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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의 한반도평화워치] 한·미·일 안보 협력에 주도적 참여 선언해야

한·미 정상회담과 우리의 자세

김용현의 한반도 평화워치 그래픽=신용호

김용현의 한반도 평화워치 그래픽=신용호

국가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강력에 기초한 자주국방, 양자·다자 동맹, 유엔과 같은 집단 안보, 유사한 안보 환경·지역끼리의 다자 안보 등이다. 대부분 국가가 이를 중복해 활용하지만,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이 동맹이다. 비용 대비 보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세력이 맞물려 있는 한국은 동맹이 주효하다. 자주국방으로 주변국에 대처하기엔 너무나 큰 비용이 든다. 집단 안보, 다자 안보는 여러 나라 이해관계가 얽혀 보장성이 낮다. 그래서 동맹을 통해 부족한 우리 능력을 보강하고 위협을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보다는 신뢰 회복을 최우선해야
북한 비핵화·인권 문제에서 한·미가 한목소리 내는 게 중요
바이든은 비핵화와 중국 견제 위한 굳건한 한·미 동맹 희망
동맹의 책임·역할 방기한 채 권한만 요구하면 상황 더 악화

그렇다고 아무하고 동맹을 맺을 수는 없다. 동맹국 선택 시 기본 조건이 있다. 추구하는 가치·이념이 같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공정과 정의, 인권 등 우리의 헌법적 가치와 같아야 지속·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 공동의 적이 필요하다. 적이 다르면 동맹 성립도 어렵지만 되더라도 오래 못 간다. 국가 이익의 충돌·침해 가능성이 작아야 한다. 잦은 충돌은 동맹이 아니라 적이 된다.
 
한국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을 맞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김일성이 언젠가 또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 확신해서다. 그래서 안전장치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요구했다. 미국은 더는 연루되고 싶지 않았기에 꺼렸지만, 이 대통령의 끈질긴 주장에 한발 물러서면서 이듬해 11월 18일 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됐고 한·미 동맹이 탄생했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 180만 명을 파병해 13만 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혈맹이라 부른다.
 
한국 번영 뒷받침한 한·미 동맹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근대사와 함께했다. 70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고, 민주화까지 달성하면서 세계의 모범국가가 됐다. 반도체·IT 최강국에 이어 BTS를 비롯한 K팝과 K드라마, K뷰티, 한식, 한국어 배우기 등 한류 열풍이 지구촌 곳곳에서 분다. 이는 한국인의 우수성이 가장 큰 이유지만, 전쟁 재발 위험에서 벗어나 평화가 유지된 덕분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 유지의 방파제가 한·미 동맹이었다.
 
동맹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동맹국의 책임·역할 때문에 자율성 제약이 따른다. 제약이 싫으면 동맹을 파기하면 되지만 그 결과는 자율성 제약보다 훨씬 가혹하다. 대표적 사례가 필리핀이다. 공산주의 반군 세력들은 반미·자주를 외치며 미군 기지 폐해를 부각해 미군 철수를 선동했다. 92년 미군주둔연장법안이 부결되자, 미군은 철수했고 동맹은 파국을 맞았다. 그 대가는 냉엄했다.
 
먼저, 미군 철수로 생긴 힘의 공백을 중국이 치고 들어왔다. 중국은 그들만의 영해법으로 300만㎢(서해의 8배)에 달하는 필리핀 해상을 중국 영해로 선포했다. 필리핀 해군이 자국 영해를 침범한 대만 어선에 실탄 사격으로 어민이 사망하자, 중국이 나서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필리핀은 굴욕적인 사과와 배상 책임까지 졌다. 둘째, 미군 철수 이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에서 공산 반군과 무슬림 반군이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등 내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치안 불안으로 해외여행 기피 지역이다. 셋째, 미군이 철수하자 필리핀 내 외국 자본의 60%가 빠져나가 경제 파탄으로 이어졌다. 투자마저 급감하면서 근근이 버틴 경제마저 침몰하고 말았다.
 
6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76달러, 필리핀은 250달러였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제2의 부국이었다. 2020년 우리는 3만2000달러, 필리핀은 3300달러로 역전됐다. 필리핀의 몰락은 독재 정권의 무능·부패가 주된 요인이지만 미군 철수가 결정적이었다. 급기야 2014년 미국과 방위협약을 다시 체결하고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등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 동맹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흔들리면서 혈맹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다. 특정 세력들이 자주·반미를 외치고, 미 대사관저의 담을 넘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하고 있다.
 
전작권은 작전 효율성 문제
 
이들은 한·미 동맹을 냉전 동맹이라 비하하며 동맹 파기를 부추긴다. 54년 체결 시점으로 보면 냉전 동맹이 맞다. 하지만 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되면서 한·미 동맹은 새롭게 발전해 왔다. 특히 2013년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기존 군사 동맹에서 ‘21세기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바뀌었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로 확대된 신뢰 동맹, 지역과 세계 평화에 함께 기여하는 평화 구축 동맹으로 진화했다. 한·미 동맹이 냉전 동맹이 아니라 이들 사고가 냉전 시대에 갇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한국군이 전시작전지휘권(전작권)을 미군에 넘겨줌으로써 군사 주권이 없는 속국이라고 외친다. 군사 주권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군사 주권은 전작권이 아니라 부대 지휘권 일체를 의미하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여기에는 인사·정보·작전·군수·감찰 등 10여개 지휘권이 존재한다. 그중 전시 작전에 국한된 지휘권이 전작권이다. 이는 전시 지휘체계 일원화와 통합 작전 차원에서 언제든 재설정된다. 독일은 90년 통일 전까지 나토 연합사령관을 맡는 미군에 전작권을 위임했다. 당시 서독 군대는 미군 사령관의 전시 작전 통제를 받았다. 지금도 유사하다. 이로 인해 독일군이 미군에 종속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전작권은 군사 주권이 아니라 작전 효율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군 주둔은 무기한이고, 매년 1조원 넘는 주둔비를 강요하는 등 미국의 슈퍼 갑질 운운하며 불공정을 외치기도 한다. 이 또한 사실 왜곡이다. 주한미군 주둔은 무기한이 아니다. 한·미 간 어느 당사국이든 동맹 조약 해지를 통보하면 1년 후 자동 종식된다. 또 독일·일본 등 미군 주둔 국가는 주둔 비용을 분담한다. 한·미 동맹은 핵우산 제공은 물론, 평시 전쟁 억제, 평화 유지 비용 효과와 유사시 증원되는 300조원 규모의 첨단 전력, 70만 명의 병력 지원 등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보장 보험이다.
 
정상회담은 동맹 강화의 값진 기회
 
한·미 관계를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이 한국을 심리적 동맹 중독으로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한·미 동맹,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 구축의 장애물인 양 얘기한다. 도를 넘은 음모론에 가깝다. 어느 사회나 음모론자는 암세포처럼 기생한다. 방치하면 작은 종양이 암 덩어리로 변해 국가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그러고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지금의 북한 체제가 존재하는 한 언제든 전쟁이 재발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의 족쇄가 아니라 열쇠다. 통일·번영을 향한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평화·통일의 기회를 잡고, 통일기 혼란 극복과 통일 후 안정도 이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는 21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은 이 회담을 동맹 강화의 값진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가시적 성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한다. 성과보다 신뢰 회복을 우선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행동(CVIA)’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북 제재를 유지·강화하겠다고 했다. 조급하게 독자적 대북 정책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북한 비핵화·인권 문제에 한·미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동맹이 중국과의 협력과 같을 수 없어
 
둘째, 전략적 확실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줄타기 식 전략적 모호성은 미·중 모두에 배척당할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이 중국과의 협력과 같을 수는 없다. 동맹이 우선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쿼드 플러스에 주도적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 중국과의 일시적 관계 소원과 제한적 손실은 감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국과의 신뢰 회복과 함께 중국이 한국 대통령에게 혼밥 수모를 주거나, 한국이 자기네 속국이라는 말도 더는 못한다. 동북공정에 이어 서해공정, 이어도 침탈, 김치·한복까지 빼앗아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셋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원칙과 진정성이 담긴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한국의 외교 전략에 미국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고, 중국에 대한 취약성은 더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은 북한 비핵화와 중국 견제를 위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희망하고 있다. 동맹의 책임·역할을 방기한 채 권한만 요구하면 지금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
 
1816년~1965년까지 150년간 동맹을 맺었던 나라는 177개국이었다. 이들 중 전쟁 시 동맹 의무를 이행한 나라는 48개국으로, 채 30%가 안 된다. 108개국은 중립을 택했고, 심지어 21개국은 동맹을 배반했다. 동맹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숭실대 일반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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