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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추행 후 사진 같이 찍었어도 피해 인정해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스1]

 
대학생들 간 일어난 강제추행 사건에서“성폭력 피해자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마땅히 어떤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라는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학생 추행 사건서 피해자 태도 놓고 엇갈린 1·2심
대법 "'피해자의 마땅한 반응' 없어" 유죄 취지 환송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대학교 학과 동기들과 강원도 콘도에 놀러 갔다가 잠이 든 동기 A씨의 신체를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로 기소된 대학생 이모 씨에 대해 “피해자 진술을 믿지 않아 무죄 판결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입대를 앞둔 지난 2016년 12월 말 강원도의 한 콘도로 A씨 등 동기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갔다. 이씨는 이튿날 새벽녘 A씨 곁에서 잠을 자다가 이불 밑으로 A씨의 허리와 어깨, 가슴 등을 만졌다. 이씨는 사건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군에 입대했고, 2년 뒤 학교에 복학했다. 이후 학교에서 이씨를 마주친 A씨가 문제를 제기하며 그를 고소했다.  
 
의정부지법 형사2단독 박창우 판사는 1심에서 “이씨가 피해자 A씨의 의사에 반해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추행의 의도도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아동ㆍ복지시설 및 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 2년도 명령했다.  
 
반면 항소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 오원찬)는 이씨가 무죄라며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의 태도가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피해자가 이씨 옆에서 ‘셀프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이고, 이후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촬영한 단체 사진에서 A씨가 피고인과 가까이 있는 등 전체적으로 대학생 친구들끼리의 즐거운 여행 사진으로 보일 뿐”이라면서다.  
 
재판부는 A씨의 고소 과정도 의심했다. A씨는 이씨가 복학한 뒤 사과문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씨가 콘도에서 있었던 일을 다른 동기들에게 말한 것을 알게 됐다. 또 이씨 어머니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먼저 몸을 만진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도 들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화가 난 A씨가 “추행 사실 자체가 아닌 다른 부수적 사유에 의해” 고소한 것으로 의심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한 사소한 부분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 된다”며 “A씨는 피해 사실의 핵심적인 부분과 이씨에게 사과문을 받는 과정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와 피고인은 직전까지 연애 상담을 하는 등 평소 가깝게 지내왔고, A씨로서는 이씨가 잠들어 있는 자신의 신체를 동의 없이 만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별다른 어색함이나 두려움 없이 피고인과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또 “A씨는 사건이 있고 나서 이씨에게 휴학을 요구하면서도 금전적 합의 등을 제안한 사실은 없는 반면 일관되게 처벌을 원했다”며 “A씨가 추행 사실 자체가 아닌 부수적 사정에 의해 고소했다는 원심 판단은 합리적 추론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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