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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89세 도예가의 '용가마' 10월 꺼진다…아파트에 묻힐 43년 용가마

 
그가 손수 만든 용가마는 43년 세월 동안 252회 재벌구이를 해냈다. 올 10월, 김기철 도예가는 어쩌면 여기서 마지막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가 손수 만든 용가마는 43년 세월 동안 252회 재벌구이를 해냈다. 올 10월, 김기철 도예가는 어쩌면 여기서 마지막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저의 친구 지헌 김기철 도예가를 소개합니다.

그는 89세라는 물리적 나이를 뛰어넘어  
여태 도예 작품활동을 하고 있고요.
 
사실 도예가로서 그의 이력이 남다릅니다.
대학에선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교편을 잡고 있다가
불혹 중반의 나이에 자연을 찾아 무작정 곤지암으로 내려왔습니다.
예서 농사지으며 흙장난(?)을 시작한 거죠.
 
그 터에 손수 찍어낸 흙벽돌로
우리 전통 용가마를 만들었고요.
 
그때가 1978년입니다.
일반적인 도예의 시작이 물레질이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 없는 김기철 도예가는
흙장난하듯이 손으로만 빚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1979년 등 떠밀리듯 출품한 작품이 
공간대상 의장상을 받게 됩니다.
 
1979년 공간대상 의장상을 수상한 김기철 도예가의 작품

1979년 공간대상 의장상을 수상한 김기철 도예가의 작품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혜곡 최순우 선생입니다.
혜곡 선생은 이 작품을 당신의 집무실에 두고,  
작품을 알아보는지, 몰라보는지에 따라  
방문객의 안목을 가늠할 정도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혜곡 선생이 
김기철 도예가의 첫 전시 서문을 썼습니다.
그 서문은 이러합니다.
‘(전략)
한때 단절의 비운에 놓여있던 우리 백자가
몇 사람의 시작을 거쳐
이제 김기철씨의 집념의 결과로  
우리로 하여금 우리 시대의 백자를,
아니 다시 말하면  
백자 공예도 시대적인 전승이 가능함을 일깨워 준 것이라 믿어졌다.
참으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물레질을 거치지 않고,
도자기 겉면에 유약도 바르지 않고,
손으로만 빚은 도자기는 소나무로 땐 용가마의 불기운 속에서  
저 만의 색을 온몸에 두르고 세상에 나옵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은 
흙을 밟고 살아온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 울림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컸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청와대는 물론 
교황청· 대영박물관· 버밍햄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의 작품 산실이자  
그가 손수 만든 용가마가 없어질 처지에 놓였습니다.
도시개발로 인해 용가마 터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용가마도 그렇게 아파트 단지에 자리를 물려주고
허물어 없어지는 운명 앞에 놓인 거죠.
 
그래서 43년 된용가마와 김기철 도예가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무엇이고,  
우리가 가슴에 안고 가야 하는
우리 고유의 감성은 무엇인지 표현해 주길 요청합니다.
 
마흔세 살 어린 지헌 도예가의 벗 윤보용 드림
 

 
 
사연을 보낸 김기철 도예가의 벗 윤보용 씨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용가마 만큼은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여 이전 보존이라도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경록 기자

사연을 보낸 김기철 도예가의 벗 윤보용 씨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용가마 만큼은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여 이전 보존이라도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경록 기자

 
 

김기철 도예가를 만나기 전 용가마를 먼저 찾았습니다.

흙 가마를 눈으로 먼저 확인해볼 요량이었습니다.
흙 가마는 대체로 전기 가마에 밀려난 지 오래기에
눈으로 보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그 앞 땅바닥에 말뚝이 밝혀져 있습니다.
그 말뚝, 언젠가 헐린다는 알림인 겁니다.
 
김기철 도예가에게 아쉽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불가항력이죠.
모든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러니 외려 담담합니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노동을 하면서 살아왔고요
43년 세월 동안 252회 재벌구이를 하며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으니  
그만하면 된 거죠.”
 
제가 용가마 안으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43년 지기 가마를 바라보는 
김기철 도예가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을 요량이었습니다.
그의 표정,
불기운을 견뎌내고서도 덤덤하고 고매한 그의 백자와 다름없었습니다.
 
권혁재·김경록 기자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사연을 4월에 이어서  
5월에도 받습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가족,    
오랜 우정을 쌓은 친구,      
늘 동고동락하는 동료,      
오래 간직하고픈 연인 등      
기억하고 싶은 사연을      
꼭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은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모시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곳이 특별한 곳이면      
중앙일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와  
포토팀 사진기자들이 어디든 갑니다.      
 
기록한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3차 마감: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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