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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전기차 전환? 에너지 전환 없이는 이마저도 '그린워싱'

올해 4월까지 넉달간 보급된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 대수는 1만 9920대에 달합니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새로운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기존의 라인업만으로 2만대 가까운 전기차가 판매된 것이죠. 보조금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지만, 예정대로 신차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등장하고, 추경 등을 통해 보조금 우려가 해소된다면… 탄소중립 원년, 무공해차 보급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8)





정부는 보조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무공해차 수요가 급증할수록 이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국비 보조금을 충분히 확보했다 하더라도 지자체 보조금이 부족하다면 구매 시점에 따라 전체 보조금 액수의 몇백만원이 왔다 갔다 하니까요. 이에 대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에도 조기 소진되지는 않았다”며 “조기 소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지자체들이 추경을 확보한 후인 6~7월이면 시민들의 우려가 해소될 만큼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물론 '보급'이라는 표현은 정부 입장에서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숫자'는 그저 정부의 노력만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죠. 한국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지원이나 규제를 내놓고, 기업들은 발 빠르게 다양한 상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가 이를 구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겐 보급량, 누군가에겐 판매량, 누군가에겐 구매량인 셈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을 차치하고, 2021년 현재를 놓고 봤을 때 '미래의 차'처럼 여겨졌던 전기차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탄소중립 원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그 전환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고요. 먼저 행정·공공기관의 무공해차 의무구매 비율이 '신규 차량의 80%'로 높아집니다. 여기에 금융·제조업 26개 기업을 포함해 총 70개 기업이 2030년까지 보유 차량의 100%를 무공해차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렌트·리스 업계 역시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100% 무공해차 선언에 나섰죠. 시민사회 개별 소비자 차원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공무차량과 법인차량 등 대규모의 전환이 본격화하는 겁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년 후(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비중은 22%에 불과할 것”이라는 해외 전망에 대해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가 국내 업계 및 학계의 입장이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이 머쓱해지는 순간입니다.



지난 연말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은 세계 8위, 수소차 보급은 세계 1위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순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동차의 전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느린 곳'이 아닙니다. 무공해차 생산의 측면에서도, 무공해차 소비의 측면에서도 말이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똑같이 무공해차 100대를 공급했다고 했을 때 유럽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기차_전환의_본질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죠. 충전 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차만 빨리 보급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겁니다. 초급속 충전소를 곳곳에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충전=불편'이라는 인식을 깨기엔 부족한 상태죠.



또한, 초급속 충전이 아니라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달리 충전은 곧 주·정차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에야 충전기들이 일부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그 수가 '전기차 전환'을 맞이할 만큼 충분하진 않습니다. 때문에 곳곳의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 충전하는 자리에 내연기관차가 충전중입니다'라는 민원이 이전까지 쏟아졌다면, 앞으론 '충전이 다 됐는데도 차를 안 빼줍니다'라는 민원이 이어질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 불충분한 인프라는 충전기 혹은 충전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전기차 전환의 본질은 '내연기관의 끝', 다시 말해 '탈 화석연료'에 있습니다. 석탄으로, LNG로 생산하는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는 본래의 취지에 맞는 것일까요. 물론, 연료별·기관별 효율을 따져보더라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종합적인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죠. 수소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석탄, 석유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이용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전동화와 '싱크(Sync)'를 맞춰 발전(發電)의 전환도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맹목적으로 한 단면만을 보고 달려왔을 때, 시간이 흘러 어떤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지 말이죠. (참고: [박상욱의 기후 1.5] 방치 말고 경영, 벌채 말고 수확…숲의 가치, 정말 누리려면? (상)·(하)) 산림으로서의 가치, 향후 관리 등에 대한 고찰 없이 그저 '빨리 자라는 나무'만을 집중적으로 심은 70년대의 일, 당시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손뼉 친 그 일말입니다. 결과 미국 남동부가 고향인 나무는 마치 한국이 고향인 양 전국 곳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허파'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뒤늦게나마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기도 어려울 지경으로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기차 전환도 이와 비슷한 우를 범하면 어떡하나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기차 보급은 정부의 드라이브를 벗어나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습니다. 비단 한국 정부의 규제나 지원 외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한 상태죠. 누군가 나서서 일부러 이 변화를 막으려 들지 않는 한, 이 변화는 이제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진전된 겁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속속 내놓고, 시민들이 이를 구매하는 사이 우리 정부는 그에 발맞춰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가. 해외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한국에선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전기차가 아닌 '전기' 그 자체입니다. 현재로썬 우리나라에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공급하고 있습니다. 공급뿐 아니라 전기의 생산에서도 거의 독점을 하고 있죠. 이는 곧, 에너지전환이 정부와 공기업인 한전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도 마찬가지고요.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발전량을 에너지원별로 살펴봤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석탄의 비중이 40%로 가장 큽니다. 2019년 기준, 화석연료 전체의 발전 비중은 66.6%에 달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고작 6.5%입니다. 단순히 비중만 적은 것이 아닙니다. 발전량의 증가 속도는 무공해차 증가 속도에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물론, 아직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 재생에너지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그 비중은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에 이미 12%에 이르렀다면 2030년에는 (기존 목표인 20%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혀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30년 후, 우리의 목표는 '탄소중립'이니까요.



#밖으로_눈을_돌려보면

이미 2010년 이래로 EU에선 전체 화석연료를 통해 얻는 전기의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2020년 30%대로 줄어들면서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에 역전을 당했습니다. 이미 다수의 회원국에선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50%를 넘기고 있고요.



혹자는 “또 EU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EU는 특정 한 나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27개 회원국을 의미하죠. 그리고, 꼭 EU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이미 유럽 대륙에서 에너지전환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강해서일까요? 혹은 기술력이 더 뛰어나서일까요?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최신의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7일 공개된 EU 및 유럽 대륙의 국가별 4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입니다. 조사 대상인 31개 국가(EU 공동체 포함) 가운데 21곳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30%를 넘겼습니다. EU 회원국들의 평균(39%)을 웃도는 나라만도 16곳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EU 평균 석탄발전의 비중은 14%에 그쳤습니다. 몬테네그로(0%), 프랑스(1%), 스페인(1%), 영국(1%), 이탈리아(4%), 포르투갈(4%), 핀란드(5%), 슬로바키아(6%), 헝가리(9%)의 경우 석탄발전의 비중은 10%가 채 안 됐죠.



#만족도_여유도_아직_멀었다

이는 곧, 전기차로의 전환을 마주할 때, 최상의(혹은 본래의 오롯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똑같이 전기차 100대를 보급한다고 해도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에 기대는 나라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얻는 탄소감축량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같은 에너지전환은 비단 전기차의 인프라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축의 인프라, 탄소중립의 인프라죠. 탄소중립을 위해선 비단 자동차만 전기차로 바꿔서 될 일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탈 화석연료'를 이룩해야 하는 것이죠. 자동차가 증기의 힘(물론, 이를 위해 땔감이나 석탄을 썼습니다만)에서 석유의 힘으로 변했듯 말입니다. 현재로썬 그 힘의 원천은 석유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서만 탈석탄, 탈화석연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를 힘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모든 분야가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보다 이미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데에 앞서있는 유럽이(EU뿐 아니라 지역적 의미에서의 유럽까지도) 현재 상태에 머물지 않고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고요.



올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12%라고, 정부의 목표인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만족할 수 있는, 여유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닌 이유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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