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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중 흉기 사망이 준 공포…"택시 보호격벽 문의 5배 급증"

개인택시를 5년째 운행 중인 이모(56)씨는 2년 전부터 야간 운행을 그만뒀다. 나이가 들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고 한다. 그는 “늦은 밤 취객들과 시비가 붙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겪거나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20만원을 들여 차에 ‘보호 격벽’을 설치했다. 이씨는 "코로나 19 예방뿐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도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최근 택시기사 폭행과 살인 사건을 보며 일찌감치 설치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 내부에 약 20만원을 들여 보호격벽을 설치한 개인택시 기사 이모씨. 여성국 기자

택시 내부에 약 20만원을 들여 보호격벽을 설치한 개인택시 기사 이모씨. 여성국 기자

잇따르는 택시 기사 대상 강력범죄  

지난 5일 서울 관악구에서 20대 남성이 60대 택시 기사를 택시 안팎에서 폭행했다. 이 남성은 택시 기사 멱살을 잡아 운전을 방해했고 기사를 밖으로 끌어내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 14일에는 20대 승객이 경기 성남시 미금역 근처 도로를 달리던 택시에서 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택시 기사들을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미금역 사건 이후 보호 격벽 문의 5배 증가" 

도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불안감은 차량 내부에 설치하는 보호 격벽 문의로 이어졌다. 택시와 버스 내부 안전보호막 전문 업체 관계자는 17일 "14일 미금역에서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이 난 이후 보호 격벽 설치 문의가 이전보다 대략 5배 정도 늘었다"면서 "폭행 사고가 이어지고 취객에 대한 불안 때문에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신다더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코로나 19 예방이 주목적이었다고 한다.
 
택시·버스 기사 폭행은 특가법이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단순 폭행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일시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인 경우'로 보고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합의하거나 정차한 상황에서는 단순 폭행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에 해당하는 폭행범죄는 2019년 2587건이 발생했다. 검거 인원 2703명 중 구속은 2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불구속 조처됐다.
 
지난해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60대 택시기사는 "가해자가 합의금 요청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할 경우 단순 폭행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폭행에 대응해 실랑이가 붙게 되면 쌍방 폭행으로 택시 면허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서 대응에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격벽 지원하다 중단 "여론 수렴 중" 

서울시가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해 지원한 ‘입국자 전용 택시’. 보호 격벽이 설치돼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해 지원한 ‘입국자 전용 택시’. 보호 격벽이 설치돼있다. [서울시 제공]

버스의 경우 2006년 보호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업계의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 반발로 제외됐다. 2019년 서울시는 "2024년 모든 택시에 보호 격벽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업은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전자 보호를 위해 2019년 250대에 보호 격벽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236대에 그쳤다. 시범사업에서 부진해서 예산편성이 안됐고 현재 내년에 사업을 재개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설치를 원할 경우 서울시가 설치비용의 약 50%인 10만원을 지원하는 형태다.  
 
이 관계자는 "설치하면 갑갑하고 후진할 때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요금을 안 내고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또 외국인들이 볼 때 택시에 보호 격벽이 설치되어 있으면 이 나라 치안이 안 좋은 건가 하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는 여론도 있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보호 격벽의 예방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사업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뉴스1]

[뉴스1]

"최소한의 안전장치, 법 집행 엄정해야"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보호 격벽이 완벽한 방어수단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면서 "최근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보호 격벽을 설치하면 운전자 폭행이 80% 이상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음먹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특가법 등 있는 법 규정부터 엄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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