 이후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오랫동안 중국인과 교류해 온 경제계 인사는 "중국과 엮이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니 예전처럼 대중 사업 홍보도 쉽게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중국의 포용성이 사라진 것이 근본 원인인데 과거 개혁개방을 내걸었던 덩샤오핑 시대와 지금의 중국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반중 감정 고조 현상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특히 중국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옥죄는 법규를 통과시킨 데 대한 비판은 국제사회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지리적ㆍ역사적 인연으로 얽힌 한국에서 배타적 중화주의의 부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보태 한국 국내 정치적 요인도 급격한 반중 감정 확산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줄곧 친중 성향을 보여온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라는 반감이 한국 대중들의 반중 정서를 더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반중 정서가 문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명확한 인과관계에 있다기보다는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 결코 보탬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반일 감정과 1980년대 이후 운동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미 감정, 여기에 최근의 반중 감정까지 보태지고 있다. 한국에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들이다. 반일ㆍ반미ㆍ반중 정서가 고착화되면 한국의 대외 정책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타자에 대한 혐오 정서로 발전하는 걸 방치하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학계·언론 등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결코 외딴 섬으로 고립된 채로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파스타도 햄버거도 축구도 중국 것이라고?"
 최근 한국의 반(反)중국 지수를 최고조로 끌어 올린 대표적 사례가 김치 논란이다. 중국의 유명 유튜버가 김치를 담그는 화면을 내보내며 중국 음식으로 소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선 잘 짜인 ‘김치 공정’ 각본에 따른 의도적 도발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김치가 한국인의 소울푸드란 사실은 어지간한 중국인들도 잘 알고 있는 상식인데 왜 이런 논란을 일으켰을까.  
 
중국은 축구의 기원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산둥성 쯔보(淄博)에 있는 축구박물관에 가면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수도였던 이곳의 남성들이 공을 발로 차는 축국(蹴鞠)을 즐겼다는 전시물을 볼 수 있다. 2004년 중국을 방문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단이 이를 인증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것과 같은 형태의 축구 발상지가 영국이란 사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 축국이 행해진 게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유럽 대륙으로 전파돼 세계인의 스포츠로 발전했다는 가설이 받아들여지려면 훨씬 더 엄정하고 치밀한 고증과 학술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일부 중국인들이 햄버거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산시성 토산 음식 러우자모

일부 중국인들이 햄버거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산시성 토산 음식 러우자모

먹는 것이 곧 하늘(以食爲天)이라 믿는 중국인들은 음식 문화에 관해선 더욱 더 할 말이 많다. 산시(陝西)성 토산 음식 러우자모(肉夾饃)는 고기 가루와 야채를 다져 만든 내용물을 둥근 빵 사이에 끼워 먹는 음식이다. 필자는 이를 햄버거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중국인을 여러명 만났다. 대체로 반 농담으로 말했지만 더러는 진지하게 중국 기원설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탈리아 음식 파스타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더 많다. 원나라 관직을 맡아 중국에 장기 체류했던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를 통해 면 요리가 이탈리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통용되는 파스타의 중국식 이름은 이몐(意麵), 즉 이탈리아 국수다. 마르코 폴로 전파설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오늘날의 파스타는 이탈리아가 종주국이란 사실을 중국인들도 인정한다는 의미다.  
 
김치 논란의 배경도 비슷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쓰촨(四川)성에는 “며느리 점수는 파오차이 솜씨(泡菜手)에 달렸다”는 속담이 있다. 주민들이 그만큼 즐겨먹는다는 의미다. 물론 이때의 중국식 파오차이는 김치와 다르다. 야채를 절이거나 담근 음식을 통틀어 파오차이라 부르고, 그래서 모든 야채절임의 본향은 중국이라고 믿는 중국인들이 있다면, 이는 이웃 나라 문화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부정하는 어불성설이다. 김치의 어원이 한자어일 수는 있어도 이미 세계인의 음식이 된 김치에는 김치(Kimchi) 이외의 이름이 있을 수 없다. 참고로 일본식 우동을 중국인들은 원음에 가깝게 우둥몐(烏冬麵)이라 쓰고 표기한다.  
 
중국인 스스로가 애용하는 말 가운데 지대물박(地大物博)이란 성어가 있다.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중국엔 없는 게 없다는 뜻이다. 청 건륭제도 이 말과 함께 “우리는 무역할 필요가 없다”며 영국 사절 매카트니를 돌려보냈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지대물박에서 더 나아가 모든 것의 시초는 중국에 있다고 믿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이 외부 문명을 배우기에 바쁘던 시절에는 잘 표출되지 않던 주장이 최근들어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급격하게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표방하면서부터 두드러진다.  중국과 외부 세계와의 마찰이 자주 일어나고 앞으로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예영준 논설위원

예영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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